허광무

2040년까지 석탄화력 60기 폐쇄 줄줄이 대기, 허가·신고 등 관리 규정 아직 없어

정부·지자체 제도 개선, 입법 추진 등 '올스톱'…"진상조사 우선" 논리에 막혀

전문가들 "안전 관리 문제 이미 확인…유사 사고 방지, 서둘러 개선·보완해야"

이미지 확대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현장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현장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지난해 11월 6일 오후 2시 2분께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60m 높이 보일러 타워가 무너졌다. 사진은 사고 현장. 2025.11.6 jjang23@yna.co.kr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의 민낯을 다시 한번 드러낸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참사는 7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우리 사회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실제라고 믿기 어려운 그 황당한 참사를 목도하고서야 정부 부처와 관련 업계, 지역사회 등은 한목소리로 "건축물이 아닌 구조물 해체에도 제도와 매뉴얼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고 경각심을 주문했다.

그러나 그런 교훈은 사고 발생 1년이 다 되도록 아무런 변화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사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정부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도 개선이나 매뉴얼 구축 등도 줄줄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조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사고 수습 과정에서 확인된 안전 공백을 우선 채워나가는 동시에 구조물 해체를 위한 안전망을 촘촘하게 다듬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미지 확대 울산화력 사고 나흘째

울산화력 사고 나흘째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사고 나흘째인 지난해 11월 9일 무너진 보일러 타워 5호기 양옆으로 4·6호기가 위태롭게 서 있다. 같은달 6일 발생한 이 사고로 작업자 7명이 매몰돼 3명 사망, 2명 사망 추정, 2명 실종 상태다. 붕괴 현장에는 현재 실종자 2명을 포함해 5명이 아직 매몰돼 있다. 2025.11.9 jjang23@yna.co.kr

◇ 석탄화력 40기 폐쇄되는데, 발전설비는 관리 사각지대 방치

정부는 지난해 3월 공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중 노후화된 40기를 2038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특히 현재 수립 중인 제12차 계획에는 2040년까지 현재 남아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60기를 모두 폐쇄해 탈(脫)석탄을 앞당긴다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울산화력 보일러타워와 같은 대형 발전설비 해체가 줄줄이 대기 중인 상황에서, 지난해 참사를 계기로 이들 대형 설비 해체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아파트 20층이 넘는 높이 63m짜리 철 구조물을 해체하는데 관할 자치단체 허가는커녕 신고 절차조차 필요 없었다는 사실이, 구조물이 붕괴한 이후에야 확인된 것이다.

2021년 광주 학동 건물 붕괴를 계기로 건축물 철거 안전 법규가 대폭 강화됐지만, 결코 위험도가 덜하지 않은 대형 구조물들은 건축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도권의 관리 영역 밖에 방치됐던 셈이다.

울산화력 참사 이후 뒤늦게서야 구조물 해체도 체계적이고 통일된 기준을 적용받도록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관계 기관과 기업들은 저마다 대책 마련에 조속히 착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용노동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중앙 부처 차원의 후속 대응은 물론이고, 울산화력 사고 관할 기초단체인 울산 남구는 '공작물 해체'를 신고 대상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울산화력 보일러 타워 해체 발주처인 동서발전과 시공사인 HJ중공업 등도 "노후 발전설비 폐지 과정의 모든 절차를 재점검하고,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다짐했다.

국회 차원의 입법 노력도 뒤따랐다.

이미지 확대 울산화력발전소 붕괴사고 조사결과 발표

울산화력발전소 붕괴사고 조사결과 발표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이경구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울산 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사고 조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6.10.30 utzza@yna.co.kr

◇ 정부 원인조사 지연에 해체공사 안전망 구축 '제자리'

구조물 해체 절차에 안전망을 갖추려는 각 기관과 기업의 노력은, 그러나 참사 발생 1년이 되도록 아무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가 예정보다 늦어졌다는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사고 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애초 4개월간 조사를 진행해 올해 3월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사 기간은 올해 6월로 한 차례 연기됐고, 이후 10월 중순으로 재차 미뤄졌다. 거기서 2주가량 더 늦춰진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준공도면 공유와 현장 실측, 구조안전성 검토, 관리·감독 등 여러 단계에서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결론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 결과와 서울 서소문고가 철거공사 붕괴사고 조사 결과를 종합해 해체공사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노동부와 기후부 등 발전설비 철거 업무와 관련한 부처도 조사 결과에 따른 시스템 정비에 나선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발전소 굴뚝이나 보일러 타워 등 대형 공작물을 해체할 때 건축물에 준하는 안전 절차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건축물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올해 1월 대표 발의했는데, 이 역시 조사 결과 발표가 미뤄진 영향으로 아직 국토위 법안소위에도 상정되지 않은 상태다.

조례 개정을 검토했던 울산 남구 역시 '상위 법령이 위임하지 않은 사항을 반영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법령이 완비될 때까지 조례 정비를 미룬 상태다.

동서발전 측은 "사고 이후 조직·인력·예산 등을 보강해서 안전 강화를 진행했으며, 최종 조사 결과를 추가 반영할 예정"이라며 "지금 단계에서 세부적 대책이나 입장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과적으로는 사고 직후 높아진 경각심에 너도나도 '개선과 보강'을 내세웠지만, 1년간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한 셈이다.

이미지 확대 발파되는 울산화력 보일러타워

발파되는 울산화력 보일러타워

(울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엿새째인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발전소 보일러타워 4호기 6호기가 발파 해체 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발파 4호기 6호기 발파 직후 8개팀 70여명을 투입해 붕괴 사고가 난 5호기 주변으로 수색을 벌일 예정이다. 2025.11.11 handbrother@yna.co.kr

◇ "'원인 조사 먼저'는 회피일 뿐…능동적 개선 노력해야"

전문가들은 정부 조사 결과에 의존해 보완점을 찾으려는 수동적 태도가 아닌, 그 이상의 개선 방안을 찾아 각종 규정과 매뉴얼에 적용하려는 각 기관과 기업의 능동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부 조사 결과가 참사 원인을 공학적으로 정밀하게 규명할 수 있겠지만, 그런 수준의 분석이 필요한 것도 없이 이미 사고 직후 몇몇 안전상 허점이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령 대형 구조물 철거가 허가·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점, 육중한 상부 구조물을 떠받치는 기둥에 과도한 취약화 작업(구조물을 미리 잘라 놓는 것) 흔적이 남은 점, 하부 취약화로 이미 불안정한 타워 상부에 사람이 올라가 또다시 구조적 안전성을 떨어뜨리는 취약화 작업을 한 점 등이다.

'정부 조사가 우선'이라는 이유 뒤에 숨으려 말고, 먼저 확인된 안전 공백부터 채워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공공안전학부 교수)은 "현장 상황과 드러난 팩트만 분석해도 상식선에서 철거 절차에 안전 관리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기관과 기업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겠다'는 변명은 당장 곤란을 벗어나기 위한 회피에 불과하며, 할 수 있는 것부터 개선해 나가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윤종오 의원은 "울산화력 참사는 60m가 넘는 공작물이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발생한 명백한 인재(人災)"라면서 "이대로라면 공작물은 규모에 상관없이 해체 안전 기준과 허가 절차가 허술해 사고가 반복될 수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hk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3일 06시30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허광무

At a glance

Topic
World
Country
🇰🇷 KR
Publisher language
KO
Added to Alln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