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넘게 치료받았지만 힘쓰는 일 버거워…철재 절단 대신 기계 가동
사고 현장엔 철재 잔해 무더기만…생존자 "안전하게 일할 여건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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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장지현]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치료는 마쳤지만 몸도 마음도 아직 그날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것 같습니다."
지난해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 당시 잔해에 깔렸다가 스스로 빠져나온 작업자 이모(65)씨는 다시 건설현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고 전처럼 철재를 절단하는 대신, 먼지를 가라앉히는 데 쓰는 살수기를 가동한다.
치료를 마쳤지만 예전처럼 몸을 쓰는 일은 아직 버겁다.
지난해 11월 6일 노동자 7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1년.
이씨는 당시 사고로 다친 2명 중 무너진 구조물 잔해 속에서 자력으로 탈출한 생존자다.
사고 한 달 뒤 병원에서 당시 상황을 전했던 그는 참사 1년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일터로 돌아간 근황과 여전히 선명한 그날의 기억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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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지난해 11월 6일 오후 2시 2분께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60m 높이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7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2025.11.6 jjang23@yna.co.kr
◇ "처음엔 걷기도 힘들었죠"…달라진 몸으로 돌아간 일터
이씨는 사고로 갈비뼈와 척추를 다쳤고 기흉으로도 치료받았다.
울산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거주지인 경기 일산의 병원으로 옮겼다.
이후 통원 치료를 거쳐, 올해 5월 27일부로 산재 치료를 마쳤다.
사고 발생 6개월 21일 만이었다.
긴 병원 생활을 마치고 나왔을 때는 걷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그는 "병원에만 오래 있다 나오니까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다"며 "활동량은 줄고 몸무게는 늘면서 몸이 많이 둔해졌었다"고 회상했다.
다시 일을 시작한 계기는 지인의 제안이었다.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았을 테니, 부담이 덜한 일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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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지난해 11월 18일 오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현장 앞에 한국동서발전 임직원들이 마련한 헌화소가 설치돼 있다. 같은달 6일 발생한 사고로 높이 63m, 가로 25m, 세로 15.5m의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무너져 당시 현장에 있던 작업자 9명 중 7명이 매몰돼 모두 숨졌다. 2명은 매몰 직전 자력으로 탈출했으나 중경상을 입었다. 2025.11.18 jjang23@yna.co.kr
사고 당시 이씨는 산소 절단기로 철재를 잘랐다. 보일러타워 발파 해체를 앞두고 구조물 일부를 약하게 만들거나 폭약을 넣을 공간을 확보하는 '사전 취약화' 작업에 직접 투입됐다.
지금은 현장에서 직접 힘을 쓰는 대신, 건설 현장에서 먼지를 가라앉히는 살수기 옆에서 기계를 가동하고 상태를 살핀다.
이씨는 "별로 움직일 일도 없고, 기계 옆에서 작동하는 것만 보면 되는 일이라 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예전같이 일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없냐는 질문에는 "몸에 후유증이 남아서 그런 건데 어떻게 아쉬움이 없겠느냐"면서도 "일자리를 챙겨준 지인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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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장지현]
◇ 현장엔 여전히 사고 흔적…"동료 목소리에 대답 못해 가슴 아파"
최근 기자가 다시 찾은 울산화력발전소에는 사고와 해체 작업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발전소 담장 안쪽에는 발파 해체된 뒤 중장비로 옮겨진 보일러 타워 철골과 철근 잔해가 이리저리 뒤엉킨 채 높이 쌓여 거대한 무더기를 이루고 있었다.
사고 당시 희생자들을 실은 구급차와 중장비가 오가던 발전소 후문은 한산했다.
한때 마련됐던 추모 공간은 철거된 상태였고, 공사장 가림막이 현장 안쪽을 가리고 있었다.
이씨에게 그곳에서 겪은 일은 지금도 기억에 뚜렷하다.
"쉽게 잊힐 일은 아니죠. 저는 어쨌든 살았는데 일곱 분이 다 돌아가셨잖아요. 전부 얼굴 아는 사람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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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2일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현장에서 소방 구조대원들의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5.11.12 [울산소방본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young@yna.co.kr
일손을 보태달라는 지인 연락을 받고 울산 현장에 합류한 지 열흘가량 만에 사고가 났다.
이씨는 "그 거대한 게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조금만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으면 나도 꼼짝없이 죽었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지금껏 가장 마음에 사무치는 것은 무너진 보일러타워 잔해 속에서 들은 동료의 목소리였다.
그는 "컴컴한 데서 '반장님, 반장님' 하는 목소리가 작게 들리는데, 내 한 몸 가누고 정신없이 탈출하느라 그 소리에 대답을 못 해줬다"며 "'너는 어떻냐', '몸은 괜찮냐'는 말 한마디 못 건넸던 게 제일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자기 생사도 장담할 수 없던 순간이었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한 동료의 마지막 목소리에 답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은 이씨 일상에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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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5호기)에서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크레인으로 상부 구조물을 고정한 뒤 중장비가 진입로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 사고 매몰자 7명 중 사망자는 5명이며 나머지 2명은 여전히 매몰 상태다. 2025.11.12 handbrother@yna.co.kr
◇ "상식만 지켰더라도"…'안전하게 일할 여건' 바라는 생존자
이씨는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비용과 여건부터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사를 맡은 업체가 빠듯한 비용에 맞춰 일하다 보면 안전시설을 갖추는 일도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을 할 수 있는 넉넉한 돈을 줘야 하는데, 돈을 적게 주고 일을 하라고 하니까요. 상식적인 것만 지켜도 사고는 많이 줄어들죠."
노후 구조물을 해체할 때는 도면뿐 아니라 부식과 손상 등 실제 상태를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씨는 "세월이 흐르면서 철재는 부식되고 손상되는데, 작업 과정을 잘 버틸 수 있는지 제대로 살펴야 한다"며 "현장 작업자는 작업 계획을 받아 작업하는데 그 계획이 안전하다는 믿음이 없으면 어떻게 안심하고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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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이경구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울산 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사고 조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6.10.30 utzza@yna.co.kr
지난달 30일 발표된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서는 이런 검토 과정의 부실이 드러났다.
해체 전문업체는 준공도면을 전달받지 못한 채 지상층 기둥 한 곳의 두께만 측정해 상부 기둥에도 일괄 적용했다.
기둥 두께는 실제보다 두껍게, 구조물 무게는 가볍게 계산하면서 안전하게 절단할 수 있는 범위를 잘못 판단했다.
조사위는 원도급사 HJ중공업의 현장 확인과 발주자 한국동서발전의 총괄관리도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해체계획 검증과 발주자 책임 강화 등을 권고했다.
이씨는 "구체적 계약 내용이나 공법 선정 과정은 현장 작업자로서는 잘 모른다"면서도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안전한 방식으로 해체하도록 발주 단계부터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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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지난해 11월 10일 오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현장 모습. 소방 당국은 무너진 보일러 타워(5호기) 양쪽에 자리한 4호기와 6호기의 발파 사전 작업을 벌이며 인력을 투입한 수색은 중단한 상태다. 다만 드론과 구조견 등을 투입한 수색은 계속하고 있다. 2025.11.10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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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Yonhap Korean · 장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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