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노동자 7명 목숨 앗아간 참사…국토부 조사 11개월 만에 원인 나와

"잘못된 구조 검토로 해체 계획…시공사·발주처 관리·감독도 미흡"

9명 입건한 경찰·고용노동부, 조사 보고서 내용 검토해 수사 계속

[※ 편집자 주 =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해체 공사 중 보일러타워가 무너져 노동자 7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참사가 오는 6일로 1년을 맞습니다. 최근 발표된 사고조사 결과, 부실한 구조검토와 관리·감독 등이 겹쳐 빚어낸 인재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참사는 많은 이들의 기억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생존자의 상처는 여전하고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사고 원인과 수사 진행 상황, 생존자의 일상, 안전대책의 변화와 한계를 짚는 기사 3편을 일괄 송고합니다.]

이미지 확대 지난 6월 촬영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현장 모습

지난 6월 촬영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현장 모습

[촬영 김용태]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지난해 11월 6일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가 발파 해체 전 사전 취약화 작업 중 무너졌다.

노동자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였다.

참사 발생 1년째를 앞둔 현재, 사고 진상과 책임자를 밝히기 위한 경찰과 고용노동부 수사는 여전히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구성된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 조사가 예정보다 수개월 길어지면서 경찰과 노동 당국 수사도 함께 지연된 것이다.

올해 10월 30일 조사 착수 11개월여만이자 참사 1년을 일주일 앞두고 마침내 사고 원인이 발표됐다.

그 내용은 이번 참사가 또다시 반복된 '인재'(人災)라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발표에 따라 경찰과 노동부 수사도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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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화력 보일러타워 붕괴 현장

지난해 11월 10일 촬영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현장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63m 구조물 붕괴…노동자 7명 매몰·사망

사고는 지난해 11월 6일 오후 2시 7분께 일어났다.

63.4m 높이 울산화력 보일러타워 5호기가 발파 해체를 위한 사전 취약화 작업 도중 무너졌다.

붕괴로 인해 작업 중이었던 발파 전문 하도급 업체 코리아카코 소속 노동자 7명이 구조물에 매몰됐다.

119구조대원들은 2차 사고가 일어날 위험을 무릅쓰고 혹독한 상황 속에서도 낮과 밤을 가리지 않은 채 이들에 대한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몰자들은 하나둘 숨진 채 발견됐다.

의식이 있는 채로 발견됐던 매몰자도 구조를 기다리다가 결국 사망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거기다 무너진 5호기 양옆 4·6호기의 추가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구조 작업의 위험 요인이 되자, 붕괴 사고 6일째 이들 구조물에 대한 발파 해체가 이뤄졌다.

이후 구조 작업은 재개됐지만 남은 매몰자들 모두 주검으로 돌아왔다. 매몰자 7명 중 생존자는 없었다.

구조 작업이 끝나자 사고 원인에 대한 추측이 속속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당시 작업자들이 해체 시공사인 HJ중공업이 작성한 안전관리계획서에는 없는 25m 지점에서 취약화와 방호(비산물 방지와 소음 저감) 작업을 하고 있었던 점이 지적됐다.

이미 1m와 12m 지점에서 취약화 작업이 이뤄진 상태였는데, 그 위에 사람이 올라가 또다시 작업을 한 것이다.

발주처인 동서발전의 공사 기술시방서에는 취약화 작업을 최상층부터 하도록 명시했다. 그런데 안전계획서에 없는 지점의 취약화 작업을 순서마저도 하부에서 상부로 반대로 시행한 것이다.

이 외에도 해체 공사에 대한 안전 관리·감독이 부실하게 이뤄졌을 정황이 속속 나왔다.

국토부가 같은 달 18일 사조위를 구성하면서 사고 원인 규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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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화력발전소 붕괴사고 조사결과 발표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이경구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울산 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사고 조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6.10.30 utzza@yna.co.kr

◇ "잘못된 구조 검토로 해체 계획 수립"

"기둥이 하중에 버티는 능력은 과대평가하고, 기둥이 버텨야 하는 힘은 과소평가했다."

울산화력 보일러타워 붕괴에 대해 국토부 사조위가 발표한 내용 중 일부다.

사조위는 당초 4개월이던 조사 기간을 두 차례에 걸쳐 7개월 연장한 후 10월 30일 결과를 발표했다.

사조위는 사전 취약화 작업에서 기둥이 버틸 수 있는 한계 이상으로 지나치게 절단이 이뤄진 점을 사고 직접적 원인으로 꼽았다.

기둥이 상부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구부러지며 꺾이는 '국부좌골'로 파괴되면서 구조물 전체의 연쇄 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구조물 자료 오류와 기술적 미흡 등으로 인한 잘못된 구조 검토로 해체 계획이 수립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일러타워는 위로 올라갈수록 기둥의 철판 두께가 얇아지는 구조인데도, 두께를 지상층 1곳에서만 측정한 후 상부 기둥 전체에 일괄 적용한 게 문제였다.

실제 붕괴가 시작된 높이 26.2∼27.2m 지점의 기둥 두께는 15㎜였는데, 구조 검토에서는 24㎜로 계산했다.

또 실제 구조물 무게는 3천525.8t이었는데, 구조 검토 시엔 이보다 약 520t 가벼운 3천5.8t으로 적용했다.

더구나 노후 구조물의 누적된 변형, 절단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손상 등 하중을 버티는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비한 안전 여유를 확보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사조위는 이뿐만 아니라 시공사인 HJ중공업, 발주처인 동서발전의 관리·감독이 미흡했다고 봤다.

최종 시공 상세도와 실제 현장이 부합하는지 면밀히 확인하지 않은 점, 공사 참여 주체들을 체계적으로 총괄 관리하지 못한 점을 각각 지적했다.

사조위 관계자는 "구조물 전체의 무게를 측정하기 위해 무너진 잔해를 하나하나 실측하고, 그 결과를 산출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사조위는 조사 결과를 정리해 이달 중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관계 기관에도 통보할 예정이다.

다만 조사 전 사고 원인으로 추측된 계획서에 없는 작업이나 작업 순서의 문제 등은 이번 발표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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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화력 보일러타워 붕괴 현장

지난해 11월 11일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현장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경찰·노동부 수사 탄력받나…"엄정히 수사"

구체적 사고 원인이 지목되면서 책임자 처벌을 위한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고용노동부 수사로 나눠 이뤄지고 있다.

경찰은 공사 관계자들의 과실 부분에, 노동부는 경영 책임자와 안전관리 책임자의 의무 이행 여부에 각각 수사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 대상자가 중복될 수도 있다.

앞서 경찰과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동서발전의 울산화력 해체공사 관련자 3명, HJ중공업 책임자 4명, 코리아카코 책임자 2명 등 총 9명을 입건했다.

경찰과 노동부는 이들에게 공사를 시방서와 다르게 진행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시행한 점,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 중 김완석 HJ중공업 대표와 석철기 코리아카코 대표 등 HJ중공업과 코리아카코 책임자 6명에 대해서는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경찰과 노동부는 사조위 조사 기간 중 사고 관련자나 현장 조사 등을 토대로 책임자들에 대한 혐의를 보완하는 데 주력했다.

사조위 발표로 사고 원인에 대한 공신력이 확보되면서 경찰과 노동부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사조위 발표 내용도 경찰이 애초 수사하고 있던 부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미 수사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을 확인했으며, 책임자들을 입건할 때 혐의에 함께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사조위 보고서를 받는 대로 내용을 검토해 필요한 수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번 사고에 대한 의문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부도 사조위 조사 결과와 곧 마무리될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고 조사 보고서를 함께 검토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부산고용노동청 관계자는 "기술적 사고 원인과 안전관리 책임자, 경영 책임자의 행위가 실제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수사를 엄정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노동부는 수사 상황을 공유하며 함께 사건을 공소청에 송치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 기관 모두 수사 마무리 단계를 섣불리 예상하지는 못하고 있어 송치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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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Yonhap Korean · 김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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