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빠진 교사 연수…위클래스 '비밀보장' 원칙 있지만 신뢰 낮아
교육과정 이어 혐오·차별 가이드북서도 지워진 성소수자…교육부 "의견 수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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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서효주 인턴기자 =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런 고민을 가진 학생이 찾아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ㄱ 냐. 신세대 젊은 선생님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정하영(33·가명)씨는 얼마 전 동료 교사로부터 이 같은 고민을 들었다. 학교에서 성소수자인 학생이 상담해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묻는 말이었다.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앨라이'(ally) 교사인 그는 "선생님들이 악의를 가진 것이 아니라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이다. 학교 안에서도 합의된 대응 전략이 없는 것"이라고 짚었다.
성소수자 학생의 존재를 전제한 교육 지침도, 교사 대상 교육도 부재한 상황에서 이들을 지키는 일은 오롯이 교사 개인의 몫으로 남겨졌다는 지적이다.
◇ "배운 적 없으니 모른다"…학교도 교육청도 손 놓아
교사들은 성소수자 학생을 돕고 싶어도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운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성교육, 자살 방지, 학교 안전, 위생교육 등 선생님들이 1년에 듣는 연수는 정말 많다"면서 "성교육에서조차 성소수자 사례는 언급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선생님은 학생을 지키고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도록 돕고 싶어 하지만, 학교와 교육청도 전혀 대비되어 있지 않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거나 교육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학생 시절 게이로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고등학교 교사 이진서(37·가명)씨도 관련 교사 연수나 지침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성소수자 교사 모임에서 활동 중인 그는 "교육청 관계자 등을 만날 때 '성소수자 관련 자료를 만들자'고 해도 민원을 두려워해 난색을 표한다"며 "학교 현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도 문제"라고 짚었다.
정씨는 이를 '악순환'이라고 짚었다. 교사가 배운 적이 없으니 수업에서 언급하지 못하고, 학생들은 '모르는 것 같은' 교사를 찾지 않으며, 결국 학교에선 성소수자 학생이 '없는 사람'처럼 취급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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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교사 정하영(33·가명) 씨의 가방에 달린 무지개 배지. [촬영 서효주 인턴기자]
◇ 위클래스 '비밀보장' 원칙 무색…학생들 '아웃팅' 공포
학교 내 상담 창구인 위클래스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트랜스젠더 여성 파파고는 친구와 다툰 일로 위클래스 상담을 받았다가 크게 낙담했다. 파파고는 "상담했던 내용을 담임 선생님과 엄마가 전부 알고 있는 걸 보고 '여기에 말하면 비밀 보장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정체성 고민을 말할 생각을 접었다"고 했다.
인권위 조사에서도 상담 선생님에게 성소수자 관련 얘기를 하지 않은 이유로 '성소수자에 대한 지식이 없을 것 같아서'(55.3%), '담임교사, 부모 등에게 아웃팅(성 정체성 등의 강제 공개)할 것 같아서'(52.8%) 순으로 많았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위클래스 상담 인력 대상 매뉴얼에 성소수자 관련 별도 카테고리는 없지만, 학생들이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회문화적 요인 안에 해당 고민이 포함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 상담 내용은 '비밀 보장'이 원칙이므로 보호자에게 그 내용이 통보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 원칙이 온전히 지켜지는지를 점검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비밀 보장이 원칙이라 어떤 내용을 상담했는지 등을 세세하게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사실상 학교 현장의 자율에 맡겨두고 있음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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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 가이드북·교육과정서도 배제…정부 지침서 거듭 지워진 성소수자
교사들이 교실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제대로 가르칠 수 있도록 '방패막이'가 돼 줄 수 있는 정부 지침이나 교육 과정에서 성소수자는 자꾸만 지워져 갔다.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비하 사태를 계기로 교육부가 만든 '혐오·차별 표현 예방 및 대응 가이드북'의 경우 서울시교육청 초안에 있던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교육부 검토 과정에서 쏙 빠졌다.
일부 시도교육청이 반대 민원을 이유로 학교 배포를 부담스러워했다는 게 교육부 해명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가이드북 발표를 보류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연합뉴스 질의에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내부에서 숙고 중"이라고 답했다.
정씨는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민원이 들어와도 '정부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교육활동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방어구가 생긴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022년에도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성소수자'라는 용어를 모두 뺐다.
이와 관련, 유엔 인권이사회 교육권 특별보고관 등 국제 인권 전문가들은 2023년 1월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교육 과정에서 '성소수자' 등의 용어를 삭제하는 계획이 "교육권과 건강권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심각한 우려'를 공식 표명하기도 했다.
이씨는 "교육과정에서 모두 빠지면서 성소수자 관련 교육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빌미가 생긴 것"이라며 "너무 많은 부분을 교사 개인 역량에 기대고 민원 등 위험도 교사 개인이 부담하게 만드는 방식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bobae@yna.co.kr
seohyoju@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3일 06시00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이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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