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 후 검사가 확보한 진술·자료는 재판에 증거로 사용 못 해
재판 시작 후 피해자의 추가증거 제출 절차와 규정 또한 모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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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김빛나 최원정 기자 =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한 달째 일선 수사 및 재판 현장의 혼선은 쉽게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검찰 수사권 폐지에 따른 공백을 메울 방안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고 형사사법 체계 개편을 서두르면서 '예고된 혼란'이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소청 검사가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뒤 확보한 '사실관계 확인 자료'의 증거능력을 둘러싼 논란이 공소제기와 재판 단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최승환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최근 변호를 맡은 피의자의 무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소셜미디어(SNS) 대화 내용을 검사에게 제출하려 했으나 거절당했다.
증거 능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검사로부터 직접 제출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개정 형소법은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고소인과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의견서를 비롯한 자료를 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대신할 방안으로 사건을 검토하기 위한 자료 접수만 허용하고 그 외 활용은 엄격히 제한했다.
공소청은 경찰에 해당 사건의 보완 수사를 요구했고 최 변호사도 경찰에 SNS 대화 내용을 제출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사건 처리는 당연히 오래걸릴 수밖에 없다.
한 공소청 차장검사는 "당사자는 당연히 기록을 남겨서 제출하고 싶겠지만 그래봤자 증거로 쓰일 수 없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하겠느냐"며 "검사 입장에서도 당사자를 면담하고 자료를 받아도 (재판에 쓸 수 없으니) 기소 결정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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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기간 내 피의자 조사가 어려워지면서 담당 경찰이 공소청에 '피의자를 검사실로 소환해줄 수 있느냐'고 부탁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기존에는 검사가 직접 보완 수사를 하면서 구속 피의자를 검사실로 불러 조사했으나 형소법 개정 이후 보완 수사를 요구받은 경찰이 교정시설에 몰리면서 조사 공간도 꽉 찼다는 것이다.
안미현 대전지방공소청 천안지청 부부장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이러한 사례를 공개하며 "검사와 경찰이 서로 발을 동동 구르며 하소연한다. 신종 품앗이도 아니고 서로의 일을 대신 해주는 듯한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적었다.
개정 형소법 부칙은 오는 12월 30일까지 '유예기간'을 규정해 검찰이 처리하지 못한 사건을 공소청이 마저 수사해 종결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이 동안에도 적극적 수사는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소시효가 임박했거나 사건의 성질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경우에만 수사를 허용했으나 기준이 모호해 향후 재판에서 위법 여부를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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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현수]
재판 과정에서도 이른바 '검사 손이 닿은 증거'를 만들지 않으려는 안간힘은 이어진다.
괜히 재판부에 추가 자료를 제출했다가 도리어 '위법 수집 증거'로 판단돼 재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재판이 시작된 뒤 이후 피해자가 증거 자료를 추가로 찾아내더라도 검사를 통해 제출하는 길이 사실상 막혀 막막한 상황이다.
지난달 중순 열린 보이스피싱 사건 공판에서는 피해자가 법정에 직접 출석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며 추가 증거를 제출하겠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동의하면 자료를 제출받고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검사가 "증거를 직접 제출받기 어렵다"고 난색을 보이면서 재판은 마무리되지 못했다.
이 재판에 변호인으로 참여한 김병국 변호사(법률사무소 번화)는 "결국 피해자가 제출하려는 증거를 어떤 절차로 처리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재판이 속행됐다"고 전했다.
재경지법 한 형사부 판사는 "과거에는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나 형사처벌 전력이 담긴 판결문 등이 누락됐더라도 검찰이 추가 증거로 제출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지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워 각 재판부가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의 공백과 혼선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거듭 노출되면서 사회적 약자와 범죄 피해자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수의 성범죄 피해자를 대리한 이은의 변호사(이은의법률사무소)는 "성범죄 사건의 추가 자료 제출도 앞으로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며 "경찰을 거쳐야 한다면 경찰관이 자료를 검토한 뒤 법원에 전달할지 아니면 검토 없이 전달할지에 대한 기준도 없다"고 말했다.
away777@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1일 05시55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최원정, 이영섭, 김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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