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미

무단합사 소송 원고측 "회피로 일관"…야스쿠니 측 "법정서 논의 필요 없다"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일제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일본 야스쿠니 신사가 한국·대만 등의 전쟁 피해자 영혼까지 무단으로 '합사'(合祀)하며 내세우고 있는 '영혼 분리 불가' 교리의 타당성이 합사 철회 문제를 다투는 일본 법정에서 논점으로 떠올랐다.

6일 오전 야스쿠니 합사 취소 소송의 구두변론이 진행된 도쿄지방재판소의 법정에서 무단 합사 철회를 요구하는 원고 측은 야스쿠니 신사에 '한번 합사된 영혼들을 분리해 합사 취소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이 합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그에 대한 반박을 요구했지만,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소송은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신사에 합사된 한반도 출신 군인·군속들을 합사에서 빼달라며 유족들이 제기한 3차 소송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이나 강제 동원된 한국·대만인 희생자의 영혼을 분사(分祀)해야 한다는 요구를 거부하면서 일본 전통 종교인 신도(神道)에서 한 번 합사돼 하나의 '좌'(座)에 앉은 영혼들을 다시 분리할 수 없다는 교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 야스쿠니 무단 합사 반대 원고 측 오구치 변호사(좌측)

야스쿠니 무단 합사 반대 원고 측 오구치 변호사(좌측)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6일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열린 야스쿠니 무단 합사 철회 3차 소송 구두 변론 뒤 회견에서 원고 측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6.11.6. csm@yna.co.kr

원고 측 오구치 아키히코 변호사는 "야스쿠니 신사 측에 해당 교리가 근거가 없다는 다른 대형 신사의 견해나 신도 교리 전문가의 의견 등을 모아 준비서면을 통해 전달했으나 시간이 흘러도 어떠한 반론도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구치 변호사는 "야스쿠니 신사가 영혼들의 분리가 불가능해 무단 합사 철회가 어렵다고 믿는다면, 왜 반박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함구로 일관하면서 회피하려고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야스쿠니 신사 측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종교 교리와 관련된 문제로 법정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원고 측은 "야스쿠니 신사가 전사자 유족들의 합사 철회 요구에 응하지 않는 이유는 만약 철회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야스쿠니 신사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전사자 영혼 독점'이라는 허구가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침략전쟁 당시 전사자 유골 귀환 등을 일본 제국주의 정부가 "야스쿠니 신사에 모두의 영혼이 모셔졌으니 안심하라"는 논리로 회피한 뒤 아직 야스쿠니 신사를 비호하고 있다며 헌법상의 정교분리 원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태평양 전쟁 때 숨진 자국 군인뿐만 아니라 강제로 참전한 한국인 전몰자 명부도 야스쿠니신사에 제공, 결국 야스쿠니신사에 한국인들까지 태평양전쟁 A급 전범과 함께 합사했고, 합사를 취소하라는 유족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한국인 2만여명이 합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월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 격)는 2013년 한국인 합사자 유족 27명이 낸 합사 취소 소송에서 원고들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정 기간(제척기간)인 20년이 지났다면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지난해 손주 세대 6명이 3차 소송을 제기했고 1942년 당시 22세이던 할아버지 장천옥 씨가 강제로 끌려가 쿠릴열도 인근에서 숨진 뒤 야스쿠니 신사에 무단 합사된 김옥순 씨와 재일동포 3세 등이 원고로 합류했다.

원고 김 씨는 이날 법정에서 "할아버지가 야스쿠니에 무단 합사된 것은 단순히 불쾌감이나 감정적 상처를 넘어선 문제"라며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가 자행하고 있는 명백하고 지속적인 인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가톨릭 신자로 조부의 평온한 영혼의 안식을 기도해온 가족의 종교적 양심과 인격권을 짓밟는 폭력"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cs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6일 13시53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조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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