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새 포도밭 20% 사라진 지롱드, 최근 선거서 잇단 극우 승리
폭염·에너지 비용·와인 소비 급감 '삼중고'…"정부가 해준 게 뭔가"
국민연합, 지역 현안 파고들어…"기독교·전통 강조 '정체성 정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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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오랜 생활고에 지친 프랑스 농촌 지역 민심이 우익 포퓰리즘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대표 와인 산지 보르도를 중심으로 한 지롱드 데파르트망(광역자치권)은 극심한 여름 폭염, 높은 에너지 비용, 전 세계 와인 소비량 급감의 삼중고에 빠져 있다.
포도 농사를 포기한 농민도 상당수다. 지롱드에서 올해 1만95개 농가가 포도밭 7천825㏊(78.25㎢)를 엎었다. 2023년 이후로는 이 지역 포도밭 20% 이상이 사라졌다.
최근 프랑스 전역을 휩쓴 학생·시민단체 시위는 지롱드에서도 벌어졌다. 보르도에서는 바리케이드에 불을 지르는 폭력시위도 일어났고 블라이에서는 고등학생들이 학교 입구를 봉쇄했다.
이는 단편적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 그 밑에는 비관적인 미래에 대한 지역 전체의 불안과 패배감이 깔려 있다. 30년 만에 포도 농사를 접은 한 농민은 "화가 난다기보다는 슬프다"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아무런 말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롱드는 수십년간 좌파 성향이 더 강했던 지역이지만 서서히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부유한 도시 보르도 시장직은 6년간 좌파 녹색당이 차지하다가 올해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우파 정당 르네상스로 넘어갔고, 블라이를 둘러싼 의회 선거구는 좌파 사회당이 20년간 쥐고 있다가 2017년 르네상스로 넘어갔다.
지롱드 제11선거구 하원 의석은 2012년 사회당, 2017년 르네상스가 차지했으나 2022년에는 대선 유력주자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국민연합(RN)의 에드위주 디아스가 당선됐다. 디아스는 2024년에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결선까지 가지도 않고 재선됐으며 올해 9월에는 상원의원으로 선출됐다.
디아스 의원은 "우린 상시로 선거운동을 한다. 1년 내내 시장을 돌며 사람들을 만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작은 마을에서 열린 지역 군인의 은퇴 기념잔치에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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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국민연합은 농장 일꾼과 노동자부터 상점 주인, 지역 약사, 상인까지 여러 계층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2024년 총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인 유권자층은 노동자층으로 57%에 달했고, 사무직도 44%나 국민연합을 지지했다.
디아스 의원은 "좌파는 더 급진적이 됐고 농민들보다는 가자지구를 옹호한다"며 "국민은 마크롱이나 그 후계자들에게는 희망이 없다는 걸 안다. 진지하고 확신을 주는 건 마린 르펜의 담론"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일상을 개선한다'는 국민연합의 전략은 다른 지역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많은 경우에 지역 정치인들이 기독교나 전통을 강조하는 '노골적 정체성'(red-meat identity) 정치가 활용되며, 일상적인 현안으로 눈을 돌리는 포퓰리즘 전략이 어려운 시기에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지롱드 북쪽 비엔 데파르트망의 소도시 생사뱅의 시장직은 12년간 좌파 차지였다가 올해 3월 국민연합의 프레데리크 주앙에게로 넘어갔다. 주앙 시장은 물가 상승으로 지역 예산도 빠듯해지는 가운데 밤거리에 가로등을 다시 켜고 교회에서 출발하는 횃불 행진과 같은 지역 축제를 되살렸다.
주앙 시장은 "포도밭을 잃으면서 우린 테루아(땅)와 수완, 전통을 잃고 있다"며 "주민들은 축제 분위기 속에 다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의 정치학자 뤽 루방은 "우리는 거대한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며 "(극좌파)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가 한때 (극우) 국민연합의 자리였던 '주변 세력'이 되고 있다. 국민연합이 온건 우파 유권자들에게 안겼던 것보다 훨씬 큰 위협을 LFI가 온건 좌파 유권자들에게 안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웬만한 유럽연합(EU) 회원국보다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 체계를 갖춘 프랑스에서 정부와 사회계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뢰가 이 정도로 금이 가고 주류 정치에 대한 신뢰가 붕괴하는 건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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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6%로 2017년 당선 이후 최저를 기록했으며,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최근 폭력사태가 정부 책임이라는 응답이 81%에 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마크롱 대통령과 그의 중도 정치 10년이 더는 희망이 아닌 실망을 안기고 있다면서, 이것이 국민연합으로 희망의 무게를 옮겨 가고 있다고 전했다.
cheror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3일 22시26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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