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 수급자 284만명…수급 기간 10년 넘은 가구가 20% 차지
"복지 늘면 근로의욕 저하" 인식 우세…국내외 연구선 효과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최근 서울역 노숙자들에게 120만원을 주는 정책이 시행된다는 글이 인터넷에서 확산했다.
온라인은 이에 반대하는 댓글들이 많았다.
확인 결과 120만원을 주는 정책이 새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정확한 근거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금액으로 볼 때 예전부터 시행된 노숙자 일자리 사업 지원 정책이 마치 새로 시작되는 것처럼 와전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 외에도 온라인에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 받는 금액이나 이들을 위한 복지제도들을 두고 비판하는 글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빈곤층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들에 대한 지원이 오히려 근로 의욕을 저하할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비판은 어느 정도나 맞는 것일까. 기초생활수급 제도를 둘러싼 여러 비판과 실제 제도의 운용 실태에 대해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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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약 284만명…올해 생계급여 예산 9조원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옛 생활보호법을 대체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토대로 2000년부터 운영됐다.
목적은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최저생계비 이하 저소득층의 기초생활을 국가가 보장하는 것이다.
시행 후 여러 번 개편되면서 현재는 생계급여·주거급여·교육급여·해산급여·장제급여·자활급여·의료급여 등 총 7종의 급여가 지급된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2025년 12월 말 기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약 284만명(211만8천가구·중복 제외)이다.
이는 전년(267만3천485명) 대비 6.1% 증가한 규모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17년 158만명으로 감소했지만 2018년부터는 8년 연속 증가세다.
전체 인구 대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비율인 수급률은 5.5%로, 이 또한 2017년 3.1%에서 계속 상승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수급자의 96%를 차지하는 일반 수급자의 연령별 현황을 보면 65세 이상이 44.4%로 가장 많고, 40∼64세가 31.7%로 뒤따른다.
가구원 수별로는 74.7%가 1인 가구였고 이어 2인 가구(15.6%), 3인 가구(5.8%)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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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22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한 쪽방 복도가 얼어붙어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수급자 선정 기준은 급여별, 가구원별로 다르고, 이에 따라 지급방식·지급 액수에서도 차이가 난다.
예컨대 생계급여의 경우 중위소득 32% 이하의 기준선보다 소득과 재산을 합한 소득인정액이 적을 경우 기준선과 소득인정액의 차액을 지급한다.
교육급여는 가구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초·중·고교생 등이 대상이다. 학교급별로 정해진 교육활동지원비 등을 바우처 방식으로 지원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6 대한민국 재정'을 보면 올해 기초생활보장 관련 예산은 생계급여·의료급여가 각 9조원대다. 주거급여 또한 2조원이 넘는다.
생계급여 예산은 2024년 7조5천411억원, 2025년 8조4천900억원, 2026년 9조1천727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2년 사이 1조6천316억원(21.6%)이 늘어났다.
◇ 빈곤자 지원엔 동의하지만 증세는 반대…"가난 원인은 '노력 부족'"
온라인에 올라온 글 내용처럼 서울역 노숙자에게 월 120만원을 지급하는 새로운 정책은 확인되지 않는다.
월 120만원이라는 금액으로 추정해 볼 때 올해 1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인 최대 82만원과 서울시 주거급여(임차료)인 최대 37만원 정도를 합산한 금액이거나 일하는 노숙인들에게 월 약 100만원 정도를 지원하는 노숙인 일자리 협력사업(노숙인 자활지원사업)이 마치 신규 정책인 것으로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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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글의 진위와는 별개로 온라인에서는 빈곤한 이들에게 현물이나 현금을 지원하는데 대한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공식 조사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5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7천300가구 조사 완료)에서는 '빈곤층에 대해 정부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문항에 절반 이상인 51.64%가 반대했다.
동시에 이 조사에서는 '사회복지를 위해 세금을 늘려야 한다'는 문항에도 반대(31.5%) 비중이 제일 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성인 남녀 3천87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2018)에서도 '세금을 더 거둬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75.7%가 '정당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복지 확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다른 정부 지출을 감축해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이 55.2%였고, 증세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은 18.1%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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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갤럽의 인식조사에서도 극빈자들에게 복지 혜택을 더 많이 주기 위해 지금보다 2배 이상 세금을 더 내는 것에 찬성할지를 묻자 77%가 반대했고 찬성은 8%에 그쳤다.
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위해 세금을 더 내는 것에는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인 셈이다.
여러 연구 보고서에서는 이런 태도가 가난이 개인의 책임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복지패널 보고서를 보면 응답자들은 빈곤이 개인과 환경 양쪽 모두로부터 비롯된다고 봤지만, 미치는 영향 정도를 평가할 땐 중요하다는 응답이 개인 요인에서 더 높았다.
구체적으로 빈곤의 원인 11개 항목에 대해 '얼마나 중요한가'를 물었을 때 중요하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은 항목은 개인적 요인인 '책임감·자기규율 부족(음주, 도박 등)'이었고, '동기·노력 부족', '절약·가계 관리 부족'이 뒤를 이었다.
'기업·산업의 낮은 임금', '좋은 일자리 공급 미흡' 등 환경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응답도 많았으나, 개인적인 요인들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었다.
갤럽이 발간한 '빈곤에 대한 인식 1990-2023'(2023)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갤럽은 1990년·2012년·2017년·2023년 총 4차례에 걸쳐 빈곤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했는데, 2023년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가난의 원인으로 '노력 부족'(42%)을 '환경'(28%)보다 더 많이 꼽았다.
앞선 3차례 조사에서는 '노력 부족'보다 '환경'을 꼽는 이들이 더 많았는데, 2023년 들어 뒤집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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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AI플랫폼 생성.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언급한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에서는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에 반대한 이들에게 직접 그 이유를 물었다. 이에 응답자의 35.58%가 '세금이 낭비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나와 가족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적음'이 21.89%, '복지가 사람을 게으르게 만듦'이 21.70%로 뒤따랐다.
한국복지패널 보고서에서도 '사회복지를 늘리면 일할 의욕이 떨어진다'는 문항에는 43.8%가 동의해 반대(37.2%)보다 많았다.
◇ 빈곤층 지원하면 근로의욕 감소?…국내연구는 "감소"·해외선 "증거 못찾아 "
빈곤층에게 현금 혹은 현물을 지원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국내외 연구를 보면 근로의욕과 관련해선 결과가 엇갈린다.
세계은행 학술지 '세계은행 리서치 옵저버'에 게재된 '게으른 복지 수급자라는 고정관념 깨기: 현금 이전 프로그램의 증거'(2017) 보고서에서는 전세계 6개 개발도상국에서 정부가 운영한 현금 지원 프로그램 7건을 분석한 결과 이 프로그램들이 근로를 위축시킨다는 체계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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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국내에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충급여 방식이 노동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있다.
근로소득 공제가 일부 적용되지만, 기본적으로는 소득인정액이 증가하면 생계급여가 줄어드는 구조 때문이다.
한국사회학회에서 발행하는 '한국사회학'에 실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근로, 소득, 빈곤에 미친 영향'(2010) 연구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저소득층의 근로 확률을 약 5.4% 떨어뜨렸다.
한국행정논집에 게재된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에 대한 근로장려금 중복수혜 효과'(2022) 연구에서는 기초생활수급액이 증가할수록 가구주의 취업확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결과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이 근로의욕을 감소시키고 노동공급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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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소득분배 효과와 관련해서는 빈곤층의 소득 증대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는 점은 입증됐지만, 빈곤선 위로 수급자들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다수의 연구에서 나타난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21∼2023년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및 평가 연구'(2023)를 보면 중위소득 40%를 빈곤선으로 잡았을 경우 빈곤 갭(빈곤층의 소득과 빈곤선 사이의 격차)의 감소 효과는 26.5%였으나, 빈곤율의 감소 효과는 8.4%에 그쳤다. 빈곤선까지는 소득을 올리는 유인이 되지만 이를 넘어서도록 하는 데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상황에서 장기간 급여를 받는 수급가구도 늘고 있다.
복지부의 '2025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수급 기간이 10년이 넘은 가구는 2015년 약 25만 가구에서 2025년 약 40만 가구로 60% 늘었다.
2025년 기준 수급 기간이 10년 이상인 가구는 19.9%였고, 5년 이상은 41.8%에 달한다.
근로를 통한 수급 탈출도 줄어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탈수급 현황을 보면 지난해 소득 증가와 신규 취업·창업에 따른 탈수급은 모두 합쳐 6만6천976명으로, 2021년 8만4천381명보다 20.6% 감소했다.
특히 신규 취업·창업에 따른 탈수급이 크게 감소해 2021년 2만6천674명에서 지난해 1만2천146명으로 절반 이상(54.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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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Yonhap Korean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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