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GOP 철책 훼손 사건, 진지하게 반성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과 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러면 그런 미군은 믿을 수 있냐. 그렇지 않은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려던 취지였다. 문제가 된 건 이 발언이 '이란을 굴복시키지 못한 미군을 북한과 전쟁 시에도 믿기 힘드니 전작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였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이력과 현직의 무게를 고려하면 언행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국방부가 '장관은 미군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려 반문한 것뿐'이란 취지로 해명했으니 이를 믿고 싶다. 소모적 논쟁과 말꼬리 잡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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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지금은 미군에 대한 신뢰가 문제가 아니라 과연 우리 국민이 우리 군을 믿고 편히 잠들 수 있는 건지 진지하게 의문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빈 총 경계', '삼단봉 보초' 사건 등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군에서 급기야 듣고도 귀를 의심케 하는 일이 최근 일어났다. 민간인 여성에 의해 최전방 일반전초(GOP) 철책이 사실상 뚫린 거나 다름없는 사건이다. 이 30대 여성은 민간인출입통제선을 제지 없이 넘어 GOP까지 진출했고, 미리 준비한 공구로 철책에 설치된 경보 센서를 절단해 훼손했다. 최전방 근무 경험이 있는 수많은 국민들은 이 사태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안다.
민간인이 민통선 안에서 거의 하루를 돌아다니다 GOP 철책까지 망가뜨렸는데 군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 민간인이 남파 간첩이거나 무장 요원이었다면 안보 최전선에서 비상사태가 일어날 뻔했던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군의 사후 해명을 보면 사태에 대한 인식이 일반 국민만 못한 듯하다. 합동참모본부는 "적을 경계하는 최전방 GOP 경계 작전과 우리 국민 협조를 전제하는 민통선 운영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GOP를 적이 뚫은 건 아니니 큰 문제는 없다는 뜻인 건가. 전선 경계에 추호의 빈틈도 없는 게 기본인 군이 이런 해명을 하는 건 차라리 침묵하는 것만 못할 수 있다. 고개를 숙이고 앞으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경계 근무를 완벽히 하겠다고 말하는 게 정상 아닐까.
북과 대치한 군단에서 실탄 없이 경계에 나서고, 어떤 사단에선 삼단봉을 든 채 위병소를 지키고, 한미연합훈련에서 미군 무인기를 적기로 오인해 격추할뻔하는 등 우리 군의 신뢰를 떨어뜨린 일들이 이미 잇따라 일어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또 발생한 민간인 GOP 철책 훼손 사건은 과연 군이 기강을 다시 세울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대형 참사는 갑자기 일어나기보다 사소한 징후들이 누적되고 방치된 결과로 발생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릴 때다. 민간에서의 사고도 당연히 일어나선 안 되지만, 군에서 일어나는 대형 사고나 급변 사태는 국가와 국민 전체를 순식간에 중대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다시는 우리 군에서 이번 사건과 같은 어이없는 일이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 다음번엔 자칫 신뢰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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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7일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접경지역에서 북한군이 진지 작업을 하고 있다. 2026.10.27
lesl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29일 07시58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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