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농촌 장가보내기 운동에 베트남 출신 신부 급증
다문화 30년, 2030 역차별 반발에도 중장년 인식은 그대로
다문화가족 피해 없게 '공정 속 상생' 정책으로 전환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1990년대 후반 농촌총각 장가보내기가 국가적 숙원사업이었다. 정부와 농협, 지자체가 나서 동남아에서 신부를 데려오는 데 도움을 주고 결혼식 비용까지 대줬다. 2005년 전체 혼인의 13.5%가 국제결혼일만큼 외국인 배우자가 늘었고, 시민단체들은 차별적 표현인 '혼혈아'를 대신할 말로 '다문화'를 제안했다.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으로 이어진 시대 배경이다.
이미지 확대
▲2002년 5월17일, 문화체육부 산하 체육진흥공단 후원으로 열린 농촌총각 합동결혼식 <저작권자 ⓒ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30년이 흐른 지금도 다문화라 하면 중년의 농촌 총각과 20대 동남아 여성의 결혼을 떠올리는 사람이 다수다. 중국 동포와 일본인을 배우자를 둔 가정도 다문화에 속해 각종 우대를 받지만, 그럴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잘사는 나라이고 피부색도 같아서 다문화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정부의 최근 국제결혼 통계를 보면 이런 간극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남일녀' 커플의 급증세가 상징적이다. 지난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혼인 건수에서 일본은 약 1,500건으로, 베트남·중국·태국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3년 사이에 무려 2.5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베트남을 따라잡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동남아를 30년 전 '신부 수출국'으로만 보는 인식도 달라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베트남은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올해 세계은행이 분류하는 중상위소득국에 진입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에서도 중국을 제치고 처음 1위에 올랐다. 한때 신부를 맞아들이던 나라가 이제는 학생들을 유치하려는 나라가 됐다.
한편에서는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 혼인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다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서도 다룰 만큼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국적 취득과 복지 수혜의 방편으로 악용하는 베트남 여성이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여성(귀화자 및 재혼 포함)과 결혼한 외국인 남편의 국적은 미국 28%, 중국 17%, 베트남 15%, 캐나다 6% 순이었다. 그런데 베트남 남성과 재혼한 한국 여성의 90% 가까이가 귀화한 베트남 사람으로 드러났다.
이미지 확대
(춘천=연합뉴스) 강원교육청이 베트남 교육훈련부 관계자들과 협약식을 갖고 한국 직업계고 유학을 희망하는 베트남 학생에 각종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2025.9.23 [강원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다문화 지원 정책의 역차별 문제를 지적하며 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가 시민단체들로부터 차별과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논란을 바라보는 시각은 세대와 이념 성향별로 엇갈린다. 다문화가정 자녀와 함께 자란 2030 청년층과 중도 및 보수는 다문화 우대의 형평성을 따지는 반면, 주로 언론을 통해 동남아 신부들의 어려움을 봐온 40대 이상 중장년층과 진보는 소수자 보호에 더 무게를 둔다.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정(情)의 문화와 정치적 올바름(PC)이라는 잣대까지 더해져 다문화 지원 정책은 그 타당성을 묻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성역이 됐다. 귀화자인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노동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한데 소수로 묶어 바라보는 무지도 논의를 흐린다.
이번 다문화 논란은 정책의 합리적 재정비 못지않게 다문화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변화된 현실을 외면한 채 '소수자 우대'라는 과거 틀에 갇혀 있다면 역차별 논란과 세대 간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대 피해자는 결국 소수인 다문화 가족임을 직시해야 한다. 다문화 지원이 특혜가 아닌 '공정 속 상생'의 가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서두르길 바란다.
이미지 확대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주민 노동·인권 단체 인사들이 모여 다문화가정 우대 제도 개혁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사과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11.3
seephoto@yna.co.kr
jah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5일 07시30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김재현
At a glance
- Topic
- World
- Country
- 🇰🇷 KR
- Publisher language
- KO
- Added to Alln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