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형

"산 사람도 사망자로 간주, 유권자 명단서 삭제"…오류 사례 속출

이미지 확대 인도 '선관위원장 퇴진' 집회 수만 명 규모로 확대

인도 '선관위원장 퇴진' 집회 수만 명 규모로 확대

지난 1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대규모 유권자 삭제 의혹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인도에서 대규모 유권자 명단 삭제 의혹과 관련해 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야당 주도 시위가 수만 명 규모로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살아 있는 사람을 사망자로 분류, 유권자 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선거관리위원회의 엉터리 행정 사례가 줄줄이 알려지면서 야권과 'Z세대 시민운동 단체' 바퀴벌레국민당(CJP)이 내는 항의의 목소리가 한층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AP·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인도 수도 뉴델리 중심부에서 열린 야당 주최 선관위 규탄 집회에 시위대 수만 명이 참여했다.

그간 CJP가 관련 집회를 벌여온 장소 '잔타르 만타르' 천문대가 당국의 시위 허가 지역에서 제외되자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 등은 역사적인 시위가 여러 차례 열렸던 '람릴라 마이단' 광장에서 모였다. CJP도 이번 집회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라훌 간디 INC 전 대표는 연설에서 지난 총선 이후 인도 전체 유권자의 약 15%인 1억3천300만여명이 선관위의 유권자 명단 개편 작업에 의해 명단에서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가게에서 작은 물건 하나 훔치고 감옥에 가는 것과 같은 단순한 절도가 아니다"라며 "이는 모든 인도 국민의 목소리를 훔치는 것이며, 모든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훔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선관위는 사망자와 이주자, 중복 등록자 등 유권자 명단에 남아 있을 자격이 없는 인원을 정리하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해왔다.

이번 시위는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이후 최대 규모의 반대 시위 중 하나였으며, 대체로 평화적으로 열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당국은 시위 장소에 경찰 등 치안 병력 수천 명을 배치하고 수백 대의 폐쇄회로TV(CCTV)·무인기(드론)·보디캠 등 장비를 동원해 대대적인 감시 활동을 벌였다.

이미지 확대 인도 '선관위원장 퇴진' 집회 수만명 규모로 확대

인도 '선관위원장 퇴진' 집회 수만명 규모로 확대

지난 1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대규모 유권자 삭제 의혹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9월 선관위가 모디 총리의 집권 인도국민당(BJP)에 유리하게 유권자 명단에서 야당 성향 유권자들을 대거 삭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CJP 등은 갸네시 쿠마르 선관위원장의 사퇴와 선관위 독립성·투명성 강화 등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여왔다.

전날 시위에 참석한 학생 리나 마토는 중부 차티스가르주 자그달푸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자신의 가족 4명이 이주한 것으로 잘못 기록돼 유권자 명단에서 삭제됐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그는 "갑자기 우리가 살던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한 것으로 처리됐다"며 "이에 대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며, 우리는 그것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심지어 델리 주민 캄타 프라사드(53)의 경우 멀쩡히 살아 있는데도 지난 8월 말 선관위가 발표한 유권자 명단 초안에서 사망자로 분류돼 유권자 자격이 박탈됐다.

재단사 일을 하며 하루 약 250루피(약 3천540원)의 수입으로 네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프라사드 씨는 이제 생업도 포기하고 자신의 생존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 정부 기관에서 관련 서류를 떼느라 하루를 보내고 있다.

프라사드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온갖 곳을 돌아다니고 있다"며 "지난 35년간 투표를 해왔다고 그들(정부 기관)에 말했는데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프라사드처럼 유권자 명단에서 제외된 이들은 생존 증명, 거주지 증명, 신규 서류 제출 등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며, 선관위 사무실을 여러 차례 방문해 심문받는 등 명단에 다시 이름을 올리기 위해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길거리 청소부 샤히다의 경우 어머니와 나이 차이가 15살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관위 소프트웨어에서 의심 사례로 분류돼 유권자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AFP 통신은 소개했다.

샤히다는 "당시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조혼이 흔했다"며 "내가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돌아가신 조부모에게 왜 어머니를 어린 나이에 결혼시켰는지 물어보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자가트 프라카시 나다 인도 보건가족복지부 장관은 "람릴라 마이단에서 벌어지는 일은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행위가 아니다"라며 "이는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국가를 무정부 상태로 몰아넣으려는 치밀한 음모"라고 인도 ANI통신에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간 BJP 소속 인사들은 인접국 방글라데시에서 온 무슬림 이주민들이 인도 유권자 명단에 불법적으로 이름을 올렸다고 주장해왔다.

jhpar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2일 17시27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박진형

At a glance

Topic
World
Country
🇰🇷 KR
Publisher language
KO
Added to Alln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