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日·美 연구팀 "프루틀리스 유전자, 수컷의 청각·짝짓기 행동에 관여"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모기 수컷이 암컷의 날갯짓 소리를 듣고 위치를 찾아 짝짓기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가 확인됐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수컷은 암컷 날갯짓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확대 "프루틀리스 유전자 돌연변이 수컷 모기, 청각 기능 저하"

"프루틀리스 유전자 돌연변이 수컷 모기, 청각 기능 저하"

프루틀리스(fruitless) 유전자는 모기 수컷이 암컷의 날갯짓 소리를 듣고 위치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컷에서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청각이 손상돼 암컷을 찾아내어 짝짓기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ChatGPT 활용해 수정. [Yoko Sasayam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본 나고야대와 미국 아이오와대 공동 연구팀은 28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서 뎅기열과 지카열, 황열 등을 옮기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의 프루틀리스 유전자(fruitless gene)가 수컷의 청각 기능과 행동 형성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수컷이 짝짓기하려면 암컷의 날갯짓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에 프루틀리스 유전자와 그 하위 유전자들을 표적으로 하면 번식을 초기 단계부터 방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모기 방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와 뎅기열, 황열, 지카열 등 위험한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모기 개체 수를 조절하는 방법을 찾고자 오랫동안 모기의 번식 메커니즘을 연구해 왔다.

모기 수컷들은 해 질 무렵 무리를 지어 모이고, 그 안으로 날아드는 암컷의 날갯짓 소리를 감지해 쫓아가 짝짓기한다. 암컷은 짝짓기 뒤 숙주를 찾아 피를 빨고 알을 낳는데,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옮긴다.

연구팀은 프루틀리스 유전자는 초파리 연구에서는 암수 행동 차이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모기의 청각과 짝짓기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미지 확대 더듬이 편모부와 존스턴기관으로 구성된 모기 청각기관

더듬이 편모부와 존스턴기관으로 구성된 모기 청각기관

모기의 더듬이 편모부(flagellum)는 소리를 감지해 진동한다. 이 진동은 더듬이 밑부분의 존스턴기관(Johnston's organ)으로 전달돼 그 안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한다. ChatGPT 활용해 수정. [WPI-ITb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모기의 청각기관은 더듬이 밑부분에 있는 존스턴기관(Johnston's organ)과 여기에서 뻗어 나온 긴 편모부(flagellum)로 구성된다. 모기의 귀는 암수 간에 형태와 기능의 차이가 뚜렷하며,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리의 주파수도 서로 다르다.

연구팀이 이집트숲모기 수컷의 프루틀리스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킨 다음 정상 수컷과 행동을 비교한 결과, 돌연변이 수컷은 정상 수컷과 달리 해 질 무렵 다른 수컷들과 무리를 이루지 않고 암컷과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상 수컷은 암컷의 날갯짓 소리에 해당하는 주파수에 강한 유인 반응을 보였지만, 돌연변이 수컷은 실험에서 시험한 어떤 주파수에도 끌리지 않았다.

암수의 청각기관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리의 주파수가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존스턴기관에서는 프루틀리스 유전자가 강하게 발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상 수컷은 암컷의 날갯짓 소리에 해당하는 주파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프루틀리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수컷은 청각기관의 최적 반응 주파수가 더 높은 쪽으로 이동해 암컷 날갯짓 소리의 주파수 범위를 벗어났다.

이미지 확대 모기 짝짓기

모기 짝짓기

수컷 모기는 무리를 지어 암컷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다가 암컷이 접근하면 암컷의 날갯짓 소리를 감지하고 다가가 구애하고 짝짓기한다.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의 날갯짓 주파수는 수컷이 약 750㎐, 암컷이 450㎐다. [PLOS Biology, Yumin Loh et a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프루틀리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수컷은 청각기관 특성이 부분적으로 암컷형으로 바뀌고 소리를 증폭하는 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돌연변이 수컷에서는 청각 신경세포의 소리 반응이 정상 수컷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며 이는 돌연변이로 인해 소리 감지 능력이 크게 손상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모기 청각기관의 RNA 염기서열 분석 결과 돌연변이 수컷은 암수 청각 기능 차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다이닌(dynein) 단백질의 유전자 발현이 달라진 것으로 드러났으며, 발현량이 높은 다이닌의 종류도 정상 수컷과는 달랐다.

연구팀은 여러 다이닌의 발현 변화가 누적돼 수컷 특유의 청각기관이 형성되고, 이를 통해 수컷이 암컷의 날갯짓 소리를 감지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이 결과를 활용하면 모기 번식을 초기 단계에서 방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이 연구는 청각과 행동에 관여하는 유전적 메커니즘을 밝힌 것이어서 실제 모기 방제에 적용할 수 있는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출처 : PLOS Biology, Yumin Loh et al., "fruitless is essential for male Aedes aegypti mosquito attraction to female flight sounds", http://dx.doi.org/10.1371/journal.pbio.3004041

scitec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28일 03시00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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