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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업의 미래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올해 10월 15일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표시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종가. 한종찬 기자 2026.10.15 saba@yna.co.kr
한국 반도체 주식들이 다시 칼날 위에 서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7월 급락 후 반등세를 나타내다가 9월 중순부터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26.4%, SK하이닉스는 34.5% 하락했다. 특히 SK하이닉스 주가는 7월 말 저점을 밑돌며 다시 신저가를 기록했다.
한국의 반도체 투톱만 하락한 것은 아니다. 이들과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전반적으로 약세다. 일본의 키옥시아(-37.5%)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낙폭이 컸고, 미국의 샌디스크(-31.1%)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19.9%),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22.2%) 등도 자국의 대표 주가지수보다 훨씬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상징하는 창신메모리(CXMT) 주가도 34.7% 하락했다. 중국 업체들의 도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정작 중국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이들보다 더 큰 주가 하락을 경험한 셈이다.
메모리 반도체주의 무차별적인 약세가 나타나면서 코스피는 또다시 한 단계 내려앉았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하다 보니 메모리 반도체주의 부진이 일부 업종의 국지적 조정에 그친 해외 증시와 달리 한국에서는 시장 전체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아이러니한 점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제조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의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주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비현실적인 수치로 느껴질 수도 있는 107조원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무기력하게 하락하고 있다. 4분기 실적은 3분기보다 더 늘어날 것이란 게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인 만큼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극단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2026년 예상 실적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4.7배와 3.6배에 불과하다. 2027년 예상 실적 기준으로는 각각 3.2배와 2.8배(이상 10월 22일 종가 기준)로 더 낮아진다. 이처럼 극심한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주식에 비관적 입장을 견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주식시장에서 늘 들을 수 있는 '펀더멘털 대비 저평가'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약간의 보충 설명을 덧붙이고자 한다. 금융시장에서 주가를 좌우하는 것은 확정된 과거 실적보다 미래 실적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가변적 전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천문학적 규모의 이익을 계속 벌어들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이 전망을 믿지 않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이미 확인된 이익을 높게 평가하지 않고 미래 전망에도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은 반도체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했지만 투자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회사채 발행 등 외부 자금 조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금리가 오르면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데이터센터 투자의 축소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기대하는 미래 수요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고금리가 반도체 수요와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는 의미다.
금리 상승은 수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미국 국채금리 상승은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이탈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9월부터 10월 22일까지 한국 주식시장에서 40.9조원을 순매도했다.
다만 최근 증시 부진을 외국인의 매도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외국인은 연초부터 8월 말까지 이미 186.9조 원을 순매도했지만 그 기간 코스피는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했다. 외국인의 매도는 올해 내내 이어져 온 흐름이지 최근 갑자기 등장한 악재가 아니다.
달라진 것은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내던 국내 가계자금의 움직임이다. 올해 1~7월 가계자금은 주식시장에 120.5조원 순유입됐고, 이는 외국인의 매도에도 증시가 상승할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
그러나 8월부터 순유출로 돌아서 10월 21일까지 26.9조원이 빠져나갔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이전에는 충분히 흡수할 수 있었던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종의 수급 공백이 나타나는 것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실적에 대한 신뢰 회복과 금리 안정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놓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글로벌 제조업체 가운데 가장 큰 분기 이익을 잇달아 기록하고도 주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현실을 보면 당장 확인하기 어려운 미래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당장은 미국 국채금리 방향이 더 중요해 보인다. 금리가 안정되면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누그러지고 AI 데이터센터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도 완화될 수 있다. 그 계기 중 하나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중동의 긴장이 해소되면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진정되고 국채금리에도 하락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반대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반도체주를 둘러싼 불신과 한국 증시의 수급 부담도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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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2025년 주식시장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2025.1.15 [한국거래소 제공] phot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31일 10시30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김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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