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자 푸에르토리코 한인회장, 참전용사 찾기 이어 참전비 건립 추진

흥남 철수 마지막까지 엄호한 제65보병연대, 생존자 이제 300명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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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자 푸에르토리코 한인회장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지난 27일 KBS 한민족 하나로 스튜디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이교자 푸에르토리코 한인회장. 2026 10. 28. phyeons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무명으로 묻혀있던 참전용사 6만 명의 고귀한 희생이 드디어 대한민국 땅에 널리 알려지게 되어 너무 기뻤습니다."

이교자 푸에르토리코 한인회장은 지난 27일 연합뉴스와 만나 "푸에르토리코뿐 아니라 16개국 참전용사들을 잊지 말고, 만나면 따뜻한 포옹과 함께 감사 인사를 꼭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푸에르토리코는 중미 카리브해 도미니카공화국 동쪽에 있는 미국 자치령이다. 국민은 태어나면서 미국 시민권을 얻지만, 대통령 선거권은 없고 의회 발언권도 제한된다.

이 회장은 "남편의 주재원 발령으로 이주해 15년 넘게 푸에르토리코에 살고 있다"며 현지 한인은 약 80명이며, 스페인어를 못하면 관공서 업무를 볼 수 없어 정착하지 못하고 본토로 돌아가는 한인이 많다고 했다.

참전용사와의 인연은 유적지 '엘 모로'를 찾았다가 입구 팻말에서 한국전쟁 참전 기록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참전용사들이 미군 제65보병연대 소속으로 싸운 탓에 서류는 미국 측에 귀속돼 있었고, 화재와 허리케인으로 상당수 기록이 사라진 상태였어요."

이 회장은 참전용사협회와 각 지역을 직접 찾아다니며 개인별 군 복무 기록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참전 사실을 입증했다.

2010년경 차로 3시간 걸리는 오지 마을에서 매월 첫째 주 일요일에 모이는 참전용사들을 처음 만났다.

한국에서 왔다며 태극기와 평화의 사도 메달을 건네자 참전용사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했다. 이 회장은 뜻을 함께하는 한인들과 활동하다 2014년 한인회를 결성했다.

이미지 확대 참전용사 초청해 평화의 사도 메달 전달 후 위로연

참전용사 초청해 평화의 사도 메달 전달 후 위로연

[푸에르토리코 한인회 제공]

한국전쟁에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군 약 6만1천명이 참전했고, 743명이 전사했다. 이들이 속한 제65보병연대는 '보린케니어스'로 불린다.

원주민 따이노 인디언의 땅 이름 '보린켄'에서 따온 말로 '용맹스럽게 싸운 전사들'이라는 뜻이다. 맥아더 장군도 이들의 용맹함을 극찬했고, 미국 의회는 의회 금메달(Congress Gold Medal)을 수여했다.

사계절 내내 여름인 섬의 청년들은 9월 반바지 차림으로 배에 올라 긴 항해 끝에 11월 부산항에 닿았다. 처음 본 눈에 "하늘에서 하얀 가루가 내린다"며 감탄했지만, 곧 동상으로 쓰러지는 전우들을 마주했다. 이들은 "적군보다 총까지 얼어붙는 추위가 더 무서웠다"고 전했다.

제65보병연대는 흥남 철수 작전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피난민과 병력 10만 명이 배에 오를 수 있도록 엄호했다고 한다.

"참전용사들은 당시 피난민의 절박한 눈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해요.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절대 물러설 수 없는 한계 상황을 '나의 38선(Para Treinta y Ocho)'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카리브해의 무명용사들'에 현지 코디네이터로도 참여했다.

이미지 확대 지난 6월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카리브해의 무명용사들'

지난 6월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카리브해의 무명용사들'

[유튜브 화면 캡처]

그는 한인회 부회장과 함께 참전용사 섭외와 통역, 이동 일정 관리를 맡았다. 방송 이후 한국과 미주 지역 단체들에서는 "그렇게 많은 참전용사가 있었는지 몰랐다", "푸에르토리코가 미국령인지도 몰랐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인회는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참전용사협회를 찾아 한국 음식을 대접한다. 서류가 소실돼 평화의 사도 메달을 신청하기 어려운 참전용사에게는 국가보훈처, 애틀랜타 총영사관과 협력해 참전 사실을 확인하고 수여를 돕는다.

이미지 확대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참전용사 찾아 한국 음식 대접하는 한인회 임원들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참전용사 찾아 한국 음식 대접하는 한인회 임원들

[푸에르토리코 한인회 제공]

허리케인으로 전력이 끊겼을 때는 발전기를 긴급 지원해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참전용사의 생명을 구했고, 코로나19 때는 마스크 30만 장을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전달했다. 대한불교 조계종이 보낸 성금 3억 원은 참전용사 300명에게 1인당 1천달러씩 전달됐다.

푸에르토리코 한국전 참전용사는 수년 전 2천여 명에서 현재 300명 수준으로 줄었고, 최고령자는 105세다. 해마다 국가보훈처와 재향군인회 초청으로 방한하는 이들은 발전한 한국을 보며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이미지 확대 판문점 방문한 미국과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들

판문점 방문한 미국과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들

(서울=연합뉴스)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방한한 6·25전쟁 참전 미국과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들과 관계자들이 2016년 9월 21일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DMZ)내 판문점을 방문해 판문각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10.28 [국가보훈부 제공]

이 회장의 최우선 목표는 참전비 건립이다. 아과디야 시 국립묘지 부지는 확보했지만, 비용 마련이 과제다. 한국에서 6만 1천여 명의 이름을 새긴 비석을 제작해 현지로 옮겨 세운다는 계획이다.

한인이 적어 모금이 쉽지 않은 만큼 LA 오렌지카운티 참전비위원회 박윤숙 회장이 다각도로 모금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2~3년 내 완공을 목표로 한국 정부와 국가보훈처, 기업의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참전비가 완공되면 한국과 푸에르토리코를 잇는 가교가 될 것"이라며 기대했다.

phyeons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28일 17시33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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