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유니세프 지원으로 교육·위생 환경 개선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 주어지길…선생님보다 좋은 삶 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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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채린]
(야운데·바투리·가루아불라이[카메룬]=연합뉴스) 김채린 기자 = 27일(현지시간) 카메룬 수도 야운데에서 차로 6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동부 지역 바투리의 음부누 초등학교.
뜨거운 햇볕 아래 한 층짜리 학교 건물 가까이 다가서자 아이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안을 들여다보니 아이들 200여명이 작은 교실에 빽빽하게 앉아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약 450명. 교실은 단 두 개뿐이다.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2인용 책상에 많게는 5명씩 앉아 수업을 듣는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불편한 기색 없이 반짝이는 눈으로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 아이의 책상 위에는 교과서 대신 거리에 나가 팔 음식과 쟁반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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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채린]
카메룬의 거리에서는 머리에 쟁반을 이고 바나나와 땅콩 등을 파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몸보다 큰 대야를 이거나 키보다 기다란 땔감을 옮기는 모습도 흔하다. 생계를 위한 노동이 아이들의 일상이다.
하지만 자식들을 공부시켜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게 하려는 부모들의 열망 또한 학교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음부누 초등학교 선생님의 단상 위에는 요리용 바나나로 불리는 '플랜틴'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모두 학부모들이 선생님을 위해 가져다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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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채린]
이 학교에 정부가 임용한 교사는 단 두 명뿐이다. 이에 교사가 부족한 카메룬 외곽 지역에서는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교사를 고용하기도 한다. 정해진 분담금은 없다. 각자의 형편에 따라 낼 수 있는 만큼 보태는 방식이다.
돈을 낼 형편이 안 되는 학부모들은 직접 수확한 플랜틴이라도 가져다 둔다. 교실 한쪽에 쌓인 플랜틴들은 아이들을 계속 가르쳐 달라는 부모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수업료'였던 셈이다.
부족한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변화는 진행 중이다. 교실 바로 옆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유니세프의 지원으로 새 교실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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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채린]
유니세프와 코이카는 음부누 초등학교를 포함해 이 지역 5개 초등학교에 교실을 2개씩, 총 10개 신축할 계획이다.
교실이 늘어나면 한 공간에 몰려 있던 학생들을 분리해 기존 200여명에서 약 60명씩 한 반에서 가르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별도의 공간 없이 행정 업무를 병행해야 했던 교사들을 위한 교무실과 교장실도 만들어진다. 교사의 업무 환경 개선 역시 교육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조건이라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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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채린]
위생과 식수 환경도 달라졌다. 과거 남녀 학생과 교사가 단 한 칸의 화장실을 공유했지만, 유니세프의 지원으로 남녀 화장실이 각각 세 칸씩 마련됐다.
장애 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화장실도 갖춰졌다.
학교 옆에 설치된 네 개의 거대한 물탱크는 학교와 마을 내 수도 네 곳으로 연결된다.
그 덕에 주민과 학생들은 최대 300m 거리 내에서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게 됐다. 물을 길으러 다니는 시간을 아끼는 것은 물론, 오염된 물로 인한 콜레라 등 수인성 질병의 위험도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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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채린]
씰 아르만콜랑 교장은 "과거에는 아이들이 아침에 학교에 오면 배가 아프다고 하거나 구토하는 일이 잦았는데, 마을에 물탱크가 들어서면서 그런 일이 크게 줄었다"며 "이제 교실이 새로 생기니 아이들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물을 길으러 풀숲에 들어갈 시간에 공부를 더 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이 학교에 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좋다"고 했다.
이 학교 학부모교사연대 회장을 지낸 쿰벰베 가브리엘 씨는 "물을 주는 것은 곧 삶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깨끗한 물 덕에 마을의 질병이 줄고 아이들의 삶도 한결 편해졌다. 우리에게 삶을 준 모두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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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부누 초등학교가 변화의 출발점이라면, 이곳에서 약 4시간을 더 들어가야 하는 가루아불라이 지역의 사발 마을은 그 변화의 결실을 이어가는 현장이다.
사발 마을의 초등학교는 2022년 코이카와 유니세프의 지원을 받아 교실을 증축하고 화장실을 개선했다.
이튿날 방문한 사발 초등학교에서는 한층 여유로운 공간에서 수업을 듣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학교의 동고 에벨라 교사는 지원 이후 교육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150명이 한 곳에서 공부하며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는 아이들도 많았다"며 "그런데 이제는 새 교실과 책상이 생기고 한 반의 학생 수도 53명으로 줄어 공부하기에 훨씬 좋은 환경이 됐다"고 했다.
학교 안에 식수와 화장실이 갖춰지면서 중도 이탈자도 줄었다.
과거에는 화장실에 가거나 물을 마시려면 마을까지 가야 해 수업 중 물을 마시러 먼 길을 떠난 학생들이 교실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학교 안에서 이를 모두 해결할 수 있어 아이들은 학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지원받은 환경을 잘 유지하려는 주민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 화장실 외벽을 알록달록하게 칠하는 등 학교 환경을 가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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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채린]
교육의 출발선을 앞당기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지역의 토착 언어만 사용하다 뒤늦게 학교에 등록한 아이들은 프랑스어를 할 줄 몰라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마을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교육받을 수 있도록 영유아를 위한 돌봄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는 주민들이 직접 선발하고 '아니마토'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선발된 아니마토는 코이카·유니세프의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엘비스 꽁누이 유니세프 카메룬 교육 담당관은 "학부모들은 학교의 가장 큰 지지자"라며 "학교가 잘 운영되고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주민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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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아이들]
변화 속에서 아이들은 저마다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사발 초등학교에 다니는 듀잇 크리스틴 양은 "교과서도, 학교에서 가지고 노는 축구공도 다 너무 좋다"며 "읽고 쓰는 걸 배우는 게 재밌다. 커서 의사나 간호사, 의상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또 다른 학생 마구젭 양은 "학교에 깨끗한 물과 화장실이 있어 좋다"며 "나중에는 경찰이나 군인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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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채린]
하지만 달라진 환경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교과서와 학용품이 부족해 5∼6명이 책 한 권을 함께 들여다보며 공부하고 있다.
별도의 생활 공간 없이 학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에벨라 교사는 자신보다 학생들을 먼저 생각했다.
그는 "큰 도시에서 좋은 교육을 받는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학습 자료가 열악해 걱정"이라며 "아이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원이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미래에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냐는 질문에는 한참을 고민한 뒤 답했다.
"아이들이 공부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환경과 기회가 주어졌으면 합니다. 그렇게 큰 아이들이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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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채린]
lyn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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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Yonhap Korean · 김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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