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진

베네수 권력투쟁 본격화…노벨평화상 vs 독재정권 핵심인사

마차도 "대선 열자" 첫 회견…로드리게스 "분열 말라" 대국민연설 맞불

이미지 확대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귀국 후 첫 기자회견을 진행한 모습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귀국 후 첫 기자회견을 진행한 모습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베네수엘라에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민주주의 투사와 마두로 독재정권 핵심인사의 권력투쟁이 공식화했다.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국민적 지지를 받는 반면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내정을 좌지우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대하고 있어 복잡한 대립양상이 예고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마차도는 29일(현지시간) 귀국 후 첫 기자회견을 전격적으로 열어 정권교체를 향한 의욕을 공표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도 이날 사전녹화 연설을 통해 자신을 수반으로 한 베네수엘라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구상을 밝히는 방식으로 맞불을 놓았다.

마차도는 수도 카라카스에서 진행된 회견에서 "선거의 날이 바로 자유의 날"이라며 "사회를 결집하고 조직화하기 위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이행을 되돌릴 수 없다"며 독재정권 잔재의 청산을 비롯한 베네수엘라의 정치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차도는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축출한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며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과 임시 정권 사이에 체결된 석유 협정을 두고는 "사회가 요구하는 투명성 수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비판해 분명한 거리를 유지했다.

이미지 확대 트럼프와 로드리게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트럼프와 로드리게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베네수엘라 매장 석유에 사실상 독점적 접근권을 갖는 대가로 로드리게스 정권의 정통성을 용인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마두로 독재정권의 2인자로서 석유장관, 재무장관, 부통령을 지낸 인사로 마두로 축출 뒤 친미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마차도는 지난 25일 비밀리에 귀국한 후 본격적인 공개 정치 행보에 나서고 있다.

그는 가택연금 상태인 자신의 변호사를 만난 것을 비롯해 측근, 지지자들과 다시 접촉 중이다. 28일에는 지난 6월 대지진으로 수천명이 사망한 라과이라주(州)를 찾기도 했다.

마차도 소속 정당 '벤테 베네수엘라' 전국 조직 책임자인 헨리 알바이레스는 마차도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국 순회 유세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도 마차도의 행보를 의식한 듯 이날 마차도 회견에 앞서 15분 분량의 사전 녹화 연설을 공개했다. 로드리게스는 부통령으로서 권한 대행 기간은 법적으로 초과한 상태다.

그는 선거 계획에 관해 "베네수엘라의 정치 전망은 달력에 적힌 날짜로만 가늠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선거가 갈등 원인이 돼서는 안 된다"며 마차도의 대선 실시 압박을 국가 분열의 원인으로 규정하며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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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의 환호 속 이동하는 마차도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맞서 마차도 측 알바이레스는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일이 정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야만 진정한 전환이 시작될 수 있고, 베네수엘라 국민이 평온한 마음으로 미래를 확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세기부터 전세계의 자유 민주주의 확산을 지지해온 미국 정부로서는 베네수엘라의 권력투쟁 본격화로 묘한 딜레마에 빠졌다.

독재정권 잔재 청산이라는 전통 가치와 에너지 자원을 확보해 에너지 독립을 이룬다는 자국 우선주의가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과거사 청산과 화해를 위해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 일부 야권 인사가 참여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는 아직 대선 시기가 구체화하지 않았다. 마차도가 이 절차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반발 때문에 마차도의 귀국까지는 막지 않았으나 향후 활동을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WSJ은 마차도와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간 경쟁은 "마두로 대통령 축출 후 침체한 경제를 재건하고 베네수엘라 핵심 에너지 부문을 미국 투자자에게 다시 개방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에도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iki@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30일 12시53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오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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