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흉내 배우가 광고판에 달린 철창 안에서 생활
"반미 메시지 확산 어려웠는데 전쟁으로 구도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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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이란 수도 테헤란의 번화한 광장에 감옥이 등장했다.
광고판에 설치된 이 감옥 안에는 가면과 가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흉내 낸 배우가 실제로 갇혀 있다. 그는 철창을 흔들고 침대에서 낮잠을 자는가 하면 트럼프 특유의 YMCA 춤을 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실제 사람을 등장시킨 테헤란의 반미 선전물을 소개했다.
테헤란 곳곳의 대형 광고판을 정치적 메시지 전달에 활용해 온 이란에서도 이번 '공연형 선전물'은 유독 이례적이다.
살아 있는 배우를 감방에 넣어 미국 대통령을 조롱하면서 배경 화면엔 전쟁 피해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란의 거리 선전은 지난 2월 전쟁 발발 뒤 한층 도발적으로 됐다. 여름에는 테헤란 중심부 엥겔랍 광장의 광고판에 낙서로 뒤덮인 관 속에 누운 트럼프 대통령이 누운 그림이 등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을 겨냥한 위협적 정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퍼뜨려 왔다. 그는 주로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려 이란 지도부를 조롱하거나 이들이 미국의 화력에 전멸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이런 그림, 영상 형태의 선전물과 다른 방식의 이번 '감옥 속 트럼프'는 평소 거리의 정치 선전물을 무심히 지나치던 이란 시민들까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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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A/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광고판은 부유층이 주로 사는 테헤란 북부의 교통 요지이자 시장이 가까운 타즈리시 광장에 세워졌다.
정치 집회와 선전 광고판이 자주 등장하는 테헤란 엥겔랍 광장과 달리 타즈리시 광장은 정치적 메시지를 내거는 전형적인 장소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흉내 내는 배우는 침대와 변기, 세면대가 설치된 감방 안을 돌아다니며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한다.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로 촬영하거나 웃음을 터뜨렸다. 경적을 울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배우가 한 가지는 하지 않는다. 바로 등 뒤 전광판을 보는 일이다.
전광판에는 지난달 이란의 한 결혼식장을 덮쳐 인명 피해를 낸 미국의 공격 장면이 흘러나온다. 노란색 범죄현장 통제 테이프가 화면을 가로지르는 가운데 "이 장면을 외면하는 것은 범죄다"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이번 선전물은 지난달 이란 남부 쿠헤스타크에서 발생한 결혼식장 공습에 관심을 끌기 위해서로 보인다. 당시 미군 폭탄 최소 한 발이 대규모 결혼식 현장을 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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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지난 1월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 이후 이란에서 정권에 대한 감정이 더 뚜렷이 갈렸으나 파괴적인 전쟁을 일으킨 미국 대통령을 향한 분노 역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짚었다.
미국 중동 전문 연구소 DAWN의 오미드 메마리안 이란 선임분석가는 이란 정권이 오랫동안 강경 지지층을 넘어 반미 메시지를 확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전쟁이 그 구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전기구가 다시 동력을 얻었다"며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에도 이란은 위축되지 않으며 미국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게 (이란 정권의) 메시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hska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23일 09시38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강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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