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미 고압송전로 건설량 10년전의 ¼로 급감

지역사회·주·연방정부 등 권한 분산과 소송 등 장애

이미지 확대 미국 캘리포니아의 송전망

미국 캘리포니아의 송전망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미국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매진하지만 전력을 공급할 송전선 건설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전력망 건설 양이 10년 전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에 따라 건설 일정이 지연되고 관련 비용도 늘면서 AI 분야 야망을 펼치는데 난항이 예상된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압 송전선 건설은 현저히 줄었다. 2013년에 약 6천400km를 구축했으나, 2024년에는 1천450km 미만으로 급감했다.

주요 송전선을 구축하는데 평균 10년이 걸리는데, 이는 1930년대 후버 댐 건설 기간의 두 배에 달하는 시간이다.

대표적 지연 사례가 아이오와주 풍력발전소에서 위스콘신주 미들턴까지 전력을 보내는 164km 길이의 '카디널-히코리 크릭(Cardinal-Hickory Creek)' 송전선이다. 이 송전선은 미시시피강을 건너고, 국립 야생동물·어류 보호구역을 통과한다. 2011년 지역당국의 승인 이후에도 적절한 경로를 찾고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여러 소송까지 하면서 건설에 13년이 걸렸다. 비용도 당초 예산보다 40% 늘었다.

송전선 건설을 주도한 ITC의 크리스타 태너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지금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AI든 첨단 제조 분야든, 핵심 질문은 '이를 구축할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가?' 하는 점인데, 점점 더 '그렇지 않다'는 답이 나올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에너지 사용량은 거의 늘지 않았지만 AI 등장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컨설팅 업체 그리드 스트래티지스는 2030년까지 전력 수요가 166기가와트(GW)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시 15개가 새로 생기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부터 노후 석탄발전소 재가동 시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전력 생산에 투자가 몰리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기가 필요한 곳까지 전달할 송전망도 있어야 한다. 미 전력망은 대부분 과거 건설 붐이 일었던 1960년대∼70년대에 건설된 것들로 이제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인프라 구축 병목 현상이 미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만 미국의 경우 관련 권한이 여러 기관에 나눠 있어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더 많다. 여러 지역에 걸친 대규모 프로젝트를 총괄해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단일 기관이 없다. 각 주(州) 정부는 규제를 만들어내는 데는 능숙하지만, 정작 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잘하지 못한다.

이에 비해 AI 경쟁상대인 중국은 지난 15년간 미국이 역대 건설한 것보다 더 많은 송전선을 건설했다. 중국 정부는 인프라 개발을 중앙에서 계획하고 지휘할 수 있지만, 미국은 공공시설과 토지 소유자, 전력망 운영자, 주 당국 및 연방 당국 등 규제 당국까지 모두 나뉘어져 있다.

하버드 로스쿨 전력법 이니셔티브 소장인 아리 페스코는 "우리는 지난 100년 넘게 성장을 견인하는 산업들에 전력을 공급해 올 수 있었다"면서 "만약 우리가 더 이상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경제적 활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미국 버지니아의 데이터센터

미국 버지니아의 데이터센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분권화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경제적 강점의 원천이었다. 권한이 주, 도시, 기업, 시민 기관 등으로 분산되면서 지역 지도자들은 각 지역에 맞는 해결책을 찾았다. 인구 증가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혁신과 투자를 촉진했으며, 성공적인 아이디어가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지역이나 주의 경계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이런 분권화는 약점이 된다. 특정 도시에서 효과가 있었던 방식이라도 다른 지역이나 다른 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전력 시스템은 이러한 복잡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

공익 전력회사와 민간 발전사업자가 인프라를 소유하고 개발하며, 지역별 전력망 운영 기관들은 전력 흐름을 조정하고 송전 수요를 파악한다. 주 정부 규제는 공공시설이 건설하고 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 내용에 영향을 미치고,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지역 계획 담당자를 위한 규칙을 정한다.

여기서 각 기관의 책임과 이해관계가 갈라지고 특정 송전선의 필요성이나 비용 부담 주체를 놓고 갈등이 발생한다.

전력회사들은 다른 지역의 더 저렴한 전력을 자신들의 지역 전력 공급망에 개방할 수 있는 장거리 송전선 건설에 반대하곤 한다. 미국의 7개 지역별 전력망 운영 기관들은 대규모 지역 간 송전 프로젝트를 공동 계획하는 경우가 드물다. 친환경을 추구하는 주 정부들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자신들의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송전선 건설에 반대할 수도 있다.

싱크탱크 'RMI'의 '탄소 없는 전기' 프로그램 책임자 채즈 테플린은 "우리는 흔히 정치적 경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전력망의 경계는 서로 맞지 않고 뒤섞여 있다. 그러면 누가 결정권을 가질까? 아주 많은 이해관계자가 관여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이 합의해도 송전선이 건설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연방 규제 기관은 지역 전력망 운영기관에 미래 인프라 수요를 파악하도록 요구하지만, 해당 운영기관이 ITC와 같은 회사에 송전선 건설을 강제할 수는 없다.

싱크탱크 '공공 기업 센터'의 자본 시장 담당 수석 연구원 아드바이트 아룬은 "어떤 송전선을 건설해야 할지 충분히 고민하도록 의무화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실제로 건설을 강제할 수는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송전선 건설은 소송 때문에 지체되기도 한다.

싱크탱크 니스카넨 센터가 조사한 관련 소송 18건 중 16건은 결국 기각되거나 패소로 끝났다. 그러나 소송들이 누적되면서 건설은 몇 년씩 지연됐다. 니스카넨 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연방 검토를 거친 미국 내 주요 송전 프로젝트 중 4분의 1 이상이 반대나 소송으로 인해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모나크 에너지의 공동 창립자 벤 알링은 "데이터센터 건설 붐은 전력 확보를 전제로 한다"면서 "(전력 공급이) 10년 뒤에나 가능하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satw@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4일 10시43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주종국

At a glance

Topic
World
Country
🇰🇷 KR
Publisher language
KO
Added to Alln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