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클럽 등 마약노출…"마약 나쁘단 걸 알아도 거절 방법에 무지"

전체 대학 9%만 예산 '찔끔' 지원…"단타성 캠페인은 아무 효과 없어"

"마약 위험 알리는 데 그쳐선 안 돼"…대학·정부·민간 삼각협력 필요

"마약 위험 알리는 데 그쳐선 안 돼"…대학·정부·민간 삼각협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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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정윤주 기자 = 지난해 적발된 20대 마약류 사범은 10대의 10배에 달했지만, 성인이 됐다는 이유로 예방 시스템에서 배제되고 있다.

법적으론 사회화가 미흡한 '후기 청소년'(만 19∼24세) 시기에 대학 등에 진학해 마약 노출 위험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만,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이는 셈이다.

부모와 중고교 교사의 보호에서 벗어나 생활 반경이 넓어지고, 동아리와 대외활동 등을 통해 새로운 친구와 선후배를 만나면서 마약에 노출되는 경로는 다양해진다.

그러나 학내 예방 시스템은 저예산 굴레 속 '일회성 생색내기'에 그칠뿐이다.

이미지 확대 마약 퇴치 선언하는 대학생들

마약 퇴치 선언하는 대학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20대 마약사범 전체 30%…관계 묶여 "거절 방법도 몰라"

대검찰청의 '2025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20대 마약류 사범은 6천913명으로 전체 2만3천403명의 29.5%를 차지했다. 10명 중 3명꼴이다.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 674명과 비교하면 약 10.3배에 달한다.

대학생인 정하늘 '대학을위한마약중독예방재활센터 답콕'(DAPCOC) 매니저는 30일 연합뉴스와 만나 "학생들이 마약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실제 권유 상황에서는 마약류인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술자리에서 약물을 '좋은 술'이나 '건강한 술'이라고 소개받고, 선후배 관계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이 권유할 경우 친목을 위해 거절 못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 매니저는 "마약은 나쁘다는 걸 인지하는 학생들도 실제 권유 상황에서 거절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24년 중앙대 심리학과 정태연 교수팀이 서울 소재 한 대학교 학생 3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생 마약 사용 인식 및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77%는 마약 사용의 원인으로 '마약을 접할 기회의 증가'를 꼽았다.

실제로 2024년에는 수도권 13개 대학 소속 학생들이 친목을 위해 결성한 연합동아리가 마약 유통·투약의 통로로 악용되며 대학생 등 14명이 적발됐다.

동아리 회장은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 친목 모임을 열며 회원 약 300명을 모집한 뒤 일부 회원들과 마약을 투약하고 판매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됐다.

클럽 등 유흥 공간도 마약 노출 경로로 지목된다.

박상규 답콕 사무총장은 "클럽에서 처음 마약을 접한 중독 경험자들로부터 '클럽만은 절대로 가선 안 된다'는 당부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클럽 등 유흥가 특별단속으로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836명에 달했다. 유흥가에서 검거된 연도별 마약사범으로는 역대 최대였다.

해외에서 마약을 접한 한국인 교환학생들이 귀국 후에도 투약을 이어가는 사례도 자주 발견된다고 박 사무총장은 전했다.

현지 공급책이 교환학생의 귀국을 앞두고 국내 투약자들 연락처를 알려주고, 귀국한 학생들이 이들과 어울리며 해외에서 마약을 공급받는 방식도 있다고 한다.

국내 대학의 해외 교류와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마약 예방교육과 대응체계도 함께 강화할 필요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박 사무총장은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 전이나 입학 후 마약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미지 확대 [그래픽] 연합 동아리 결성 대학생 마약 유통·투약 경로

[그래픽] 연합 동아리 결성 대학생 마약 유통·투약 경로

◇ 전체 대학 10%만 예산 지원…"단발성 캠페인 효과 의문"

정부의 대학생 마약 예방 활동 상당수는 겉핥기식 지원에 머무르고 있다.

교육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4년 12월 대학가 마약 예방 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예방 활동 참여 대학을 당시 10곳에서 2025년 2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 대상은 대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례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예방 활동이었다.

예방 활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24년엔 10개 대학에서 전문가·회복자 특강 21회와 대학 축제 예방 부스 10회, 캠페인 22회 등이 진행됐다.

'마약 근절 서약'에는 2천478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2025년엔 20개 대학의 동아리를 선정해 'B.B(Be Brave) 서포터즈'를 운영했다.

올해는 지원 대상을 40개 대학으로 확대했다. 교육부 대학알리미 공시 기준 전국 대학은 442개로 지원 대상은 여전히 전체 9%에 불과한 셈이다.

관련 예산은 지난해 3억원, 올해 6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 대상 교육과 예방 활동 효과성 평가를 필수 사업에 포함했다. 교내 비교과 프로그램과 특강·세미나 등도 지원한다.

그러나 서포터즈와 캠페인 중심의 활동은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에게까지 교육이 전달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하늘 매니저는 정부 지원 서포터즈의 활동을 살펴본 결과 기존 환경·봉사 동아리 등이 '과제를 하듯' 일회성 캠페인을 진행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짚었다.

박 사무총장도 정부 지원 사업의 단발성 활동에 대해 "그런 단타성, 소모성 캠페인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대학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예방 교육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연합뉴스가 서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에 확인한 결과 학교 차원에서 직접 운영하는 상시 예방 교육은 드물었다.

서울대는 보건진료소 홈페이지에 외부 마약 예방 교육 사이트와 상담·검사기관 정보를 게시한 것 외에 별도의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고려대 역시 2024년 개최했던 마약류 사용 및 성범죄 예방·대처 세미나 외에 현재 정례화된 마약 예방 교육 프로그램은 없다고 답했다.

고려대는 2024년 정부의 마약 예방 활동 지원 사업에 참여한 10개 대학 중 한 곳이지만, 이후 대학 본부 차원의 정례교육은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화여대도 학내 건강센터가 서울시의 마약 예방 교육 영상을 학내 공지사항에 게시한 사례 외에 학교 차원의 교육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초·중·고교에서는 유해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이 의무적으로 이뤄지는 것과 대비된다. 대학에서는 교육 시행 여부와 방식이 학교별 자율에 맡겨져 있다.

한 서울권 대학 관계자는 "정규 수업도 자율적으로 선택해 수강하는 학생들을 한곳에 모아 (마약예방) 교육을 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고작 영상 정도가 아닐까"라고 했다.

이미지 확대 대학생이 밀수 시도한 '스티커 마약'

대학생이 밀수 시도한 '스티커 마약'

[연합뉴스 자료사진]

◇ "문제는 예산"…출국 전 교환학생 등 예방교육도 필요

"그래도 저 순간만큼은 행복한 것 아닌가요?"

박상규 사무총장은 마약의 폐해를 보여주는 영상을 본 한 대학생의 반응을 소개했다.

단순히 위험을 부각하는 교육만으론 인식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일방적 전달의 대규모 교육보다 대학생들이 직접 마약 문제를 연구하고 세미나와 캠페인 등을 직접 기획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도 강조했다.

박 사무총장이 이끄는 답콕은 고려대를 시작으로 전국 24개 대학에 예방 동아리를 구성했고, 이에 속한 대학생 350여명이 연구 발표, 전문가 세미나 개최, 청소년 및 대학생 예방 교육 등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대학의 행정적 뒷받침, 민간 전문단체의 교육 등을 아우르는 협력 체계의 질도 예산에 달려있다고 박 사무총장은 강조했다.

자발적 참여에 기대지 않는 교육 의무화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김대규 한국마약예방교육연구소장은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교환학생 출국 전 교육 등 학생들이 한데 모이는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참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출국 전 마약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고, 교육 참여시 교내 마일리지 등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김 소장은 "대학생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더라도 예방 교육이 일부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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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31일 08시00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윤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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