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호

브라질 등 진보 정부들은 예의주시…대미 협상 변화 여부 촉각

행정명령 등 권한 있어 서반구 정책 변화할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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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패배하자 중남미 국가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발 '낙수 효과'를 기대했던 중남미 우파 정권들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반면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브라질 등 진보 좌파 진영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역내 정치 지형에 미칠 반사 효과를 주시하는 모양새다.

상·하원을 모두 야당에 내주면서 남은 임기를 운영하게 된 것은 집권 2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전례 없는 일이다. 미국의 서반구 전략이나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 등 대외 기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중남미 국가들은 향후 미 정국의 향방과 함께 외교 전선의 이동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지 확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밀레이 대통령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밀레이 대통령

[AP=연합뉴스]

브라질, 스페인 등 진보 좌파 정권들을 비판하며 트럼프 정권과 일정 부분 보조를 맞추던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는 당장 시급한 처지에 놓였다. 내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미국 의회의 견제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밀레이 대통령은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 참패 직후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미국 재무부로부터 200억 달러(약 26조8천억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지원받았다. 이런 미국의 '우산' 속에서 밀레이 정부는 연방 중간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전폭적인 지원책은 이제 미국 야권의 강력한 공세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럼프 정부의 아르헨티나 금융 지원과 관련해 자료를 요구하면서 통화스와프를 폐쇄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상·하원 양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관련 진상 조사에 착수할 경우 밀레이 정부로서는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지 확대 크리스 라이트 美에너지부 장관과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

크리스 라이트 美에너지부 장관과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

[AP=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후 미국과 해빙 모드를 보였던 베네수엘라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미국과 석유 채굴 및 수출을 둘러싼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트럼프 행정부와 밀월 관계를 모색해 왔다.

석유 계약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자원 퍼주기 논란', 여기에 야권 지도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귀국 등이 맞물리면서 델시 로드리게스 정부도 대내외적으로 위기에 빠질 공산이 커졌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중 한 곳의 관계자는 스페인어권 매체 인포바에와의 인터뷰에서 익명을 조건으로 "베네수엘라 석유의 수혜자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정보 요구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우파 대열에 합류한 페루, 콜롬비아, 칠레, 볼리비아 등 중남미 정권들도 향후 정국의 흐름을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행정명령과 같은 강력한 고유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에 대(對)중남미 정책이 하루아침에 뒤집히지는 않겠으나, 미국의 대외 압박 수위나 재정적 지원 가드레일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이들 정부의 공통적인 우려다.

이미지 확대 브라질 대선 후 룰라 대통령 당선 상징하는 제스처를 취한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브라질 대선 후 룰라 대통령 당선 상징하는 제스처를 취한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좌파 정부들은 겉으로는 신중하면서도 은근히 반색하는 분위기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등지에서 승리한 멕시코계 주지사들의 성과를 치하하면서도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에 대해서는 "결과를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번 중간선거 패배의 도화선 중 하나로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가 지적된 만큼, 향후 대미 무역 및 경제 협상 과정에서 멕시코 측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멕시코의 가격 경쟁력 있는 물품 공급이 미국 내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그 배경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미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멕시코 정부는 미국과 최선의 관계를 추구할 것이며, 언제나 주권 존중을 보장하고 무역 및 안보 분야에서 예속 없는 협력을 도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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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브라질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 역시 표정을 감춘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이념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온 데다가 양국은 철강 관세 문제 등 다양한 통상 현안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대선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주고받았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미 여권의 참패에 입장을 표명하진 않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 정부 안팎에서는 미 의회를 장악한 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독단적인 경제 압박을 막아줄 완충 지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브라질 일간 폴랴지상파울루는 "브라질 대선에서 반(反)보우소나루 정서가 룰라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선 반트럼프 정서가 포퓰리스트를 패배시킨 것"이라면서 "이번 선거 결과는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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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Yonhap Korean · 송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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