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규

공화텃밭 보수주의자부터 민주사회주의 계열까지 이념 스펙트럼 넓어

'웨이브 베이비즈' 영입 경쟁에 강성지지자 '제프리스 반대' 전화 수백통

당내 다수는 '제프리스 하원의장·슈머 원내대표 체제' 리더십 지지

이미지 확대 민주당 승리 자축하는 후보들

민주당 승리 자축하는 후보들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중간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미국 민주당의 내부 노선투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크게 '중도 외연 확장론'과 '진보 의제 실현론'으로 나뉘어 진영 대결을 벌이는 양상이다.

선거에 투영된 민심을 읽는 관점부터 서로 다르다. 온건 성향의 보수층과 무당층을 흡수한 것이 압도적 의석의 원동력이었다는 해석,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반발하는 진보적 이념에 대한 갈망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상충한다.

연방상원 선거를 기준으로 전자는 길게는 약 100년 만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텍사스, 캔자스, 아이오와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후자는 미시간, 메인, 미네소타 등의 민주사회주의(DSA) 계열 당선인들이 주축이다.

DSA 계열에서 부유세 도입, 보편적 의료(메디케이드), 이민세관단속국(ICE) 해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 같은 급진적 의제를 들고 나온 반면, 중도·보수성향 유권자의 지지 속에 공화당 '텃밭'을 파란색으로 뒤집은 당선인들은 물가 안정과 이란전쟁 종식에 집중하며 이들 의제에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보도를 보면 민주당 의석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당초 DSA 계열이 기대했던 '당 내 당' 교섭력은 약해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들이 연방하원에서 10여석을 확보해 의회 표결의 '캐스팅 보터'를 지렛대 삼아 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됐지만, 민주당의 하원 의석이 많게는 260석을 바라볼 정도로 팽창하면서 DSA의 힘이 상대적으로 축소됐다는 것이다.

또 제임스 탈라리코(텍사스), 애덤 해밀턴(캔자스), 조시 투렉(아이오와) 등이 선거 막판에 연출해 낸 경합지의 선전은 올해 초 압둘 엘사예드(미시간) 같은 DSA 정치인들의 약진 못지않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탈라리코 당선인은 당파주의를 경계하는 '사랑의 정치'를 내세웠다. 해밀턴 당선인은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 보수적 진보주의자"로 표현했다. 투렉 당선인은 보수진영 의제인 '트랜스젠더의 청소년 경기 참가 금지'에 찬성했다.

그러나 DSA 계열의 상·하원 당선인들은 민주당에 새로운 물결이 일어야 한다고 맞선다. 당 주류인 기성 정치인들이 주도한 두 차례의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실패를 거듭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엘사예드 당선인은 NYT 인터뷰에서 자신의 승리가 정치 체제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감행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진영 '대부'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도 "우리는 더 이상 똑같은 낡은 현상 유지 정책을 계속할 수 없다"며 민주당이 진보적 의제 추진을 주저해선 안 된다고 주창했다.

이처럼 내년 초부터 상·하원을 장악할 민주당 의원단에는 DSA와 연계된 신임 초선 의원들부터 트럼프 지지세가 매우 강한 공화당 강세 선거구 출신 의원 수십 명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폭넓은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고 WSJ은 짚었다.

각 진영은 몸집 불리기에도 경쟁적으로 나설 태세다. 현재 하원 민주당의 중도파 모임인 신민주연합(New Democrat Coalition)은 약 140석의 당내 최대 계파를 구성하려 한다. 하원 민주당의 의회진보코커스(Congressional Progressive Caucus)도 내년에 소속 의원을 25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의회에는 민주당의 '블루 쓰나미'를 타고 하원에 입성하는 신인들이 적지 않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이들을 '웨이브 베이비즈'(wave babies)로 불렀다. 중도 진영과 DSA 계열 모두 이들과 접촉하며 세력 확장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진영 간 세 대결 양상은 당의 노선 설정을 둘러싼 논쟁뿐 아니라 2028년 대선에 어떤 후보를 내보낼지를 놓고 경쟁하는 관점에서도 볼 수 있다. 민주·공화 양당은 중간선거 직후 사실상 대권 모드로 전환했다.

중도성향 대선 주자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은 NYT 인터뷰에서 "민주당에 두 번째 기회를 주려는 비(非)마가 공화당원과 무소속 유권자가 아주 많다"며 "사회주의가 그들의 마음과 생각을 얻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보파 대선 주자로 꼽히는 로 칸나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트럼프에게 두 번이나 패배한 기성 주류 세력이 누가 당선 가능성이 있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면서 되풀이해 온 낡은 주장들은 이제 완전히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당이 노선투쟁을 벌이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정권 교체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원들을 아우를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미 언론들은 강조했다. 민주당의 상·하원 지도부 선출은 각각 다음달 초와 다음주 중으로 예정됐다.

당의 화합과 단일대오를 중요시하는 슈머 원내대표는 차기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로 연임할 가능성이, 비슷한 입장을 보이며 신중한 성격인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사상 첫 흑인 하원의장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하원 의원과 그의 사무실에는 제프리스를 원내대표로 지지해선 안 된다는 지지자들의 전화가 수백통씩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DSA 성향의 강성 당원들로 추정되며, 이들은 진보 성향의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메릴랜드)을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다수 하원 의원들은 제프리스의 하원의장 선출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제프리스는 NYT 인터뷰에서 "실패는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슈머 원내대표도 54∼56석의 상원 다수당을 대표하기에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없지 않지만, 현재까지 도전 의사를 밝힌 경쟁자가 없어 가장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 후보라고 CNN은 전했다.

zhe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9일 02시29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홍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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