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훈

중증 자폐 아들·치매 어머니의 삶과 기억…"현실동화 완성되길"

이미지 확대 '피터팬 아빠'의 마지막 인사…전경철 유고집 '안녕, 엄니' 출간 - 1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오래전 몰두했던 '자폐' 공부에 이어, 이번엔 '치매' 공부를 해야 했죠. 이제부터가 제대로 된 시작이었고 갈 길은 멀어 보였습니다."

'피터팬 아빠'로 알려진 고(故) 전경철 작가는 생전 중증 자폐가 있는 아들을 홀로 키웠다. 그에게는 한집에서 살며 지켜야 할 가족이 한 명 더 있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였다.

지난달 세상을 떠난 전경철 작가의 유고집 '안녕, 엄니'는 중증 자폐 아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저자의 또 다른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아들은 성인이 돼서도 피터팬처럼 아이로 남아 있고, 어머니는 치매와 뇌경색으로 점점 기억을 잃어갔다. 정보기술(IT) 업체 대표였던 작가는 사회생활을 사실상 중단하고 25년 넘게 두 사람을 돌봤고, 그들의 삶과 기억을 글로 남겼다.

작가는 먼저 지난해 1월 별세한 어머니의 삶을 40개 에피소드로 기록했다. 어머니가 구술한 이야기를 대필하는 형식으로 쓴 회고록은 어머니를 향한 '사모곡'이었다.

어머니 회고록 집필을 마치자마자 그는 자신과 아들의 이야기를 썼다. 지난해 4월 간암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아들과 살아온 세월을 간직하고, 세상에 자폐인은 조금 모습이 다른 이웃일 뿐이라고 이해를 청하기 위해서였다.

작가는 홀로 남은 아들을 돌봐줄 기관을 찾기 위해 전국 보호시설을 돌아다녔으나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그의 여정이 방송에 소개됐고, 올해 6월 에세이집 '안녕, 피터팬'이 출간됐다.

애초 작가는 어머니와 아들까지 3대의 이야기를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에 올렸고, 전작은 이 중 아들과의 이야기를 실었다.

이번에는 지난 책에 담지 못한 어머니 이야기와 더불어 '안녕, 피터팬' 이후 남긴 원고가 수록됐다.

작가는 무거운 삶의 무게와 병으로 힘겨운 가운데에서도 끝까지 아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기록에는 이런 마음이 생생히 전해진다.

그는 "어느새 이승의 고단했던 소풍을 마쳐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며 "운명처럼 받아들였던 '나홀로 아빠' 27년을 배웅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빠 없이도 아들이 살 수 있는 보금자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저 지내게만 해달라는, 살게만 해달라는, 사람으로서 가장 낮은 수준의 부탁이라 생각했지만, 세상은 이를 거절했습니다. (중략) 그런데, 원망하고 포기할 일이 아닙니다. 아들만은 살리고 싶었으니까요."

이런 사연이 전해지면서 그는 기적처럼 아들이 살아갈 공동체를 찾았다. 이후 자신과 같은 절망을 겪은 성인 중증 자폐인을 돕기 위한 '피터팬 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작가는 부모가 떠난 뒤에도 중증 장애를 가진 아들, 딸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마을 '네버랜드'를 건설하는 마지막 꿈과 함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제 생 마지막 소명이 우리의 소망이 되고, 세상이 변하고 모두가 따뜻해지는 21세기 우리나라의 현실동화로 완성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저 고맙습니다."

작가 사후 '피터팬 재단' 창립 무산 우려도 나왔지만 시민들의 참여로 창립지원금 7억원이 모였다. 이번 책의 저자 인세 수익금 전액도 재단을 위해 사용된다.

이야기장수. 372쪽.

doubl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26일 17시43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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