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진

친EU 총리 "물러서지 않겠다"…민족주의 대통령 '쿠데타' 주장

EU집행위 "헌법에 부합해 헌재 기능해야" 나브로츠키 대통령 압박

이미지 확대 폴란드 헌재소장 직무정지에 항의하는 폴란드 시위대들

폴란드 헌재소장 직무정지에 항의하는 폴란드 시위대들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이원집정부제 체제인 폴란드에서 사법부 독립성을 둘러싸고 친 유럽연합(EU) 기조인 도날트 투스크 총리와 민족주의 성향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 진영이 세력을 결집하며 정국이 극한 대치하는 상황에 빠졌다.

투스크 총리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며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표명했고,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쿠데타'로 규정하며 우파 정당 등을 소집해 세력 결집에 나서면서 출구 없는 혼란 속으로 치닫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투스크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와 물러설 수 없다"며 "헌재가 독립적으로, 자율적으로, 헌법에 따라 마땅히 해야할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강경한 입장은 전임 정권이 임명한 보그단 슈비에츠코프스키 헌재 소장의 직무가 정지된 지 몇시간 지나지 않아 나온 것이다.

투스크 총리는 이날 새벽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헌재 진입을 시도하다 이를 저지하는 안나 코르빈-표트로프스카 재판관과 몸싸움을 벌인 것을 겨냥한 듯 "고함과 거짓말, 난투극은 폴란드에서 법의 근거가 될 수 없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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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슈비에츠코프스키 헌재소장은 민족주의 우파 진영 법과정의당(PiS)의 전임 정권이 장악한 의회에서 선출돼 임명됐고, 코르빈-표트로프스카 재판관은 투스크 정권이 장악한 의회에서 지난 3월 선출됐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코르빈-표트로프스카를 비롯해 의회가 선출한 재판관 3명의 취임 선서를 거부한 상태다.

2023년 총선에서 승리한 투스크 총리는 폴란드 헌재가 전임 정권에 지나치게 치우쳐 중립성을 잃었다며 헌재 개혁을 계속 주장해왔고 극우 세력이 점차 확장되자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내비쳐왔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법과정의당(iPS), 폴란드 인민당 등 민족주의·극우 정당 대표를 소집해 회담을 가졌다. 투스크 총리가 소속된 정당인 시민연합은 불참했다.

AFP통신은 나브로츠키 대통령측이 "내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주제로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으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헌재소장 직무 정지로 분출된 이번 갈등의 결말은 EU 전체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스페인, 프랑스 등 여러 EU 회원국이 조만간 선거를 앞두고 있으며 이들 국가 사이에서 극우 정당의 부상은 선거의 핵심 이슈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투스크 총리는 폴란드가 EU 주류 흐름에 머물도록 노력해왔으며 정치 신인에 가까운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신임 판사를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U는 과거에도 폴란드 헌재가 민족주의 성향의 지도부와 지나치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EC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헌재가 폴란드 헌법에 부합하고 유럽사법재판소(ECJ)의 관련 판례를 존중하며 기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폴란드 당국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kiki@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1일 14시08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오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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