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로치 '인체 수리 매뉴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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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1950년대 미국 피부과 의사 노먼 오런트라이크는 탈모 환자의 뒤통수에서 살점 네 점을 도려내 정수리에 심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식된 두피에서 난 머리가 곧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뒤통수는 보통 남성형 탈모의 영향에서 벗어난 지점이었고, 이식된 모낭에서 자란 머리카락은 고향, 즉 뒤통수의 특징을 간직했기 때문이다.
'현대 모발이식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런트라이크가 '공여부 우세'(donor dominance)라 명명한 이 원리는 지금까지도 많은 탈모 환자들에 희망을 준다.
빠진 머리카락을 되살리듯, 망가지고 훼손된 몸의 일부를 고치고 교체하려는 과학의 노력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메리 로치가 쓴 '인체 수리 매뉴얼'(어크로스 펴냄. 원제 Replaceable you)은 인체 수리를 위한 3천 년 역사를 흥미롭게 서술한 책이다.
인체는 그 어떤 기계도 흉내 내기 어려운 정교한 기계지만, 생산자의 애프터서비스(AS)가 제공되지 않는 '무책임한' 상품이기도 하다. 영구적으로 훼손되거나 기능이 저하된 인체 부위를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회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다양한 기술을 동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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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의 몸을 빌리기도 한다.
화상 환자들에게 피부를 이식하기 위해 다양한 동물의 가죽이 벗겨졌는데, 비교적 공급이 풍부한 개구리나 물고기 피부 이식도 한때 각광받았다.
돼지를 비롯한 이종 장기 이식은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크리스퍼 같은 유전자 편집 기술로 돼지의 유전체를 살짝 변형하면, 인간에게 이식했을 때 거부반응을 줄일 수 있다. 장기 이식용 돼지도 따로 육성하고 있다.
자기 자신을 포함한 인간의 신체를 이식하더라도 '임무'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
소화기관인 결장은 방광이나 식도, 질을 대신하는 역할로 활용되기도 했다. 2000년 무렵 조지아의 성형외과 의사는 암으로 음경을 잃은 환자의 가운뎃손가락을 활용해 음경을 재건했다.
인체 수리 기술은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3D 프린터로 인공 장기를 찍어내는 시대다.
그러나 저자가 방대한 취재를 통해 내린 결론은 "과학이 제작한 부위가 우리가 원래 가졌던 곳과 똑같아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
불과 수십 년 전인 1940∼1960년대 미국, 영국 등지에선 원래 치아보다 의치가 더 잘 기능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10∼20대 때 이를 몽땅 뽑고 틀니를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어리석어 보이는 일이지만, 나약한 인간의 몸보다 과학과 기술을 더 신뢰한 결과였다.
어쩔 수 없이 망가진 몸을 최대한 대체하기 위한 과학의 노력엔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지만, 망가지기 전 우리 몸이 해내는 기능들에 먼저 감탄을 보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몸이 하루 종일 매일매일 해내는 일들, 이를테면 연골이나 치아 사기질의 구조적 탁월성, 눈이 식은 죽먹기로 해내는 자동 초점 기능, 박동에 어찌나 열심인지 몸밖에서도 계속 뛰는 심장… 이런 것이 진짜 기적이다."(403쪽)
김명남 옮김. 428쪽.
mihy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2일 11시32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고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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