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P2P 플랫폼서 코인 팔았다가 계좌 정지…모르는 사이 자금세탁 동원돼

미신고 업자 수사의뢰에도 영업 지속…"국제 공조로 차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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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PG)

[제작 최자윤]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기자 = A씨는 작년 10월 가상자산(코인) P2P(개인간 거래) 플랫폼에서 S 코인 3천285개를 1천800만원에 매도했다가 은행 계좌가 정지됐다.

코인을 받아간 매수자가 범죄조직이었고, 매수대금을 입금한 사람은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 B씨였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는 새 범죄자금 세탁에 동원됐던 셈이다.

B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피해금이 입금된 계좌주 10명 중 8명은 A씨처럼 P2P 플랫폼에서 코인을 거래한 이들이었고, 다른 단서를 잡지 못해 수사는 중단됐다.

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이 늦춰지는 가운데 고객확인(KYC) 절차가 전혀 없는 장외거래(OTC) 시장에서는 자금 세탁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에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지 않고 영업을 목적으로 가상자산업을 영위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업체가 FIU에 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고 텔레그램, 웹사이트,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제도권 밖에서 코인 거래를 알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그동안 미신고 가상자산 사업자 47곳의 명단을 공개하고 수사의뢰했지만, 여전히 많은 업체가 감시망을 벗어나 성업 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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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 폐쇄 (PG)

[박은주 제작]

규제 사각지대의 거래소에서는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 코인이 세탁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S 코인은 작년 원화 거래소에서 법 위반 가능성 등을 이유로 퇴출당했지만, 장외시장에서 꾸준히 거래되며 최근 1년여간 10차례 이상 자금세탁에 악용됐다.

이 코인 발행사는 지난달 말 미신고 가상자산 사업자 명단에 포함됐지만, 해당 코인을 거래하는 P2P 플랫폼 등은 아무런 제약 없이 앱과 웹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는 작년 기준 1천580억달러(약 215조원)에 이르는 세계 가상자산 불법 거래에서 장외시장이 자금세탁 주요 창구로 활용됐다고 분석했다.

아리 레드보드 TRM랩스 글로벌 정책 총괄은 "OTC 거래소와 P2P 브로커는 불법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필수적인 자금의 출구 역할을 한다"며 "범죄조직에는 자금세탁 네트워크에서 가장 가치 있는 파트너"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서 범죄자금이 장외거래와 대포통장 등을 거쳐 현지 통화로 환전되는 사례를 거론하며 "(이 때문에) 범죄자금이 은행 계좌에 도달하기 전 여러 유통망과 관할 구역을 거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장외거래 시장이 자금세탁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경고가 나온다.

안광호 타이거리서치 연구원은 "신원이나 자금 출처를 확인하지 않는 비공식 거래는 사기·해킹 자금을 현금화하거나 테러자금을 옮기는 데 악용될 수 있다"라며 "비공식 장외거래가 커질수록 가상자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준다"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장외거래 시장 악용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를 통한 실효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서 장외시장 접속을 차단해 임시방편으로 막을 수 있겠지만 우회로가 있으면 한계가 있다"라며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suri@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9일 05시57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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