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대규모 등 표현 지적됐으나 통과…피의사실 공표 우려도
파견검사에 수사권 부활시켜…"수사·기소 분리 원칙 실패를 인정하는 꼴"
이미지 확대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 한 달을 맞은 2일 대구공소청 앞 도로에 '검찰청'으로 표기된 교통 표지판이 그대로 설치돼 있다. 2026.11.2 psik@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이승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조작기소 특검법이 수사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설정한 데다 최대 논란이었던 공소취소 가능성을 온전히 배제하지 못해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 국가기관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모호한 문구 때문에 자칫 수사 대상이 지나치게 넓게 해석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법률안은 쌍방울 대북 송금,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등 총 12개 항목의 사건들과 관련해 '야당 대표 제거 등 목적 달성을 위해 통상의 경우와 달리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검찰 인력을 집중 동원해 검찰권을 남용하거나 하게 하였다는 범죄 의혹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정했다.
이미지 확대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ㆍ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끝에 통과되고 있다.
이날 표결에 국민의힘은 불참했다. 2026.11.6 eastsea@yna.co.kr
법원행정처 기우종 차장은 이 같은 법안 내용에 대해 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회의에서 우려를 표했다.
기 차장은 "다소 추상적인 부분, 실제로 재판할 때 이 부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을 만한 '제거 등', '장기간', '대규모', '집중' 이런 부분들은 다소 추상적이어서 정리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기도 법사위 전문위원 역시 이 부분을 두고 "'통상의 경우와 달리 장기간', '대규모' 등 표현의 적정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명확히 몇 명을 투입해 얼마나 긴 기간 수사해야 검찰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인지 법률안이 명확하게 정하고 있지 않고, 결국 특검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수사 범위를 넓힐 여지를 열어줬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도 법안은 문구를 수정하지 않은 채 그대로 통과됐다.
법조인들은 또 법률안의 내용이 조작기소라는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수사를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부적절하게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수도권 공소청 한 차장검사는 "과거 검찰이 혐의가 발견되지 않으면 별건 수사를 이어가는 '먼지털이식 수사'로 비판받았는데, 특검법에 이미 조작기소로 결론을 내려놓은 이상 특검은 과거 검찰과 마찬가지로 혐의가 나올 때까지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도 "수사대상 문구가 굉장히 포괄적"이라며 "특검팀이 공소권 남용이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그 중대성을 판단할 기준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미지 확대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이 6일 국회에서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ㆍ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하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2026.11.6 scoop@yna.co.kr
조항이 모호한 것과 별개로 최초 발의안에 비해 수사 대상 사건이 크게 확대된 것도 논란거리다.
지난 4월 상정된 발의안과 본회의에 오른 수정안은 수사 대상 항목을 총 12건으로 나눠 일견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상을 보면 수사 대상이 대폭 늘었다.
각각 항목을 세분화해 총 3개 항목이었던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을 1개 항목으로 묶는 대신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취업 관련 뇌물수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밀 유출 사건 3개 항목이 추가됐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항목에 문구를 더하거나 포괄적인 표현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동해 선원 북송 사건 등도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수사를 해야 할 '공소권 오남용 행위'는 구체화됐다.
증거 선별 및 누락, 허위내용의 의견서 제출, 쪼개기 기소, 증거가 없거나 불충분한 상황에서의 기소 강행 등을 수사하도록 명시했다.
특검팀의 언론 브리핑 범위도 여타 특검 대비 넓어진 점이 지적받는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해병)과 종합특검, 선관위특검에서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이라고 돼 있던 브리핑 대상 문구가 조작기소 특검법안에서는 '수사과정'으로 확대됐다.
피의자의 혐의 내용을 공표하지 못하도록 정한 기존 특검법과 달리 조작기소 특검에서는 해당 문구가 삭제돼 사실상 '피의사실 공표'가 가능해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지 확대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제12차 본회의에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ㆍ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심사보고를 하고 있다. 2026.11.5 nowwego@yna.co.kr
당초 법조계에서 가장 크게 우려했던 이재명 대통령 형사재판의 공소취소는 여론의 역풍에 이번 법률안에 명시적으로 담기지는 않았지만, 해석에 따라선 공소취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일 시행된 개정 형소법은 공소기각 판결 사유에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공소제기가 새로 추가됐다.
한 교수는 "새 형사소송법상 중대한 위법수사에 의해 기소되면 공소기각을 선고하도록 하는데, 다른 말로 하자면 판사가 공소기각 하기 전에 검사가 공소취소하라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최기도 전문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별검사가 대통령이 피고인인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 권한을 갖는 것이 사법 공정성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형소법의 준용 범위에서 검사의 공소취소 권한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공소취소에 이르진 않더라도 특검의 수사가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통령 형사 사건 재판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사에 협조한 사람의 형벌을 감면해주는 조항(플리바게닝)이 있는 만큼 이 대통령 사건 관계자들이 기존 진술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0월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찰청이 78년 만에 문을 닫고 공소청이 출범한 지 한 달이 된 2일 서울 서초구 공소청 본청 모습. 2026.11.2 yatoya@yna.co.kr
파견 검사가 수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개정 전 형사소송법을 부활시킨 점도 지적받고 있다.
특검법은 부칙을 통해 '파견검사 직무에 관해 형사소송법을 준용할 때 수사권·지휘권과 관련한 부분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 전 규정을 따른다'고 정했다.
형소법 개정을 통해 검사의 수사권이 사라졌으나 조작기소 특검에 파견된 검사에 한해서는 예외적으로 수사권을 인정하겠다는 취지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와 별도로 조작기소 특검법이 세밀하게 만들어진 게 아니어서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과거 검찰 수사를 받은 이들도 이번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여당 주도로 추진된 특검인데 정작 이재명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되는 엉뚱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안심사 회의에서 주진우 의원은 "사건 관련 자료를 수사하면 수사를 받았던 사람들도 다 조사 대상이 된다"며 "수사를 가장 많이 받았던 이재명 대통령도 특검의 수사대상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지금 특검법의 규정 형식을 보면 배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여당 의원이 그렇게 답한 취지를 되묻자 이 직무대행은 "명문의 규정상 특정인이라든지 특정 신분자를 배제하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지금 현직 대통령께서 완전히 배제된다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winkit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6일 17시33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이승연, 황재하
At a glance
- Topic
- World
- Country
- 🇰🇷 KR
- Publisher language
- KO
- Added to Alln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