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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국회가 2일 새해 예산안 심사에 착수했다. 헌법상 처리 시한인 12월 2일까지 한 달이다. 예산안은 나라 살림의 '청사진'이다. 헌법이 예산 편성권을 정부에, 심의·확정권을 국회에 맡긴 것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새해 예산안의 총지출은 820조9천억 원이다. 올해 본예산(727조9천억 원)보다 93조 원(12.8%)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반등을 내걸고 총지출 증가율을 올해 8.1%에서 내년 12.8%로 높였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활용해 162조3천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도 신설했다.
이번 예산국회의 최대 쟁점은 미래대응기금이다. 정부는 기금 162조3천억 원 중 45조4천억 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입하고, 12조5천억 원을 국채 신규 발행 축소에 배정할 방침이다. 나머지 104조4천억 원은 여유자금으로 남겨 세수 부족이나 긴급한 정책 수요에 대비한다. 일시적 세수 호황을 미래 투자와 재정 안정에 나눠 쓰겠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유자금 104조4천억 원 전액을 삭감해 나랏빚 상환에 돌리자고 맞서고 있다. 기금의 일부 지출을 국회 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는 구조가 국회의 예산통제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내놓았다.
3대 메가프로젝트에 편성된 21조3천억 원에 대해 정부·여당은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투자라고 강조한다. 지역편중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국민의힘은 사업의 적정성을 면밀히 따져 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미래대응기금의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지방·교육재정이 약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대규모 성장 투자와 지역·교육재정의 재원 배분을 둘러싼 논쟁도 예산 심사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새해 예산안은 꼼꼼히 살펴 군살을 빼야 한다. 예산안 심사에서 우선 봐야 할 것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한시적 재원에 기댄 지출이 항구적 부담으로 남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미래 투자와 국가채무 상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 사업별 우선순위도 가려야 한다. 그다음은 사업의 효율성과 기금 운용의 적정성이다. 21조 원이 넘는 메가프로젝트 예산이 그만한 경제적 효과를 낳을 수 있는지, 미래대응기금의 목적과 지출 변경 기준은 명확한지 점검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 운용의 자율성이 국회의 재정통제권을 약화하지 않도록 견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은 심사 원칙의 일관성이다. 2024년 말 야당이던 민주당은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며 국회의 삭감권을 강조했다. 여야의 자리가 바뀌었다고 예산 심의권에 대한 태도까지 달라져선 안 된다. 정부·여당은 지출의 필요성을 입증하고, 야당은 삭감의 근거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16일부터 예산안 조정 소위를 가동한다. 예산안 처리 시한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처리 마감 시간에 쫓겨 막판 비공개 협의로 여야가 예산을 나눠 먹는 구태(舊態)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예산의 증액과 감액에는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 과정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국회의 예산 심의권은 국민이 위임한 재정통제권이다. 국회는 그 권한을 어떻게 행사했는지 설명할 책임도 지고 있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2일 15시13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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