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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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르펜(좌측)·조르자 멜로니(가운데)·알리사 바이델(우측)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프랑스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58)이 네 번째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구호는 '프랑스의 르네상스'. 출사표를 던진 곳은 파리에서 서남쪽 110km가량 떨어진 오를레앙이었다. 1429년 5월 17세 시골 처녀 잔 다르크가 영국군의 포위망을 뚫으며 백년전쟁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곳이다. 타이밍도 절묘했다. 고물가와 교육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시위가 몇 주째 이어졌고 약탈과 방화로 번졌다. 그는 '법치 회복'을 주창했다. 출정식 직전 발표된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그의 1차 투표 지지율은 32∼34%로 1위를 기록했다.

아버지 장마리 르펜은 1972년 극우(極右)정당인 국민전선(FN)을 창당했다.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관련 발언으로 숱한 논란을 빚었다. 딸은 달랐다. 2011년 당권을 잡았고, 2015년 아버지를 당에서 축출했다. 2018년엔 당명도 바꿨다. 극우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으려는 '탈(脫)악마화' 전략이었다. 하지만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유럽의회 자금 유용 사건으로 유죄와 피선거권 5년 박탈을 선고받았다. 지난 7월 항소심은 유죄를 유지했지만 대선 출마를 허용했다. 르펜은 무죄를 주장하며 상고했다. 그는 2017년과 2022년 에마뉘엘 마크롱에게 연거푸 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속 3선 금지 규정으로 이번 대선에 나설 수 없다. 그에겐 절호의 기회다.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49) 총리는 이미 권력을 잡았다. 그는 15세에 신(新)파시즘 계열 청년조직에 발을 들였다. 2022년 이탈리아의 첫 여성 총리가 되자 '무솔리니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멜로니는 외교·안보에서 실용 노선을 택했다. 유럽연합(EU)과 협상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는 공조했다. 우크라이나 지원도 이어갔다. 그는 스스로를 '유로 현실주의자'라 부른다. 국내에서는 반이민과 전통적 가족 가치를 고수한다. 멜로니 정부는 지난 9월 집권 1천413일을 채워 이탈리아 공화국 역사상 최장수 단일 정부가 됐다.

독일에선 알리스 바이델(47)이 판을 흔들고 있다. 그가 공동대표를 맡은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2013년 유로화에 반대하며 출범했다. 이후 반이민·민족주의 정당으로 변신했다. 경제학 박사에 골드만삭스 출신인 바이델은 감세와 규제 완화를 중시한다. 지난해 총선에서 20.8%로 제2당이 됐다. 지난 9월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선 43.8%로 1위를 차지했지만, 39석으로 과반 42석에 3석이 부족했다. 기독민주당(CDU) 등 기성 정당들은 AfD와의 협력을 거부하는 '방화벽'을 유지했다. 제1당이 돼도 권력으로 향하는 문은 좁을 수밖에 없다.

멜로니는 총리 관저 안에, 르펜은 엘리제궁 문턱에, 바이델은 방화벽 밖에 서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반이민과 국가 주권,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다. 차이점도 뚜렷하다. 멜로니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바이델은 러시아와 관계 복원을 말한다. 르펜은 독자 노선을 내세운다. 경제관에서도 르펜은 보호무역을, 바이델은 시장 자유를 앞세운다. 같은 '극우'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정책 노선은 제각각이다. 내년에 프랑스 대선과 이탈리아 총선이 예정돼 있다. 바이델의 시선은 2029년 독일 총선을 향한다. 멜로니는 지켜야 하고, 르펜은 넘어야 하고, 바이델은 허물어야 한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29일 06시00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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