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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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가상화폐 해킹 (PG)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2019년 11월 27일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당시 시세로 580억원어치 이더리움이 빠져나갔다. 수사 결과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 '라자루스'의 소행이었다. 6년 뒤인 2025년 같은 날 업비트는 445억원어치를 또 털렸다. 이번에도 라자루스가 유력한 배후로 거론됐다.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은 채 벌인 강탈이었다. 국가의 지휘를 받는 해킹 조직이 금융망까지 공격하는 시대다.

냉전 시대의 스파이가 사람을 포섭해 문서를 빼돌렸다면, 디지털 시대엔 해킹으로 정보망에 침투한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이른바 IT(정보기술) 전사들을 키웠다. 이들은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을 계기로 과녁을 정보에서 자산으로 확대했다. 지난달 29일엔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약 63억 달러(약 8조4000억 원)의 가상자산이 털렸다. 대부분의 자산을 빼돌리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0여 분이었다. 단일 해킹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북한의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를 배후로 지목했다. 업비트를 공격한 라자루스와 연계된 조직이다. 북한은 관련성을 부인했다. 북한이 해킹으로 탈취한 돈은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흘러든다고 봐야 한다.

스파이는 북한에서만 오지 않는다. 지난해 중국인 10대 등 2명이 수원과 오산의 군 기지를 촬영하다 적발됐다. 그 10대의 아버지는 중국 공안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훈방된 지 이틀 만에 같은 짓을 하다 다시 붙잡혔다. 국가정보원은 2024년 6월부터 10개월간 중국인의 군사시설 무단 촬영이 11건 적발됐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지난달에는 반도체 검사 핵심 장비인 '프로브카드' 기술을 중국 경쟁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피해기업 전 직원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전직 임원은 중국으로 달아났다.

문제는 우리의 방첩 역량이다. FBI는 바이낸스 해킹 발생 이틀 만에 북한을 배후로 지목했다. 반면 한국 경찰이 2019년 업비트 해킹의 북한 연계를 공식 발표한 것은 사건 5년 뒤였다. 초기 정보 판단과 최종 수사 결과 발표라는 차이가 있지만, 배후 추적에선 기량 차가 느껴진다. 법적 한계도 있었다.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중국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돈을 받고 해외 '블랙요원' 명단 등 군사기밀을 넘긴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는 징역 20년이 확정됐지만, 죄명은 군형법상 일반이적 등이었다. 간첩죄는 기소 단계에서 제외됐다. 북한과의 연계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시행된 개정 형법은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한 간첩행위도 3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그러나 외국 측과의 연계와 간첩행위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동북아 신(新)냉전이 깊어질수록 동맹국과의 정보 공유가 긴요하다. 미국이 최근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하고, 지난 6월 한미일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회의에 국정원이 빠진 일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국정원은 전반적인 정보 협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런 일이 동맹국 간 불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거래소와 금융기관 등 민간 영역도 방첩의 최전선이다. 국정원·경찰·군 방첩기관 간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민간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사이버 방첩 인력도 늘려야 한다. 뚫리고 털린 뒤 문단속은 늦다. 방첩망은 위협보다 한발 앞서 있을 때 제구실한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4일 08시10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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