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형

'핵심 용의자' 전 비서실장, 조코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의회는 조코위 장남인 부통령의 '출마 자격' 조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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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전현직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왼쪽)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8월 14일 의회 연설을 마치고 전임자인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대통령 등에 대한 도청 의혹과 관련해 수사 대상을 확대하면서 조코 위도도(조코위·2014∼2024년 재임) 전 대통령 쪽으로 수사의 칼날이 향할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경제난과 산불로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는 프라보워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손 잡은 전임자 조코위 전 대통령 측에 대한 수사를 위기 탈출 카드로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인도네시아 국가경찰청은 산하 범죄수사국 정보기술(IT) 부서 책임자인 슬라멧 울리안디가 대통령 도청 사건의 4번째 용의자라고 밝혔다.

2021년부터 범죄수사국 IT 부서장을 지낸 이 용의자는 도청 사건으로 이미 체포된 다른 두 용의자가 프라보워 대통령 등에 대한 도청을 시도할 때, 또 지난달 초 범행 증거 인멸을 위해 도청 기록을 삭제할 때 각각 승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용의자가 뇌졸중을 겪고 현재 회복 중인 상태라 구금하지는 않았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리스티요 시깃 프라보워 대통령 전 비서실장과 경찰 고위 간부 2명을 불법 통신 도청과 전자 시스템 무단 접근 등 혐의로 체포, 수사 중이다.

리스티요 비서실장 등은 부하 직원들에게 시켜 프라보워 대통령과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비정부기구(NGO) 대표 등 유력 인사들의 전화 통화를 도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프라보워 행정부는 이들의 범행이 반역이나 정부 전복 시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전담 수사팀을 구성, 범행 동기·배후 등을 수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리스티요 비서실장은 조코위 전 대통령 집권 때인 2021년부터 5년간 경찰청장을 지내는 등 조코위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따라서 이번 사건 수사로 프라보워 대통령과 조코위 전 대통령의 관계가 파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야누아르 누그로호 방문선임연구원은 리스티요 비서실장이 경찰청장 재직 당시 조코위 전 대통령의 충성파로 알려져 있었다며 "프라보워 대통령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경찰청장이 필요했지만, 그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우그로세노 전 경찰 부청장은 한 팟캐스트에서 수사 당국이 조코위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 여부를 포함해 도청 사건의 배후를 모두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관들은 필요하다면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면서 "현 경찰청장의 지휘 아래 도청 의혹 사건의 동기를 완전히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의회에서도 조코위 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부통령의 자격 문제에 대한 조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호주 고등학교를 다닌 기브란 부통령이 제대로 졸업하지 않아 2024년 대선 당시 부통령 출마 자격이 없었다는 의혹과 관련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인도네시아 대법원은 당시 기브란 부통령의 고교 학력을 인정한 서류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그의 부통령직 자격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법원 판결이나 정부의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인도네시아 하원 최대 정당인 야당 투쟁민주당(PDI-P)의 고위 관계자인 하스토 크리스티얀토는 최근 도청 사건을 계기로 의회가 기브란 부통령에 대해 조사권을 발동하는 논의를 시작했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또 프라보워 대통령의 연립여당 소속 3개 정당 관계자들도 조사에 착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부르하누딘 무타디 수석객원연구원은 로이터에 이번 조사가 "결국 기브란(부통령) 탄핵으로 향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전임과 현임 대통령의 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은 갈수록 작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2014년, 2019년 대선에서 두 차례 조코위 전 대통령에게 졌지만, 2024년 대선에서는 기브란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삼아 조코위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한편, 정부가 치안 강화를 위해 지난 4일 수도 자카르타에 투입한 2만1천여 명의 해군 병력 중 7천840명은 현장에 배치됐고 나머지 1만3천140명은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고 당국은 밝혔다.

이처럼 대규모 병력이 동원됐는데도 시내에서 군 병력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으며, 안보 위험이 임박했다는 징후도 없이 평소처럼 일상생활이 이뤄지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jhpar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6일 17시50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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