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네타냐후 진영, '캐스팅 보트' 아랍계 정당 손잡을지 주목
'가시밭길' 예고…최악의 경우 내년 초 재선거 치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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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총선 개표가 마무리되고 차기 의회(크네세트)의 정당별 의석 분포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연정 구성 협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최종 개표 결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우파 블록은 120석의 크네세트(의회) 의석 중 53석을 차지했다.
출구조사에서 우위가 예상됐던 반네타냐후 블록은 48석, 약 30년 만에 최고의 투표율 덕을 본 아랍계 정당은 예상보다 많은 19석을 확보했다.
친네타냐후 블록과 반네타냐후 블록 모두 과반인 61석 이상 확보에 실패해 차기 총리직의 향방이 불투명하다.
재집권을 노리는 네타냐후 현 총리와 그의 강력한 맞수인 가디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모두에게 연정 협상은 험로가 될 전망이다.
양측 모두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한 가운데, 역대 최다인 19석을 휩쓴 아랍계 정당들이 정국의 향배를 가를 결정적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기 때문이다.
연정을 완성하려면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아랍계 정당과 뼈아픈 타협이 불가피하다.
최종 개표 결과를 토대로 연정 구성 협상의 시나리오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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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총선 직후 이스라엘 헤르츨리야에 위치한 야샤르당 가디 아이젠코트 대표 자택 앞에서 시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을 허용하지 말고 아랍계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아이젠코트-아랍계 정당 연대…"가장 단순하고도 가장 위험한 선택"
산술적으로 가장 명확한 돌파구는 아이젠코트 진영이 아랍계 정당들과 손잡고 67석 규모의 강력한 '반 네타냐후' 연정을 꾸리는 것이다. 아랍계 정당이 연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외부에서 소수 정부를 지원하는 형태도 가능하다.
반네타냐후 블록에 참여하는 민주당의 야이르 골란 대표는 개표 결과 발표 당일부터 아랍계와의 연대를 촉구했다.
그는 이날 발행된 일간 하레츠에 기고문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 이스라엘에 조건부 시민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아랍계 시민이 행사한 한 표는 유대계 시민의 한 표와 정확히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회 의원이라면 누구나 우리 정치 시스템의 정당한 일원"이라며 "민주주의를 믿는다는 사람이 출신 배경이나 이름을 이유로 수십만 시민의 목소리를 묵살할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중도 정당 베야하드(투게더)의 이인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우리가 이겼지만 KO승이 아닌 판정승이었다"면서 "야권 블록이 연정 구성을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지만 그 과정이 어려울 것이고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따라서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요구하기 어려운 한 가지를 부탁드려야만 한다. 바로 인내심이다"라고 당부했다.
문제는 정치적 리스크다. 이스라엘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시민들은 1948년 건국 전쟁 당시 이스라엘에 남은 팔레스타인인들이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및 주민들과 깊은 유대감을 갖고 있어, 상당수 유대계 이스라엘인들은 이들에게 극도의 경계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아랍계 정당은 지난 2021년 좌파와 우파, 중도 정당들이 반네타냐후 기치 아래 연대한 '무지개 연정'에 동참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연정은 1년 만에 무너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벌써 이런 연대 가능성을 "유대 국가 정체성에 대한 배신이자 안보 위협"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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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타냐후-아이젠코트 '대연정'…"공약 파기 부담 넘어설까"
네타냐후 총리가 아이젠코트 및 그와 뜻을 함께하는 우파 성향 동맹들을 설득해 '통합 정부'를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네타냐후 진영은 67석이라는 안정적인 과반을 확보하게 되며, 아랍계 정당은 물론 초국수주의 및 초정통파 유대교 세력까지 모두 야당으로 밀려나게 된다.
초정통파 군 면제 논란이나 경제 회복 등 산적한 현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
아이젠코트 진영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따른 안보 실패 책임과 사법부 무력화 시도 등을 이유로 네타냐후 총리와는 절대 타협 불가를 공언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도 하마스 전쟁 등 온갖 위기 속에서 자신을 끝까지 지지해 준 극우 및 초정통파 맹방들을 스스로 쳐내야 한다는 치명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다.
◇ 네타냐후의 '야권 약한 고리' 공략…야권 이탈표 확보 총력전
네타냐후 총리가 야권 블록 내 약점을 파고들어 이탈표를 규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개표 결과 발표 직후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성향 독실한 시오니즘 당을 이끄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과 만나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친네타냐후 블록의 주요 타깃으로는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나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등 반네타냐후 블록 내 우파 정당 지도자들이 꼽힌다.
강경한 민족주의 성향인 이들은 아랍계 정당과의 연대를 극도로 꺼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들과 네타냐후 총리 간에는 수년간 깊은 감정의 골이 생겼고, 네타냐후 총리의 핵심 지지 기반인 초정통파의 군 복무 면제에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셈법이 복잡하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의 확고한 지지 기반인 리쿠드당이나 극우파 진영에서 아이젠코트 측으로 이탈자가 나올 확률은 극히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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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최악의 시나리오 '재선거'…네타냐후가 바라는 그림
양 진영 모두 연정 구성에 실패한다면 이스라엘은 내년 초 다시 한번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는 반네타냐후 기치를 내걸고 바람을 일으켰던 야권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해외 거주 유권자들의 대규모 귀국 투표로 톡톡히 재미를 봤지만, 재선거 시 이들의 재참여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시간을 벌어 지지층을 결집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의회 진출 실패로 사표가 됐던 소수 우파 정당의 표심이 거대 극우 정당으로 쏠리며 총리의 입지를 다져줄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2019년에도 유사한 정치적 교착 상태에 빠져 3년 반 동안 무려 5번이나 총선을 치르는 혼란을 겪은 바 있다.
meola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30일 18시31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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