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 흐 비." 우리말을 잘 알고 눈치가 빠른 사람이면 잽싸게 뜻을 알아챈다. 날씨 이야기겠네. 내일 흐리고 비 온다는 것일 테지. 문해력만큼 눈치는 없는 이는 날씨 예보란 힌트가 필요할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단서만 있다면 그도 어렵지 않게 의미를 유추할 것이란 점이다.
그러니까 "낼 흐 비." 써도 될까. 안 된다. 뜻을 계속 넘겨짚게 하겠다는 건 위험하기 짝이 없다. 짐작하는 데서 오는 극한의 피로도 의사소통에선 큰 문제다. '경제성'에 더해 '잉여성' 가치가 말에 필요한 까닭이다. "내일 날이 흐리고 비가 오겠다."라는 식으로 말을 갖춰서 써야 한단 말이다. 그런데 어떤가. 이건 이것대로 과도한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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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캡처
가치를 재고 이치를 살펴 타협할 때가 왔다. 경제성과 잉여성이 숙의한 끝에 합의한 문장은 무엇이 돼야 하는가. "낼 흐 비"가 효율만을 최고로 아는 경제성의 극단인 건 옆집 사는 초등학생도 안다. '흐리고' 앞에 없어도 될 '날이'가 놓이고, '비'에 조사 '가'가 군더더기처럼 붙은 것이 잉여성의 극단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두 극단이 지니 중용이 난다. "내일 흐리고 비 오겠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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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온 나라 흐리고 비 오겠다." 한 언론의 예보 제목이다. 이걸 '온 흐 비'로 쓰는 건 무모하다. 줄이려고 든다면 "전국 흐리고 비"가 되겠다. 경제성이다. 어법에 맞춘 온전한 문장의 하나를 꼽자면 "온 나라에 걸쳐 날이 흐리고 비가 오겠다."로 하겠다. 잉여성이다. 또 타협할 때다. '전국'을 '온 나라'로 하여 마침표 찍은 갖춘 문장으로 간결하게 쓰고 싶다. "온 나라 흐리고 비 오겠다."는 대체 불가한 문장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김상욱, 『김상욱의 과학공부』, 도서출판 동아시아, 2023
2.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6일 05시55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고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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