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규

너와 내가 여행을 떠날 참이다. 나는 둘만 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너는 다른 친구들이 함께한다고 내게 통보했다. 늘 그런 식이다. 나는 목청을 높인다. "그 친구들하고(하구) 아예 살어라 살어." 입말의 세계다. '와/과'보다 '하고'이며, '살아'보다 '살어'이다. 글말 하듯 "그 친구들과 아예 살아라 살아"라 하는 건 뭔가 어색하다. 목청이 솟다가 꺼지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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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하고'에 대한 사전의 정의 가운데 일부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와/과' 계열어와 같은 뜻의 조사 '하고'가 더 알고 싶다. 사람들은 여러 사물이나 사람을 열거할 때 '하고'를 쓴다. 행위를 함께하는 대상도 이것으로 나타내고, 비교하거나 기준으로 삼는 대상을 표현할 때도 '하고'를 동원하며, 함께 어떠한 일을 하거나 어떠한 상태에 있음도 '하고'로 드러낸다. 이런 식이다. 너하고 나 / 친구하고 여행한다 / 그들하고 비교하고 같고 다르고 가깝고 사귀고 만나고 어울리고 싸우고 헤어진다. 이런 쓰임의 '하고'는 '와/과'하고 판박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것이 없다면 애초에 말의 꼴이 왜 다르겠나. 다른 쓰임이 있다. 그 애는 눈하고 코하고 제 엄마를 빼닮았다 / 성격하고 생김새하고 전부 마음에 든다 / 짜장면하고 짬뽕하고 볶음밥하고 다 맛있다 같은 용례다. '와/과'는 여기서 '하고'를 대신하지 못한다. 눈이니 코니, 성격이며 생김새며, 짜장면하며 짬뽕하며 볶음밥하며 같은 대체 표현은 가능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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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하는 말들 '하고' '라고' 띄어쓰기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답변 캡처

외양은 '하고'로 똑같지만 전혀 다른 기능의 '하고'도 있다. 인용조사 '(이)라고'와 같은 효과를 내는 그 말 맞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여행을 못 가겠다"라고 나는 말했다>는 <"그렇다면 이번에는 여행을 못 하겠다" 하고 나는 말했다>로 달리 쓸 수 있다. 이때 '하고'는 닫는 따옴표하고 띄어 쓴다. 붙여 쓰는 '라고'하고 보이는 차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2(용법 편)』, 2010

2.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직접인용 띄어쓰기- https://m.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10538&pageIndex=1

3.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2일 05시55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고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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