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선거 참패에 대이란 협상 입지 약화…공습 재개해도 군사적 목표 달성 불투명

재공격 태세 갖췄지만…전쟁비용 급증 속 민주 의회 장악에 추가 예산 난망

이미지 확대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상·하원을 모두 내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의 향방을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전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이 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추가 군사 공격에 나설 경우 정치적 역풍이 우려되고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려 해도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이번 중간선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이란전에 대한 국민들의 깊은 반감이 드러나면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주간 중동에 대규모 해·공군 전력을 증강하면서도 이란에 대한 공습 재개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그러나 과거 미국 대통령들이 중간선거 패배로 레임덕에 빠진 뒤 군 통수권자의 권한이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군사적 선택지를 활용한 전례가 있어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선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례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6년 중간선거 참패 이후 국방장관을 교체하고 이라크 전쟁에 추가 병력을 투입하며 군사작전을 확대했다. 이후 이라크 내 폭력 사태가 감소하고 치안 상황이 개선되는 등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당시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평가다.

당장 중간선거를 통해 상·하원을 동시 탈환한 민주당은 이란전 종식을 요구했다.

연방 하원의장이 유력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새 의회 출범 전에 대통령이 이란전을 종식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것이 선거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 전쟁은 반드시 끝나야 한다"며 의회의 예산 편성·통제권을 활용한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수행 예산 삭감을 거론했다.

거대 야당의 압박이 가시화된 가운데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이 지금까지와 다른 결과를 가져올지도 불투명하다.

앞서 전쟁 초반 38일간의 집중적인 공격에도 미국은 이란 정권 붕괴나 핵연료 회수, 이란의 무조건적 항복 등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보다 불리한 입장에서 이란과 협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이란 지도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시간도 트럼프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제한하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고 전쟁으로 파괴된 일부 중동 미군기지는 재건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미 국방부가 최근 의회에 보고한 전쟁 비용은 470억 달러(약 63조5천억원)에 달한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게 되면서 추가 전쟁 자금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압박을 통해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려 한다면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지 확대 지난 3일 호르무즈 해협

지난 3일 호르무즈 해협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2주도 채 남지 않은 필리핀·중국 방문 및 연쇄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사회에 자신의 권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을 과시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방부 중동정책 최고 책임자였던 대니얼 샤피로 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공화당조차 전쟁이 패배의 원인이라고 인정하는 상황에서 이란 공격을 재개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며 "하지만 트럼프는 예측하기 어렵고 불안정하며 패배자로 비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선언할 수 있을 만한 유리한 협상 조건을 제시할 이유가 거의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확전의 위험을 감수한 뒤 승리를 주장하거나 사실상 전쟁에서 손을 떼는 선택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이 내려지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재개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에너지 기반시설과 핵시설, 미사일·드론 무기고 등을 겨냥한 단기간의 집중 공격 계획을 마련한 상태라고 NYT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거론해 온 공격 대상 중에는 핵 원심 분리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핵시설 '곡괭이산'(Pickaxe Mountain)도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군은 이라크 상공에서 공습 기동 훈련을 강화하는 한편,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비한 대응 훈련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재개할 경우 얼마나 큰 정치적 역풍에 직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공격을 통한 군사적 성과도 장담할 수 없고 협상을 통한 전쟁 종식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선택을 내려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yumi@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6일 02시16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이유미

At a glance

Topic
World
Country
🇰🇷 KR
Publisher language
KO
Added to Alln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