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일등항해사 "오대양 육대주가 다는 아니다…기온변화 데이터 습득"

선사 팬스타 "5천∼6천TEU급도 가능…연 1∼2회 운항 경제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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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시범 운항 선원 기자회견

[촬영 이영재]

(부산=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지난 8월 31일에서 9월 1일로 넘어가는 시점이었죠. 북극 해역 척치해 브랑겔섬 남쪽이었는데, 유빙이 많이 떠내려왔어요. 설상가상으로 해가 지면서 앞이 안 보여 레이더에만 의존해야 할 상황이었어요. 유빙이 작아 보여도 해수면 밑에서는 상당히 클 수 있거든요. 시야가 확보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죠."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참여한 선원 박지정 씨는 22일 부산 해양수산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극 해역을 항해할 때 부닥친 위기 상황에 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박 씨는 국내 컨테이너선으로는 최초로 북극항로를 왕복 운항한 팬스타 아크로호의 일등항해사였다.

지난 8월 22일 부산을 출항한 팬스타 아크로호는 북극해를 통과해 유럽에 기항한 뒤 다시 북극해를 거쳐 이달 11일 부산으로 귀환했다.

거대한 얼음덩어리인 유빙은 바람이나 조류에 밀려 떠다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몰라 더욱 위험하다.

박 씨는 "빌키츠키 해협을 지날 때는 부딪히면 큰일 날 것만 같은 거대한 유빙과 마주치기도 했다"며 "북위 80도까지 우회해야 하지 않나 고민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북극해에서는 유빙뿐 아니라 저온과 극한적인 기상 환경도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박 씨는 "영하 4도의 해수 온도가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바다에서는 극한적인 환경"이라며 "연료와 윤활유, 기계 순환 계통 등에서 이상이 감지됐고, 일일이 헤쳐가야만 했다"고 돌아봤다.

저온으로 선박 장비의 윤활유가 굳기 시작할 때는 히터를 틀어 실내 온도를 높였고, 갑판이 온통 얼어붙어 선장이 사고 예방을 위해 선원들의 갑판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시차 적응은 모든 선원이 겪는 문제지만, 북극해에서는 차원이 달랐다.

1시간 시차에 해당하는 경도 15도를 지나는 데 적도 해역에서는 대략 사흘 걸리지만, 북극해에서는 그 시간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는 것이다.

박 씨는 "잘 시간에 해가 떠 있고, 일할 시간에 해가 지곤 해 생체 리듬이 다 깨져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미지 확대 팬스타 아크로호 귀항

팬스타 아크로호 귀항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극항로 운항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박 씨는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항로는 해적에 대한 우려도 있고, 선박 통항이 많아 신경 쓸 게 많은 데다 긴 항해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며 "그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북극항로가 낫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시범 운항의 성과에 대해 "극지 환경에 선원뿐 아니라 기계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수온과 기온 변화 등 데이터를 습득했고, 어떤 부분의 보완이 필요한지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는 북극항로를 왕복 운항했다는 자부심이다.

박 씨는 "'오대양 육대주'가 전 세계라고 하지만, 북극과 남극도 있지 않나"라며 "나도 오대양 육대주를 다 가봤지만, 북극이 추가돼 너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범 운항 선사 팬스타라인닷컴 측과 전문가들은 북극항로의 경제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팬스타라인닷컴의 김정달 이사는 "우리 판단으로는 북극항로에서 5천∼6천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도 무난히 운항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번에 북극항로를 왕복한 팬스타 아크로호는 2천758TEU급이다. 이 선박은 화학제품, 중고차, 자동차 부품, 금속, 화장품 제지 등 화물을 싣고 북극해를 지나 유럽 항구에서 하역했다.

한국선급의 손무성 책임검사원은 "팬스타 아크로호는 내빙선이지만, 내빙 등급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며 "고성능 내빙선이나 쇄빙선으로는 어디든 갈 수 있다. TEU 규모의 제한도 사실상 없어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시범 운항으로 수집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내년에도 시범 운항에 나선다. 선박과 경로, 화물 등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김 이사는 "사전에 확정된 일정에 따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면 연 1∼2회 운항이라 하더라도 경제성은 확보할 수 있다"며 "내년에는 북극항로를 이용하겠다는 화주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ljglor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22일 17시00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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