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화 한국수출입은행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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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 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학교와 병원을 짓고, 전기를 공급하며, 생산지와 항구를 연결하는 철도를 놓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같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국가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다른 국가는 훨씬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차이를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국가신용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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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6년 10월 7일 아프리카연합(AU)은 모리셔스에서 아프리카 신용평가기구(AfCRA·Africa Credit Rating Agency)의 공식 출범을 발표했다. 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신용도를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새로운 기관이 등장한 것으로 그 배경과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아프리카 국가들의 신용도는 주로 무디스(Moody's),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Fitch) 등 국제 신용평가사에 의해 평가돼 왔다. 신용등급은 국가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되는 금리와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낮은 등급은 높은 차입비용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국가의 재정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 특히 개발에 필요한 재원이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들에는 높은 이자 비용이 교육과 보건, 인프라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제약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문제다.
사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오랫동안 국제 신용평가사들에 의한 평가체계가 자국 경제의 구조적 특성과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신용위험을 과도하게 평가한다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설립된 AfCRA는 국가와 기업의 신용도를 직접 평가하고 그 결과를 금융시장에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즉 기존 국제 신용평가기구의 평가를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가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여, 기존 평가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던 경제적 특성과 정보를 평가체계에 반영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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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물론 새로운 신용평가기구의 설립이 곧바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차입비용 인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평가 결과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얼마나 신뢰를 얻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 독립성과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설립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을 관대하게 부여한다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따라서 정확한 경제·재정 데이터와 투명한 평가방법론, 이해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거버넌스 역시 필요하다. 결국 AfCRA의 성공 여부는 기존 신용평가기구와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국제 금융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평가를 생산하는데 달려 있다.
한편 아프리카 신용평가기구의 출범은 최근 아프리카가 대륙 차원의 제도와 기관을 구축해 온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서로의 거버넌스를 평가하는 아프리카 동료평가 메커니즘(APRM), 분절된 시장을 연결해 역내 교역을 확대하려는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CFTA)가 대표적이다. 2023년 AU의 G20 회원 가입을 통해 국제 경제질서에서 아프리카의 발언권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는 아프리카가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륙 차원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에 노력해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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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지난 6월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각국 장관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dwise@yna.co.kr
한국 역시 이러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대(對)아프리카 개발협력이 인프라 구축과 산업화 경험 공유, 인적 역량 강화 등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아프리카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제도와 거버넌스 구축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융정보 관리, 통계체계, 공공재정 관리 등은 한국의 제도 구축 경험과 디지털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비교우위 분야이기 때문이다.
AfCRA의 출범이 당장 국제 금융시장의 질서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프리카 대륙의 이러한 움직임은 오히려 기존 질서에 참여하면서도 그 안에서 활용되는 정보와 기준의 생산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AfCRA의 출범 역시 단순히 새로운 기관 하나를 설립한 것을 넘어,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과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주체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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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이미지 캡처]
※ 본 기고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공식 입장이나 정책을 대변하지 않고,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도 다를 수 있습니다.
▲ 조준화 박사
현 한국수출입은행 책임연구원, 영국 런던대(SOAS) 정치학 박사, 전 서울대 아시아-아프리카센터 선임연구원(창립멤버), 서울대·신한대·연세대·한국외국어대 연구교수 및 강사 역임, 국제정치학회·개발협력학회·한국아프리카학회 및 경기도 국제개발협력 위원 활동 역임. 아프리카 정치와 개발협력 관련 다수의 논문 및 보고서 집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3일 07시00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황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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