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재

(성주=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가야산국립공원 탐방원은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는 독특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산과 숲을 찾으면서도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감각을 깨우는 프로그램이다.

숲길을 걸으며 휘파람새와 매미, 가을철 울음이 짙어지는 귀뚜라미를 비롯해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내는 다양한 소리를 듣는다. 눈으로 풍경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각을 통해 숲과 그 안에 사는 생명체를 더 가까이 느끼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미지 확대 가야산국립공원 탐방원 [사진/성연재 기자]

가야산국립공원 탐방원 [사진/성연재 기자]

◇ 사유의 기회 제공하는 귀로 듣는 풍경, '사운드스케이프'

경북 성주 가야산 자락에 들어서니 먼저 눈이 상쾌해졌다. 겹치는 산 능선과 깊은 숲의 비경이 한 차례 내린 비에 의해 드라마틱하게 드러났다. 가야산이 있는 성주군 수륜면에는 가야산생태탐방원이 들어서 있다. 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하는 체류형 생태탐방시설로, 숙박동과 교육시설, 숲 체험 공간을 갖추고 있다. 과거 소를 키우던 목장 터였던 곳이라 주변이 넓게 열려 있고, 도심과 떨어져 있어 밤이면 불빛과 인공적인 소리도 크게 줄어든다.

가야산생태탐방원은 단순한 숲 체험장이라는 말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곳이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새와 풀벌레, 계곡의 물소리와 바람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자연은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눈을 감고 듣고, 느끼고, 사유하는 공간이 된다.

본격적인 체험은 대표 프로그램인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로 시작된다. '랜드스케이프'(Landscape)가 눈으로 보는 풍경이라면, 사운드스케이프는 귀로 듣는 풍경이다. 실내 프로그램에서는 자연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소리를 섞어 들려주며 청각을 깨우는 훈련을 진행한다. 이후 숲으로 나가면 뻐꾸기, 동고비, 꾀꼬리 같은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입체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미지 확대 자연의 소리를 전해주는 사운드 모듈 [사진/성연재 기자]

자연의 소리를 전해주는 사운드 모듈 [사진/성연재 기자]

사운드스케이프를 시작하는 곳은 숲을 마주 보고 매트에 눕는 실내 공간이다. 큰 창 너머로 가야산 숲이 보이지만 굳이 바라볼 필요는 없다. 진행자의 설명도 멈춘다. 바쁘게 사진을 찍기 바쁘던 현대인들은 이곳에서 금세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얻는다.

야외로 이어지는 '숲소리 데몬 헌터스' 프로그램은 실내에서 자연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미리 접한 뒤 이어 바깥으로 나가 숲을 돌아다니며 걷고, 멈추고, 듣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높은 기둥 사이로 이어진 대형 매트 위에 몸을 눕히면 하늘과 나뭇가지만 눈에 들어와 주변의 미세한 움직임에 집중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의 출발점은 의외로 소박하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신미현 계장은 "여름날 마루에 누워 어머니의 부채질을 받으며 낮잠을 자던 기억에서 시작됐다"며 "매미가 울고 바람소리가 들려오던 그 순간도 하나의 사운드스케이프였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종이상자 속에 든 작은 기구를 통해 뻐꾸기와 동고비, 딱새, 박새, 꾀꼬리 같은 새소리를 하나씩 들어보고 나면 조금씩 차이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모두 비슷했던 소리가 어느 순간 각자의 목소리를 갖는다. 이어 싱잉볼 명상 시간이다. 맑은 금속음이 방 안을 채우고 천천히 잦아든다. 소리가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한 뒤에도 여운은 조금 더 남는다. 그 마지막 울림까지 따라가다 보면 이상하게도 조용해진 뒤의 소리가 더 잘 들린다.

이미지 확대 독립형 자연의집 [사진/성연재 기자]

독립형 자연의집 [사진/성연재 기자]

◇ 숲이 들려주는 수다와 소박한 미각

가야산의 참모습은 바깥 공간에서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비가 온 뒤 젖은 흙냄새와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 산 능선에 걸린 낮은 구름이 장엄한 '랜드스케이프'를 만들어낸다. 이와 함께 들려오는 새소리와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 소리는 '사운드스케이프'를 들려줬다. 실내에서 들어봤던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바람 소리 등이 차츰 익숙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이 새롭게 다가왔다.

숲소리 데몬 헌터스는 숲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연의 소리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이름은 요란하지만 하는 일은 단순하다. 걷고, 멈추고, 듣는다. 매미와 귀뚜라미가 먼저 존재를 알리고, 운이 좋으면 딱따구리나 뻐꾸기, 휘파람새 소리도 만난다.

산방원에는 그물 위에서 몸을 지탱하며 심신을 단련하는 기구도 있다. 숲 사이에 설치된 대형 네트가 눈길을 끈다. 높은 기둥 사이로 이어진 그물 위에 올라서면 발을 옮길 때마다 바닥이 출렁인다.

아이들 놀이시설쯤으로 생각하고 올라갔다가 어른도 제법 긴장하게 된다. 균형을 잡느라 몸이 자연스럽게 주변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아예 그물 위에 몸을 눕혀버리는 방법도 있다. 하늘과 나뭇가지만 올려다보고 있으면 조금 전까지 바쁘게 움직이던 사람이 금세 할 일을 잃는다. 탐방원에는 이런 식으로 '별것 하지 않는 공간'이 많다.

이미지 확대 사일로를 개조한 건물 [사진/성연재 기자]

사일로를 개조한 건물 [사진/성연재 기자]

특히 눈길을 끄는 원통형 석조 건물은 이곳이 목장이던 시절 사용했던 시설을 활용한 것이다. 옛 시설을 없애고 새것을 만드는 대신 남아 있던 구조물을 살려 전망 공간으로 바꿨다. 숙박시설은 숲 사이로 흩어져 있다.

산책 시에는 탐방원의 다양한 숙소를 접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숲속의 작은 오두막형 숙소는 '언덕 위의 별장' 같은 느낌을 줬다. 특히 반려견 가족들을 위해 펜스가 쳐진 숙소는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산책후 탐방원과 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공간에서 맛보는 소박한 도시락은 창밖의 풍경과 어우러져 식사의 속도마저 늦춰줬다.

이미지 확대 식당에서 맛본 도시락 [사진/성연재 기자]

식당에서 맛본 도시락 [사진/성연재 기자]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28일 08시00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성연재

At a glance

Topic
World
Country
🇰🇷 KR
Publisher language
KO
Added to Alln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