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뒤흔든 '어둑시니 참교육'…스마트폰 떼쓰던 아이도 두 손 모아 약속
"아빠 도망가!" 눈물의 효도극까지…'공포' 대신 '유쾌한 추억' 남기는 이색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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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22일 경기 용인시 한국민속촌에서 귀신 '어둑시니'가 어린이에게 부모의 말을 잘 들으라고 타이르고 있다. 2026.10.22.
(용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엄마 아빠한테 핸드폰 달라고 찡찡대면 돼요, 안 돼요?"
22일 오전 경기 용인시 한국민속촌.
짙은 검은색 옷에 섬뜩한 분장을 한 어둠의 요괴 '어둑시니'가 어린아이들을 향해 굵직한 호통을 내질렀다. "아이들이 영상을 너무 많이 본다"는 부모의 하소연에 어둑시니는 "너희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안다"며 익살 섞인 으름장을 놓았다.
이어 자신에게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이 있다"며 부모에게 양손과 발을 차례로 들어 올리도록 명령했고, 부모들은 조종당하는 척 연기했다. 아이들 앞에서 기묘한 즉흥 상황극이 연출됐다.
조종당하는 부모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들이 겁먹은 표정으로 "다시는 떼쓰지 않겠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어둑시니가 친 세 번의 박수로
최면 같은 조종이 풀렸다.
다음 달 15일까지 한국민속촌에서 진행되는 가을축제 '귀신사바 귀신놀이'에서 어둠의 그림자 귀물 어둑시니가 선보인 '귀신 참교육' 현장이다. 부모가 편식이나 떼쓰기 등 평소 고치기 힘들었던 습관을 귀띔하면, 귀신 배우들이 상황극을 통해 아이에게 직접 다짐받아내는 방식이다.
어둑시니 관련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어둠의 오은영'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주말에는 민속촌 일대 도로가 마비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 "아빠 도망가" 눈물겨운 가족애…공포를 위로와 웃음으로
어둑시니 역을 맡은 배우 구모(35) 씨는 요즘 쏟아지는 인기를 매일 체감하고 있다.
민속촌에서 만난 구씨는 "아이들이 제 말 한마디에 부모님 말씀을 잘 듣겠다고 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뿌듯하다"며 "'어둠의 오은영'이라는 별명도 참 위트 있게 붙여주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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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연합뉴스) 한국민속촌 귀신 '어둑시니'를 만난 5세 아이의 아버지가 아들이 자신을 지키려 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 메시지. [인스타그램 'the_koo9'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아빠 도망가' 사연은 어둑시니 연기자에게도 큰 울림을 남겼다. 다섯 살 난 아이가 꿈쩍도 하지 않자 아버지를 잡아먹겠다고 위협했는데, 겁에 질린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아빠 도망가"를 외치고 앞을 막아선 것이다.
구씨는 아이 아버지로부터 감사 메시지를 받았다며 " 단순한 체험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기억될 뭉클한 추억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들을 울릴 때면 미안한 마음도 든다. 아이가 지나치게 무서워하면 익살스러운 묘기나 재치 있는 행동으로 분위기를 푼다"며 "공포의 기억보다는 재미있는 옛날이야기 속 주인공을 만난 추억으로 남겨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 전국서 몰려든 가족들…부모와 함께 완성하는 이색 상황극
민속촌 곳곳에서는 어둑시니 외에도 다양한 귀신들이 아이들과 유쾌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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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22일 경기 용인시 한국민속촌에서 전통 혼례복 차림의 귀신 '신부귀'가 어린이에게 간식을 많이 먹지 말라고 타이르고 있다. 2026.10.22.
전통 혼례복을 입은 '신부귀'는 "사탕이랑 초콜릿 계속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 누나랑 약속할까"라며 사탕, 초콜릿 등 간식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고, 장화홍련전의 '홍련'은 공손한 배꼽 인사를 가르치며 "동생을 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배우들은 아이들의 표정을 세심하게 살피며 수위를 조절했다. 많이 놀란 아이에게는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며 사진을 찍고, 여유가 있는 아이와는 본격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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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22일 경기 용인시 한국민속촌에서 허수아비 분장을 한 귀신 배우와 관람객들이 '귀신 참교육'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2026.10.22.
신부귀 역의 김도연(21) 씨는 "아이를 만나면 어느 정도 무서워하는지 먼저 살핀다"며 "많이 무서워하면 인사만 하고 사진을 찍어주고, 괜찮아 보이면 조금씩 대화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허수아비 귀신' 역을 맡은 조성민(26) 씨는 "아이들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즐겁다"면서도 "아이들이 너무 무서워하며 울 때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은 평일임에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가족들로 붐볐다.
경북 포항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한 주부 김모(36) 씨는 "아이들을 잘 혼내준다는 영상을 보고 왔다"며 "주변에도 체험을 원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6세 아이와 함께 온 민하얀(37) 씨 역시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의 생활 습관을 고쳐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귀신 참교육' 체험하는 이지혜씨 가족
(용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22일 경기 용인시 한국민속촌에서 그룹 '샵' 출신 방송인 이지혜 씨가 남편, 두 딸과 함께 귀신 '어둑시니'의 상황극에 참여하고 있다. 2026.10.22.
그룹 '샵' 출신 가수 겸 방송인 이지혜 씨 가족도 행사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둘째 딸이 씻는 걸 싫어한다"는 이씨의 고민에 어둑시니가 "말을 듣지 않으면 엄마를 잡아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이씨는 곧바로 귀신에게 끌려가는 연기를 펼쳤다.
겁에 질려 울던 아이는 엄마가 잡혀가자 용기를 내 어둑시니와 이씨를 뒤쫓아가며 현장에 큰 웃음을 안겼다.
◇ '망태 할아버지'에서 '참여형 놀이'로…"정서적 배려 뒤따라야"
과거 '망태 할아버지' 설화나 통화 형식의 '도깨비 전화' 앱으로 겁을 주던 훈육이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놀이형 콘텐츠로 진화한 양상이다. 귀신 배우들은 SNS에도 영상통화 형식의 콘텐츠를 올리며 온라인에서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엄마 돌려줘!'…귀신 뒤쫓는 이지혜씨 둘째 딸
(용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22일 경기 용인시 한국민속촌에서 방송인 이지혜 씨의 둘째 딸이 엄마를 데려가는 척하는 귀신 '어둑시니'를 뒤쫓고 있다. 2026.10.22.
다만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어린아이에게 지나친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위압감을 느끼지 않도록 섬세한 배려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미향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아이가 실제 공포를 느끼거나 거부한다면 즉시 중단하고 안심시켜야 한다"며 "귀신이 아이를 혼내거나 위협하기보다 함께 올바른 생활 습관을 배우는 즐거운 놀이로 전환한다면 긍정적인 문화 체험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민속촌 측은 이에 대해 "귀신 콘텐츠는 공포감 조성보다 관람객과 소통하며 즐거움을 나누는 데 목적이 있다"며 "아이들의 반응에 따라 연기 수위를 조절하고 있으며, 훈육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에도 귀 기울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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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속촌 귀신 배우가 SNS에 올린 영상통화 형식의 '민속촌 도깨비 전화' 콘텐츠. [인스타그램 'the_koo9'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un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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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23일 06시00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정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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