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유지 가구 26.5%·소득 급감 가구 18.1%
가구당 연금액도 192만원 대 53만원…노후 소득안전망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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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 모습. 2025.12.9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정년 이후 공적연금 수급까지 소득공백기를 겪는 가구 가운데 소득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한 가구의 연금 수급률이 소득이 급감한 취약가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중고령층 소득공백(Income Crevasse)의 현황과 대응 방안' 보고서(연구책임자 정해식 연구위원)에 따르면 정년 이후 연금 수급까지 이어지는 제도적 소득공백기에 가구의 경제력에 따라 조기 공적연금 접근성이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2019∼2025년)를 바탕으로 제도적 공백기를 지나는 가구의 소득 수준별 연금 수급 실태를 분석한 결과, 정년 전 중위소득 수준을 100% 이상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어난 가구의 공적연금 조기 수급률은 26.5%에 달했다. 반면 소득이 정년 전 중위의 절반 미만으로 곤두박질친 취약 가구의 수급률은 18.1%에 그쳤다. 소득 급감 가구보다 생활 형편이 나은 집단이 공적연금 조기 수급률이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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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보건사회연구원]
◇ 소득 유지 가구 수급액 192만원…취약층의 3.6배 달해
실제 가구가 받아 쥐는 공적연금 수령액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소득을 유지하거나 늘린 가구의 공적연금 수급액은 월평균 191만8천원에 달했지만, 소득이 절반 밑으로 떨어진 가구의 수령액은 52만7천원에 불과해 3.6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다만 이 수치는 개인 단독의 국민연금 조기노령연금 수령액만을 떼어낸 통계가 아니다. 가계동향조사 특성상 가구주와 배우자 등 가구원 전체가 수령하는 공적연금 합산액인 데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직역연금(공무원, 사학, 군인연금)까지 포괄된 금액이기 때문이다.
최대 30%까지 감액되는 국민연금 조기노령연금 특성상 190만원이 넘는 금액이 나오기는 어려운 만큼, 소득 유지 가구의 높은 수급액에는 가구 내 맞벌이 연금 수급이나 고액의 직역연금 수령 가구가 일부 섞여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격차에는 조기노령연금의 감액 구조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조기노령연금은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연 6%(월 0.5%)씩 연금액이 깎여 5년을 당겨 받으면 최대 30% 감액된 금액을 평생 받게 된다. 결국 연금을 미리 당겨 받으려면 감액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생활비가 나올 만큼 원천 연금액이 많아야 하고, 이는 곧 과거 장기근속을 통해 20∼30년간 보험료를 부은 탄탄한 가입 이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조기노령연금 신규 수급자 가운데 국민연금 20년 이상 장기 가입자 비율은 남성의 경우 2014년 47.4%에서 2024년 77.2%로 급등했고, 여성 역시 같은 기간 16.2%에서 34.7%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공백기에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급감한 저소득층은 조기 수급을 선택하더라도 충분한 생활비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 건보료 회피 셈법 맞물려…"부분연금제 등 개편 시급"
여기에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 등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려는 일부 은퇴자들의 선택도 조기 수급을 부채질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연 소득 인정 기준이 종전 3천400만원에서 2천만원(월 167만원)으로 대폭 낮아지자, 공적연금을 온전히 다 받아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보료 부담을 안느니 차라리 연금을 조기에 신청해 액수를 깎음으로써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려는 고소득 은퇴자들의 전략적 선택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취약계층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을 더 타면 기초연금이 깎이거나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전액 차감되는 제도적 모순 탓에 정상적인 연금 가입과 수급을 기피하는 정반대의 왜곡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제도적 공백기를 버텨낼 수 있는 자원과 수단이 계층별로 지극히 불평등하게 주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연금을 조기에 당겨 받아도 넉넉한 수급액을 쥐는 계층에게 공백기는 완만한 내리막길이지만, 취약계층은 극심한 가계 적자(절반 미만 감소 가구의 72.5%가 적자)에 직면하면서도 공적 연금의 안전망에서 배제된 채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런 불형평성을 바로잡기 위해 연금 전액을 감액받는 현행 일괄 수급 방식 대신 필요한 기간에 필요한 만큼만 쪼개어 받는 부분연금제를 조속히 도입하고, 조기 수급이 건강보험료나 기초연금 등 타 제도와 맞물려 선택을 왜곡하지 않도록 연계 구조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취약계층이 겪는 공백기 소득 절벽을 완화하기 위해 실업크레딧과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을 확대해 가입 이력을 두텁게 채워주는 사후 예방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sh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9일 06시11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서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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