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현

거친 땅 일구던 두 소의 호흡…일손 나누던 공동체 문화 반영

2021년 강원도 무형유산 지정…국가무형유산 목표로 전승 노력

이미지 확대 겨릿소 밭갈이 시연

겨릿소 밭갈이 시연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3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 구성포리 한 밭에서 열린 '홍천 겨리 농경문화' 공개 시연 행사에서 홍천겨리농경문화보존회 관계자들이 겨릿소 밭갈이 시연을 하고 있다. 쌍겨리는 농기계가 널리 보급되기 전 강원 중북부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으며 2021년 5월 홍천군 최초로 도 지정 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2026.11.3 taetae@yna.co.kr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밭을 가는 데 소 한 마리로는 힘에 부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웃의 소와 짝을 지어 두 마리의 힘을 모으는 방법이 있습니다.

3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 구성포리에서 열린 '홍천 겨리농경문화' 공개 시연 행사에서 홍천겨리농경문화보존회는 두 마리 소가 함께 밭을 가는 옛 농사법을 선보였습니다.

'겨리'는 두 마리 소에 쟁기를 달아 논밭을 가는 농사 방식입니다. 산이 많고 땅이 거친 강원 중·북부 산간 지역에서 이어져 왔습니다.

두 마리의 힘을 빌린다고 저절로 밭이 갈리는 건 아닙니다. 소들이 보조를 맞추도록 이끄는 사람의 솜씨가 필요합니다.

이미지 확대 힘찬 발걸음 내딛는 겨릿소

힘찬 발걸음 내딛는 겨릿소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3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 구성포리 한 밭에서 열린 '홍천 겨리 농경문화' 공개 시연 행사에서 홍천겨리농경문화보존회 관계자들이 겨릿소 밭갈이 시연을 하고 있다. 쌍겨리는 농기계가 널리 보급되기 전 강원 중북부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으며 2021년 5월 홍천군 최초로 도 지정 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2026.11.3 taetae@yna.co.kr

밭을 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왼쪽 소는 '안소', 오른쪽 소는 '마라소'라고 부릅니다.

중심을 잡는 안소와 그 옆의 마라소가 함께 움직이도록 모는 이가 소의 걸음과 방향을 살펴야 합니다.

이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소 모는 소리'입니다. 소에게 뜻을 전하고 움직임을 이끄는 소리에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사람과 소의 관계가 담겨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소 모는 소리는 밭마다,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 밭 가는 힘찬 겨릿소

밭 가는 힘찬 겨릿소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3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 구성포리 한 밭에서 열린 '홍천 겨리 농경문화' 공개 시연 행사에서 홍천겨리농경문화보존회 관계자들이 겨릿소 밭갈이 시연을 하고 있다. 쌍겨리는 농기계가 널리 보급되기 전 강원 중북부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으며 2021년 5월 홍천군 최초로 도 지정 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2026.11.3 taetae@yna.co.kr

겨리에는 이웃과 힘을 나누던 삶의 방식도 깃들어 있습니다.

옛날에는 소 두 마리를 모두 기르는 집이 흔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웃끼리 각자 기르던 소를 한 마리씩 데려와 짝을 이뤘습니다.

함께 소를 부리고 일손을 나누며 농사를 짓다 보니 이웃 간 관계도 끈끈하게 이어졌습니다. 두 소가 나란히 밭을 가는 모습 뒤에는 이웃들의 협력이 있던 셈입니다.

김세건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겨리를 이해하려면 두 마리 소가 연장을 끄는 기술뿐 아니라 지역의 자연환경과 공동체 관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지 확대 겨릿소 밭갈이 시연

겨릿소 밭갈이 시연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3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 구성포리 한 밭에서 열린 '홍천 겨리 농경문화' 공개 시연 행사에서 홍천겨리농경문화보존회 관계자들이 겨릿소 밭갈이 시연을 하고 있다. 쌍겨리는 농기계가 널리 보급되기 전 강원 중북부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으며 2021년 5월 홍천군 최초로 도 지정 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2026.11.3 taetae@yna.co.kr

논농사 지역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모내기와 김매기 등 농사일을 함께하던 공동노동조직인 '두레'가 있다면 밭농사 지역에는 소를 중심으로 노동조직이 형성됐다는 것입니다.

논농사와 두레에 익숙한 우리에게 겨리는 밭농사 문화를 들여다보는 창이기도 합니다.

두 마리 소가 쟁기를 끄는 '쌍겨리'는 강원지역, 특히 땅이 거칠고 산이 많은 영서 지역에서 발달했습니다.

북한의 함경도 등 밭농사 지역에서도 소를 중심으로 일손을 나누는 비슷한 농경문화가 형성됐다고 합니다. 분단으로 갈라진 남북이지만, 소와 함께 땅을 일구던 삶의 방식은 닮았습니다.

이미지 확대 홍천겨리농경문화보존회 겨릿소 밭갈이 시연

홍천겨리농경문화보존회 겨릿소 밭갈이 시연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3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 구성포리 한 밭에서 열린 '홍천 겨리 농경문화' 공개 시연 행사에서 홍천겨리농경문화보존회 관계자들이 겨릿소 밭갈이 시연을 하고 있다. 쌍겨리는 농기계가 널리 보급되기 전 강원 중북부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으며 2021년 5월 홍천군 최초로 도 지정 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2026.11.3 taetae@yna.co.kr

농기계가 보급되면서 겨리농사는 점차 일상에서 멀어졌습니다.

홍천에서는 옛 농촌의 모습을 기억하는 주민들이 이를 지키기 위해 나섰습니다.

조성근 홍천겨리농경문화보존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보고 커 왔던 겨리가 잊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과거 농경문화를 전승하고자 했다"고 말했습니다.

뜻을 모은 주민들의 노력으로 홍천 겨리농경문화는 2021년 강원도 지정 무형유산이 됐습니다.

이제는 기억하는 사람들에서 새로 배우는 사람들로 이어가는 일이 중요해졌습니다.

보존회 회원은 10명입니다. 최고령자는 86세로 평균 60∼70대의 적지 않은 나이의 회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회원 중 가장 젊은 나이대인 40대는 3명이 있습니다.

회원 중 7명은 전수 장학생으로 선정돼 옛 농사법을 꾸준히 익히고 있습니다.

이미지 확대

밭갈이도 군인 정신으로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3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 구성포리 한 밭에서 열린 '홍천 겨리 농경문화' 공개 시연 행사에서 육군 11사단 장병이 홍천겨리농경문화보존회 관계자들과 밭갈이 체험을 하고 있다. 쌍겨리는 농기계가 널리 보급되기 전 강원 중북부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으며 2021년 5월 홍천군 최초로 도 지정 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2026.11.3 taetae@yna.co.kr

보존회는 다른 지역 행사에도 직접 소를 데려가 겨리농경문화를 알립니다. 국립농업박물관과 세종대왕릉 모내기 행사 등에서도 방문객들에게 전통 농법을 소개했습니다.

조 회장은 어른들이 하던 방식을 지키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겨리를 알리고, 뒤를 이을 사람들도 체계적으로 길러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목표는 도 지정 무형유산에서 국가 지정 무형유산으로의 승격입니다.

이날 행사에는 홍천농업고 학생과 육군 11사단 장병들도 밭갈이 체험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익숙한 풍경이, 또 누군가에게는 처음 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소와 사람이 보조를 맞추고, 이웃과 이웃이 힘을 보태던 겨리농사. 홍천에서는 그 농사법에 담긴 삶의 지혜도 함께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지 확대

밭 가는 힘찬 겨릿소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3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 구성포리 한 밭에서 열린 '홍천 겨리 농경문화' 공개 시연 행사에서 홍천겨리농경문화보존회 관계자들이 겨릿소 밭갈이 시연을 하고 있다. 쌍겨리는 농기계가 널리 보급되기 전 강원 중북부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으며 2021년 5월 홍천군 최초로 도 지정 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2026.11.3 taetae@yna.co.kr

taeta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3일 14시32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강태현

At a glance

Topic
World
Country
🇰🇷 KR
Publisher language
KO
Added to Alln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