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밝음

계엄 요건 알았나·명령 위법성 인식했나 따라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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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관 진입 준비하는 계엄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밝음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 사건의 선고가 잇달아 나오면서 법원이 내란 가담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준이 드러나고 있다.

항소심 판결까지 나오면 내란 판단 기준이 보다 명확하게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관련 혐의로 1심 판단이 나온 피고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수뇌부를 포함해 총 31명이다.

이들 중 상부 명령에 따라 동원됐거나 내란 목적을 알았다고 보기 어려운 12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비상계엄이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헌·위법하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받은 명령이나 임무의 위법성을 인식했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갈렸다.

쉽게 말해 '위선의 명령'에 그저 따랐는지가 유무죄의 기준이 됐다.

◇ 폭동 관여만으론 부족…국헌문란 목적 인식·공유해야

지난 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재판부는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폭동에 관여한 사실뿐 아니라 국헌문란 목적까지 인식·공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치인 체포조 운영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에 대해선 국회 기능 마비 목적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비상계엄 시 합동수사단을 구성하는 기존 매뉴얼에 따라 지원 요청에 협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미지 확대 CCTV에 기록된 계엄군의 선관위 시스템서버 촬영 모습

CCTV에 기록된 계엄군의 선관위 시스템서버 촬영 모습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 요청을 받고 검토를 지시한 박헌수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소장)도 국회의원 체포 목적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 8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선관위 임무에 투입된 고동희 전 정보사 계획처장(대령)은 계엄 당일 선관위 과천청사에 들어가 서버실을 확보하고 직원들의 외부 연락을 막도록 지시했지만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고 전 처장이 선관위를 내란 폭동 대상 중 하나라고 인식하기 어려웠고 비상계엄 시 국가기관 방호 업무로 인식했을 수 있다고 봤다.

지난달 30일에는 계엄 당일 병력을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간 여론조사 기관 등에 투입한 군 간부들이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 등이 사전에 계엄 계획을 알지 못했고, 윤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만으로는 계엄이 위헌·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급박하게 하달된 명령을 수행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계엄 선포 직후 전군 경계태세 2급이 발령돼 계엄을 선포할 만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른바 '햄버거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준장)과 방정환 전 국방혁신기획관(준장)도 국헌 문란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계엄 전날 회식 등 행적을 고려할 때 이들이 계엄을 인지하지 못했고, 선관위 조사가 예정돼있다는 것만으로는 계엄이 위헌·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고 봤다.

이미지 확대 '국회·선관위 병력투입' 군 지휘관들 실형

'국회·선관위 병력투입' 군 지휘관들 실형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왼쪽부터), 이진우 전 국군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헌법재판소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계엄 위헌·위법성 알았던 '지휘부는 중형'

계엄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위법한 지시를 내린 군 지휘부는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법원은 지난 9월 21일 내란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각각 징역 15년과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사전 모의 과정에서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도 내란 행위에 군을 동원했다고 질타했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수사 초기 자술서를 내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을 감안해 징역 9년이 선고됐다.

계엄 계획을 사전에 몰랐더라도 계엄의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상태에서 가담했다면 유죄가 선고됐다.

계엄사령관으로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경찰청장에게 국회 봉쇄 지시를 하달한 혐의를 받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박 전 총장은 윗선에서 행위를 강요받았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군사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육군참모총장으로서 비상사태가 아님을 인식했으면서도 이를 윗선에 건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미지 확대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707 특임단장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707 특임단장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김현태 707 특수임무단장이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계엄 당시 병력 투입 경위 등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2.10 kjhpress@yna.co.kr

◇ 명령·임무 위법성이나 목적 알았다면 유죄

계엄 당시 받은 명령이 명백히 위법하거나 국헌문란 목적을 띤다는 점을 인식한 경우에도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곽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국회를 봉쇄하고 의원들을 끌어내려 한 혐의를 받는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대령)은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단장이 받은 명령이 테러 등 긴급한 군사적 필요가 없는데도 국회를 봉쇄하고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것으로 위법성이 명백했고, 김 전 단장도 이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봤다.

정치인 체포조 구성을 지시한 김대우 전 국군방첩사령부 방첩수사단장(준장)에게도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선관위 점거와 직원 체포 계획에 가담한 김봉규 전 정보사 중앙신문단장(대령)과 정성욱 전 정보사 100여단 2사업단장(대령)도 각각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부정선거 수사가 진행될 경우 선관위가 상당 기간 기능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보고 국헌 문란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한 지휘관들에 대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에 저항하는 수많은 시민들과 자신들의 임무가 적법한지 의문을 제기하며 당황하는 부하들을 외면한 채 스스로의 판단을 내려놓고 상관의 불법한 명령을 맹종"했다고 질타했다.

계엄이나 명령·임무의 위법성을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상부 명령에 따랐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은 셈이다.

이미지 확대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내란 사건들은 특검 측이나 피고인이 불복해 항소하면서 대부분 2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윤승영 전 조정관에 대한 2심 선고는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내년 1월 26일 나온다. 김현태 전 단장 등에 대한 항소심도 진행 중이다.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지난 4일 구삼회 전 여단장 등 전직 군인 8명의 1심 무죄 판결에도 항소했다.

특검팀은 항소 이유에 대해 "이번에 무죄가 선고된 피고인들은 비상계엄 선포 전부터 모의에 참여하고 보안을 유지한 채 임무를 수명·대기하거나, 정상적인 비상계엄하에서도 결코 허용되지 않는 국회와 선관위 등 현장에 병력을 출동·지휘한 핵심 지휘관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brigh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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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Yonhap Korean · 이밝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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