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카멜리아 레이디' 주역 양준영 인터뷰…코조카루와 호흡
"노이마이어, '발레한다고 생각 말라' 조언…얼굴 근육 쓰는 훈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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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발레에도 '대사'가 있어요. 무용수가 표정, 몸짓, 춤으로 표현해내야 하는 메시지죠. 이번 발레에서는 대사를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국립발레단 무용수 양준영은 그가 주역 '아르망'으로 출연하는 발레 공연 '카멜리아 레이디'에서 발레 동작 못지않게 연기적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오는 10∼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는 '카멜리아 레이디'에서 '마르그리트' 역의 영국 로열발레단 출신의 발레 스타 알리나 코조카루와 세 차례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를 바탕으로 존 노이마이어가 창작한 드라마틱 발레다. 청년 아르망과 고급 매춘부 마르그리트의 슬픈 사랑을 그렸다.
드라마틱 발레란 고전 발레에 비해 연극적 요소와 감정 연기가 강조된 작품을 말한다. 2일 서울 서초구에서 만난 양준영은 "학교 다닐 때 이후로 본격적 드라마틱 발레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익숙하지 않은 연기에 긴장된 상태로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카멜리아 레이디' 아시아 초연 당시 아르망 역할로 리허설에 참여했지만 어깨를 다쳐 주역 대신 'N 백작'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양준영의 연기를 눈여겨본 안무가 노이마이어가 그를 직접 재차 캐스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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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 발레인 만큼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과제는 연기다.
고전 발레의 과장된 마임을 상당 부분 걷어내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더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고전 발레는 무용수가 멀리서 팔을 뻗거나 손짓을 하면 상대가 딱 돌아보잖아요. 그런데 '카멜리아 레이디'에서는 발레 마임 없이 직접 다가가서 어깨를 감싸고 이야기하는 연기를 해요. 실생활처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거죠."
지난해 초연 당시 국립발레단을 방문한 전설적 발레 안무가 노이마이어는 "발레하러 왔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조언을 던졌다고 했다.
"회전 동작을 한다고 하면, 고전 발레에서는 돌기 전에 정해진 예비 자세에 돌입해야 하죠.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냥 파트너만 보고 있다가 음악에 맞춰서 바로 회전해요."
정통 발레 포지션 대신 노이마이어가 무용수들에게 강조한 것은 '대사'였다. 양준영은 "지난해 리허설 때 안무가께서 악보와 세부 연기, 안무 주의사항이 빼곡히 적힌 두꺼운 노트를 들고 와 줄거리·대사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대사가 '너무 아름답다'라고 하면, 무표정으로 춤만 춰서는 안 되잖아요. 너무 아름다워서 충격을 받고 입꼬리가 나도 모르게 올라간다거나, 눈을 못 마주친다거나 하는 거죠."
그는 "모든 테크닉에 연기가 더해진다"며 "여자 무용수를 드는 리프트 동작 시에도, 굳이 힘들게 얼굴을 돌려 눈을 마주쳐 처절한 감정을 표현하는 식이다. 이런 부분이 감상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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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영은 '얼굴 근육을 쓰는 연습'도 하고 있다. 그만의 방법은 완전히 무표정인 상태에서 원하는 감정이 드러날 때까지 천천히 표정을 바꿔 보는 것이다.
"화난 표정을 짓고 싶으면, 무표정에서 이를 깨문다거나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조금씩 감각을 키워가요. 과하거나 모자란 표정이 나올 수 있으니 적당한 표현의 정도를 찾는 거죠."
객석과의 거리도 멀고 무용이 중심인 발레 공연에서 표정 연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양준영은 "연구한 만큼 표정과 연기에 자신이 생기고 몰입도가 높아지면 '툭' 하고 동작을 꺼내는 데 망설임이 없어진다"고 전했다.
"머릿속으로 저녁 메뉴 생각을 하면서 칼 뽑는 연기를 하면 동작에 살기가 실리지 않겠죠. 표정 연기에 신경 쓰는 이유는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예요. 사실 연기에 집중을 안 하면 진짜 죽을 만큼 힘들어서이기도 해요.(웃음)"
양준영은 연기를 위해 아직 연습에 합류하지 못한 파트너 코조카루가 출연한 '카멜리아 레이디' 영상을 초 단위로 분석하고 있다. 남자보다 여자 무용수 위주로 공부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다양한 버전의 작품을 경험한 상대의 연기 톤을 알고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어떤 장면에서는 8번째 카운트에서 쓰러지라고 배웠는데, 영상을 분석해 보니 코조카루는 7번째 카운트에서 쓰러지더라"며 "당황하지 않고 디테일을 맞춰 보기 위해 미리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
양준영은 이번 작품이 '연기의 섬세함과 질을 높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던 그에게 현실적 방법을 알려 줬다고 했다. 그는 "최근 들어 프로 무용수로서 기본기에 더해 퀄리티를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고민을 많이 했다"며 "'카멜리아 레이디'로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를 배웠다"고 했다.
공연을 보러 올 관객에게는 "분석하려고 하실 필요 없이 느껴지는 감정 그대로를 즐겨 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했지만, 연기의 디테일을 해석하시기보다 그냥 편하게 각자의 감성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재미있게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fat@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2일 14시58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권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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