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희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월급쟁이의 노후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연금 체계'로 완성된다. 이는 1994년 세계은행이 다층 노후보장 체계를 권고하면서 국내에서 직장인의 표준 노후 대비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1층으로 밥값을 해결하고, 2층으로 관리비와 생활비를 내며, 3층으로 병원비와 여가비를 충당하는 '현금 주머니'를 마르지 않게 해두자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먹고살기 바쁘고 자녀 교육비에 치여 은퇴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직장인이 부지기수다. 은퇴를 눈앞에 둔 이들이 2층 퇴직연금에 그토록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지 확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평균 수익률이 2%대에 묶여 있는 퇴직연금 운용에 국민연금공단이 300인 이상 대기업 대상 기금형 운용, 외부위탁운용(OCIO) 등의 참여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뜨겁다. 결국 국민연금의 참여 범위를 논하는 문제는 국회로 넘어갔다. 수익률을 끌어올릴 메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몇 가지 우려 섞인 질문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이 노후 준비 2층까지 잘 굴려줄 수 있는가.

국민연금은 2022년만 해도 연간 수익률이 -8.2%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작년 이후의 성과만으로는 500조원 퇴직연금 시장의 빗장을 열어주기에는 신뢰할 만한 트랙 레코드(운용 기록)가 부족하다. 더구나 최근 국민연금이 성과를 낸 것은 초장기 기금을 바탕으로 비유동성 대체투자 비중을 15% 이상으로 늘려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직연금은 가입자들의 이직이나 은퇴에 대응해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안전자산 위주로 굴려야 하는 한계도 있다. 시장 기대에 맞는 고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자본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선 슈퍼 갑(甲)이다. 기금운용본부가 매년 수십조원의 자금을 배분하고 평가하는 위치에 있어서다. 그런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위탁운용(OCIO) 시장에서 민간 운용사들과 수주 경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이 조직이 2천조원이 훌쩍 넘는 거대 자금을 감당할 수 있는가.

기금운용본부를 둘러싼 도덕적 해이와 관리 부실이 문제가 돼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전주 이전 이후 인력 이탈이 심해 해마다 정원의 10% 안팎에 달하는 결원이 지속되는 실정이다.

관치(官治) 논란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1층 국민연금에 이어 2층 퇴직연금까지 공적 기구에 좌우된다는 점에서다. 만약 거시경제 충격이 닥쳐 전 국민의 1·2층 노후 자산이 흔들릴 경우 국민연금이 그 집중포화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미지 확대 [머니톡스] 월급쟁이 노후 2층 퇴직연금…국민연금은 감당할 준비가 됐나 - 2

# 저출생과 고령화로 연금 가입자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뼈를 깎는 내부 쇄신을 통해 운용 신뢰부터 회복하고 영세사업장 지원 등 공공의 사각지대부터 우선 챙겨야 한다.

수수료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핑계로 퇴직연금 운용을 사실상 방치해온 기존 금융회사들도 이참에 반성하고 운용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뼈아픈 자성 없이 볼멘소리만 한다면 논란은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고객의 노후가 바로 모두의 노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indig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3일 07시07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윤선희

At a glance

Topic
World
Country
🇰🇷 KR
Publisher language
KO
Added to Alln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