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여권 격앙…"대선 후보가 패배 후 미국행? 전례 없는 일"
내년 2월이면 불체포특권 사라져…여소야대 국면인데 야당도 당황
여러 건의 범죄 수사 받아…"가뜩이나 안 좋은데…" 美와 관계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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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대선 패배 후 법원의 출국 금지 명령을 어기고 미국으로 도피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둘러싸고 브라질 정계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대선 패배 후 3일도 지나지 않아 사법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아르헨티나, 에콰도르를 거쳐 야반도주하듯 빠져나간 사건에 여권은 물론, 야당마저 큰 당혹감과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보우소나루를 미국이 품어주는 양상으로 전개됨에 따라 향후 미국과 브라질 간의 관계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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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 야당도 모르게 '마치 007 작전처럼' 이뤄진 '미국행'
보우소나루의 이번 미국행은 비밀리에 이뤄졌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자금 세탁 및 부패 수사와 관련해 보우소나루가 소지한 여권을 취소하고 출국 금지 조처를 내렸지만, 그는 이탈리아 여권을 소지한 채 육로로 브라질-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었다.
아르헨티나 이민국 기록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아내와 두 딸과 함께 27일(현지시간) 밤 미시오네스주(州)의 국경 다리를 건넜다. 이후 아르헨티나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에콰도르 과야킬을 경유, 미국 마이애미에 28일 오전 도착했다.
소속 정당인 자유당(PL) 지도부와 측근들조차 그의 출국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캠프 총괄 조율사인 호제리우 마리뉴 상원의원은 "당과 어떠한 사전 교감도 없었으며, 그로부터 '오늘 하루 시간을 좀 가지겠다'는 문자메시지만 받았을 뿐"이라며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보우소나루의 돌출 행동으로 야당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내몰렸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을 압도하는 막강한 의석을 확보하며 원내 주요 세력으로 부상한 자유당(PL) 등 야당은 대선 주자의 돌발 행동과 도피성 출국으로 인해 정국 초반부터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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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 룰라 "부끄러운 도피"…여당은 인터폴 적색수배 요청
당장 대통령 당선인부터 포문을 열었다. 통산 4선에 성공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보우소나루의 출국을 겨냥해 "방금 선거에서 진 시민이 자기 나라를 두고 도망칠 때 그의 양심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묻고 싶다"며 "비밀리에 이 나라를 떠난 시민은 뭔가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이 틀림없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과거 자신이 대선에서 거듭 낙선하고 정치적 압박을 받았을 때도 여권을 제출하고 브라질에 남아 당당히 조사받았던 일화를 상기시키며 이번 보우소나루의 미국행은 "보우소나루 일가에게 브라질은 두 번째 조국이며 첫 번째는 미국임을 상기시킨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의 동생이며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로 유력 후계자 중 한명이었던 에두아르도 전 하원의원도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자 미국으로 망명길에 오른 바 있다.
알키민 부통령도 기자들에게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 선거에서 진 사람은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상대 후보를 축하하는 것이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그게 민주주의다"라며 보우소나루의 미국행을 비판했다.
집권 노동자당(PT)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연방대법원에 보우소나루에 대한 예방적 구속영장 발부와 함께 인터폴 적색 수배 명단 등재를 공식 요청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상원의원 임기가 종료됨과 동시에 국회의원 특권인 '불체포특권'이 사라지는 보우소나루를 상대로 사법 당국이 전방위적으로 신병 확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미국으로 망명을 간 상황인 듯 보여, 실제 영장 집행 등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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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 온라인 도박 자금 세탁·쿠데타 자금 모금 등 거센 사법 리스크
대선이 끝난 지 채 3일이 지나지 않아 보우소나루가 야반도주하듯 서둘러 미국으로 간 이유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법 리스크 때문으로 보인다.
브라질 사법 당국에 따르면 그는 온라인 도박 사기 조직과 연계해 10억 달러(약 1조3천500억원) 이상을 세탁한 혐의를 받은 브라질 변호사와 결탁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한 2022년 대선 패배 후 쿠데타를 시도한 혐의로 복역 중인 아버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전기 영화 제작비를 대기 위해 대형 부패 스캔들의 중심에 선 몰락한 은행가로부터 거액의 불법 자금을 모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대선 캠프 운영 과정에서의 외국인 불법 자금 조달 의혹 등으로도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상태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승리했다면 취임 전 발생한 혐의에 대해 재임 기간 책임을 면할 수 있었으나, 패배와 함께 사법 리스크가 발등의 불로 떨어지자 미국행을 결심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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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I=연합뉴스]
◇ 이미 꼬인 미국과의 관계, 새로운 외교적 '화약고' 되나
이번 사태의 또 다른 핵심 변수는 미국과의 외교 마찰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와 그의 가족에게 비자를 발급해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반면, 브라질 정부는 이를 자국 주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중대 범죄자에 대한 부당한 비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뜩이나 트럼프 행정부의 브라질 내정 간섭 문제로 양국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미국이 위기에 몰린 보우소나루를 품어주는 형국이 연출되면서 향후 브라질-미국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브라질 정부는 보우소나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미국 측에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상파울루대에서 형법을 가르치는 마우리시오 스테게만 디터 교수는 보우소나루가 여권 압수 명령의 근거가 된 출국 금지 조항을 위반했으며 이는 최종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 전이라도 범죄인 인도 요청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buff27@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29일 02시59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송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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