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진

대구 앞산 멧돼지 포획 동행 취재해보니…산길 40분 오르자 멧돼지 6마리

번식기 도심 출몰 위험 급증…베테랑 엽사들, 배변 흔적 훑으며 수색

이미지 확대 '앞산 멧돼지 흔적을 찾아라'

'앞산 멧돼지 흔적을 찾아라'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30일 대구 남구 앞산에서 남구청 기동포획단 소속 엽사 백종기(72) 씨가 멧돼지 흔적을 찾고 있다. 2026.10.30 psjpsj@yna.co.kr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멧돼지 출몰이 잦아지면서 요즘은 거의 매일 산에 오르고 있습니다."

가을철 번식기를 맞은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도심 인근과 등산로까지 내려오면서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엽사들의 포획 활동도 분주해지고 있다.

특히 멧돼지 출몰 신고가 잇따르는 대구 앞산에서는 전문 엽사들이 험한 산길을 누비며 멧돼지의 흔적을 추적하는 등 포획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30일 오전 대구 남구 앞산 안지랑골 초입.

수렵면허를 보유한 남구청 기동포획단 소속 엽사들이 엽총 장전 상태를 확인하고 GPS 신호기 작동 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엽총은 관할 경찰서 지구대에 보관하고 포획 활동에 나설 때마다 신고 후 출고하는 방식으로 관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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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무리에 접근'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30일 대구 남구 앞산에서 남구청 기동포획단 소속 엽사 백종기(72) 씨가 멧돼지 무리를 발견하고 쫓아가고 있다. 2026.10.30 psjpsj@yna.co.kr

선임 엽사인 백종기(72) 씨와 동료 이모(54) 씨는 이동 경로를 잠시 의논한 뒤 일반 등산로가 아닌 능선을 따라 발걸음을 뗐다.

백 씨는 "불과 며칠 전에 앞산에서 멧돼지로 보이는 야생동물에게 반려견이 공격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멧돼지 활동이 왕성해지고 있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엽사 활동 기간만 40년인 베테랑으로, 요즘 같은 멧돼지 번식기가 아닐 때도 일주일에 최소 2∼3번은 앞산을 오른다.

앞산은 평소에도 멧돼지 출몰이 잦은 곳이다. 도심 인근까지 멧돼지가 나타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지난 6월 4일과 16일에는 각각 맨발산책로 인근까지 멧돼지가 출몰해 시민들의 신고가 잇따르고 남구청이 주의를 요청하는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대구시의회에서도 남구청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오섭 대구시의원은 지난 9월 시의회 본회의 5분 발언에 나서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하는 맨발산책로 인근에 안전시설을 보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지 확대 '멧돼지는 어디에 있을까'

'멧돼지는 어디에 있을까'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30일 대구 남구 앞산에서 남구청 기동포획단 소속 엽사 백종기(72) 씨와 이모(54) 씨가 이동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2026.10.30 psjpsj@yna.co.kr

이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선 엽사들은 낙엽이 쌓인 굽이굽이 능선을 걸으며 멧돼지의 털이나 분비물 등 단서가 될 만한 흔적이 있는지 꼼꼼하게 훑었다.

등산로가 아닌 길이었지만 엽사들은 익숙한 듯 GPS 신호기에 의지한 채 수풀을 헤치며 빠르게 이동했다.

엽사 이모(54) 씨는 "일반 등산객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다니다 보면 멧돼지가 파놓은 땅이라든지 배변이라든지 흔적들이 보인다"며 "그 주변에 멧돼지가 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꿩 사냥으로 포획 활동에 흥미를 붙여 본업과 병행해 10여년간 엽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미지 확대 암벽 아래 멧돼지 무리 은신처

암벽 아래 멧돼지 무리 은신처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30일 대구 남구 앞산에서 남구청 기동포획단 소속 엽사 백종기(72) 씨가 암벽 아래 낙엽이 치워진 멧돼지 무리의 은신처를 발견하고 있다. 2026.10.30 psjpsj@yna.co.kr

앞산 300m 능선까지 40여분 이동한 끝에 대형 암벽 아래 멧돼지 무리가 머물렀던 흔적이 발견됐다.

백 씨가 낙엽이 쌓여 있지 않은 바닥을 가리키며 "멧돼지들이 누워서 쉬던 곳"이라고 말한 직후 암벽 뒤에 숨어 있던 멧돼지 5∼6마리가 순식간에 능선을 따라 도주하기 시작했다.

엽총을 든 백 씨와 이씨가 곧장 뒤쫓았지만, 멧돼지들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난 뒤였다.

백 씨는 "절대 무리해서 엽총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오발 사고 대부분은 욕심을 내다가 발생한다"며 "멧돼지가 시야에 안정적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총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나무에 남은 멧돼지 흔적'

'나무에 남은 멧돼지 흔적'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30일 대구 남구 앞산에서 남구청 기동포획단 소속 엽사 백종기(72) 씨가 멧돼지가 몸을 비비며 흔적이 남은 나무 기둥을 가리키고 있다. 2026.10.30 psjpsj@yna.co.kr

멧돼지 무리가 방금까지 숨어 있던 곳으로 이동하자 땅이 파이고 나무 기둥은 하얗게 벗겨진 채 남겨져 있었다.

백 씨는 "멧돼지들이 나무 기둥에 몸을 비빈 흔적으로 보인다"며 "달아난 멧돼지들이 이 근방에서 주로 생활해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활동 반경을 넓혀 2시간에 걸쳐 앞산 일대를 돌았지만, 추가로 멧돼지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이 씨는 "멧돼지들이 인기척이나 차 소리만 들려도 달아날 정도로 민첩하게 움직인다"며 "남구 앞산에 있다가도 달서구 대덕산까지 이동하기도 해서 포획이 쉽지는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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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신호기 살펴보는 엽사들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30일 대구 남구 앞산에서 남구청 기동포획단 소속 엽사들이 GPS 신호기를 보며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2026.10.30 psjpsj@yna.co.kr

엽사들은 소속 남구청으로부터 1년간 총 8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각종 장비나 활동복 등을 구입하는 데 쓰고 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한다.

백 씨는 "멧돼지 1마리를 포획하면 20만원을 받지만 수백㎏에 달하는 멧돼지를 옮기려면 사람을 더 불러와야 한다"며 "사실상 인건비를 주고 나면 남는 건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체력이 될 때까지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엽사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psjpsj@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31일 07시01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박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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