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래

소리·향·영상 등으로 로마 건축 재해석…박준범·김지수 등 6인 참여

이미지 확대 그레이코드·지인 작 '비어 있는 듯, 이미 가득 차 있는'

그레이코드·지인 작 '비어 있는 듯, 이미 가득 차 있는'

[송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검은 금속으로 만든 지름 7m의 원판형 구조물이 전시장 한가운데 놓였다. 매끈한 표면은 주변 풍경을 비추고, 공간에는 구조물과 어우러진 음악이 흐른다. 비어 있는 원형 구조물이 소리로 채워지면서 공간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미술가 그룹 그레이코드와 지인의 작품 '비어 있는 듯, 이미 가득 차 있는'이다. 56개 조각으로 이뤄진 원형 구조물과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음악을 통해 형태와 시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콜로세움에서 착안한 원형 구조물에 소리를 결합해 로마 건축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레이코드는 "비어 있지만 이미 가득 차 있다는 상반된 개념은 시간이 만드는 것"이라며 "형태뿐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소리의 층위가 작품을 완성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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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코드와 지인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8일 송은에서 그레이코드(오른쪽)와 지인이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10.29. laecorp@yna.co.kr

서울 청담동 미술관 송은은 보석 브랜드 불가리와 협력해 29일부터 전시 '라이트, 폼 앤드 비전'(LIGHT, FORM AND VISION)을 개최한다.

불가리의 대표 주얼리 라인 '비제로원'(B.zero1)을 한국 동시대 미술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전시다. 비제로원은 로마 건축물 콜로세움에서 영감받은 형태와 불가리 특유의 나선형 구조가 특징이다.

전시에는 그레이코드·지인을 비롯해 김지수, 박준범, 이은우, 정영호, 최성임 등 6인(팀)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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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범 작 '비슷한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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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범은 영상 작품 '비슷한 골목'과 '네 개의 비슷한 모서리'에서 로마의 거리와 건축물을 촬영한 뒤 장면들을 이어 붙였다. 서로 다른 시대에 만들어진 건축물과 벽화, 복원된 부분과 새롭게 덧붙여진 요소들이 한 풍경 안에 공존하는 모습을 통해 익숙함이 형성되는 방식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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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게이츠' 연작

[송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은우는 콜로세움의 아치와 장식용 기둥을 재해석한 작품 '게이츠'와 '기둥'을 선보인다.

'게이츠'는 비대칭 아치에 작업실에 있던 사물과 작업 후 남은 재료 등을 매달아 구조물이 균형을 잡고 수직으로 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기둥'은 콜로세움 외벽의 장식용 기둥에서 착안해 실제 구조를 지탱하는 기능 없이 천장에 매달려 가볍게 움직이는 패브릭 구조물로 구현했다.

이은우는 "기둥은 무언가를 받치는 역할을 하는데, 콜로세움 외벽의 기둥은 장식적인 기능만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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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작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8일 송은에서 이은우 작가가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10.29. laecorp@yna.co.kr

김지수는 향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설치 작품 '시공향'을 선보인다.

제주에서 직접 연구·제작한 천연 향을 여러 나무 모듈에 담아 농도와 위치를 달리해 배치하고, 향을 주제로 한 회화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그는 로마 시대 콜로세움에서 어떤 향이 났을지 상상하는 데서 작업을 시작했다.

김지수는 "보이지 않는 향을 시간과 공간, 기억과 감각에 연결하고 후각적 상상으로 확장하는 작업"이라며 "향과 시각적 요소를 함께 경험하면서 공기와 관람객의 몸 사이에 경계가 사라지고 서로 스며드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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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작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8일 송은에서 김지수 작가가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10.29. laecorp@yna.co.kr

이 밖에도 정영호는 태양계의 나선형 궤적을 장시간 노출 촬영으로 포착한 '우리는 반복하고 있지 않다'를, 최성임은 일상에서 쓰이는 빵끈을 엮어 만든 '황금 이불' 등을 전시한다.

불가리 주얼리의 역사와 미학을 소개하는 '레트로스펙티브 룸'도 운영한다.

전시는 11월 14일까지.

laecor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29일 09시12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박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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