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윤경

핀란드·노르웨이 정상 물꼬…EU도 내달 평화협상에 대표단 파견 채비

일각 의구심 여전…긴박해진 우크라 상황에 협상테이블 앉을 필요성 커져

'유럽 배제' 주장해온 러시아도 "유럽 전체와 대화해야" 입장 변화 시사

이미지 확대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왼쪽)와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왼쪽)와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러시아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직접 접촉을 끊다시피 했던 유럽이 태세 전환에 나섰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편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모습에 위기감을 느낀 유럽이 적극적으로 러시아와의 직접 협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유로뉴스가 28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유럽이 러시아와의 대화를 재개할 경우 유럽을 대표할 유력한 후보 물망에 단골로 오르내리던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가 전날 푸틴 대통령과 깜짝 통화를 한 것은 이런 움직임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스투브 대통령과 스퇴레 총리는 27일 푸틴 대통령과 1시간 반에 걸쳐 통화를 해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통화에서 배제된 다른 유럽 동맹국들을 의식한 듯 자신들이 유럽을 대표하는 자격이 아니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국가 지도자로서 행동에 나섰다고 선을 긋긴 했지만, 이날 통화로 이들은 향후 러시아를 상대할 유럽의 핵심 창구로 급부상하게 됐다고 유로뉴스는 짚었다.

크렘린궁 역시 세 나라 정상이 향후에도 직접 전화 연락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앞으로도 3자 통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미지 확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조율하는 등 대러 강경 입장을 고수하며 직접 대화를 자제해온 유럽연합(EU)도 내달 초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릴 예정인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에 집행위원회와 유럽이사회 고위급 관리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파견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해당 대표단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최측근인 뵈른 자이베르트 비서실장이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은 유럽이 배제된 채 미국과 러시아 양자 협상이나, 미국과 러시아에 우크라이나가 간헐적으로 참여하는 3자 협상 형식으로 열려온 터라, 내달 유럽까지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경우 종전을 둘러싼 다자간 협상이 처음으로 성사되는 셈이다.

러시아 역시 그동안 유럽의 참여를 여러 차례 거부해왔으나 이번에는 오히려 유럽의 참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지난주 "우크라이나와만 대화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크라이나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유럽 전체와도 대화해야 한다"고 말해 러시아 측의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전이 4년을 꽉 채운 올해 초에도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고립 정책을 깨고 러시아와 직접 대화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잇따라 러시아와의 직접 대화를 주장하면서 러시아와 교섭에 나설 유럽 대표로 여러 사람이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과 폴란드, 스웨덴, 덴마크, 발트 3국 등 대러 강경 국가들이 러시아의 평화 의지를 문제 삼으며 러시아와의 대화론은 점차 힘이 빠졌다. 지난 6월에는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물밑에서 크렘린궁과 소통 채널을 열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으나, 이는 곧바로 정치적 반발을 부르며 대화는 흐지부지됐다.

스투브 대통령과 스퇴레 총리의 푸틴 대통령과의 이번 통화에 대해서도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즉각 우려를 표명하고,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등 유럽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푸틴 대통령과의 향후 평화협상을 염두에 둔 소통 채널을 비밀리에 열었다는 이유로 코스타 의장에게 비난이 쏟아지던 지난 6월과는 확연히 달라졌고, 유럽은 이제 직접 대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인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유로뉴스는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푸틴 대통령과 '경유딜'을 맺어 대러 제재를 해제하고, 러시아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 대통령 교체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자국 방어에 필수적인 위성 서비스 스타링크 속도가 느려지고, 미사일 조기경보 시스템에 갑자기 차질이 빚어진 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라도 우크라이나에 사실상 항복을 강요할 수 있다는 유럽의 우려를 키웠다. 그러면서 유럽으로서는 협상 테이블에 직접 앉아 점점 취약해지는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지키고, 유럽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게다가 겨울이 다가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가 더 거세지고 있고, 흑해 항로 봉쇄로 식량 위기 심화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제반 정세가 악화해 휴전이 절실해지고 있는 점 또한 유럽이 그동안의 대러 고립 기조를 풀고 직접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유로뉴스는 분석했다.

ykhyun1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28일 19시51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현윤경

At a glance

Topic
World
Country
🇰🇷 KR
Publisher language
KO
Added to Alln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