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현

국립오페라단 '니벨룽의 반지' 4부작 프로젝트 첫발…난쟁이 알베리히 역

"바그너 음악이 관객 사로잡는 힘·서곡부터 놀라실 것"

이미지 확대 '라인의 황금'에 출연하는 성악가 사무엘 윤(왼쪽)과 양준모

'라인의 황금'에 출연하는 성악가 사무엘 윤(왼쪽)과 양준모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라인의 황금' 무대에 지금까지 100번 넘게 서 왔지만 이런 연출은 처음이에요. 서곡부터 놀랄 만한 경험이고, 한국에서밖에 보지 못하는 특별한 공연이 될 겁니다."(사무엘 윤)

리하르트 바그너를 기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주역이자 독일에서 궁정 가수 칭호를 받은 바그너 전문 성악가 사무엘 윤은 다가오는 국립오페라단의 '라인의 황금' 공연이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라인의 황금'은 바그너가 북유럽 신화와 게르만 서사시를 바탕으로 26년에 걸쳐 완성한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리는 '라인의 황금'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4부작을 모두 상연하는 전례 없는 장기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20일 서울 서초구 국립예술단체연습동에서 만난 사무엘 윤은 "9번가량의 제작을 거치며 횟수로는 100번 넘게 '라인의 황금'을 공연해 봤지만 유럽, 미국의 연출과 (이번 한국 공연은) 차별점이 확실하다"며 "연출과 수시로 소통하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악가 양준모와 함께 '라인의 황금' 주역인 난쟁이 알베리히로 캐스팅됐다. 욕망에 사로잡힌 난쟁이 알베리히가 라인 강의 황금을 훔쳐 달아나 황금 반지를 만들었다가, 이를 신들의 왕 '보탄'에게 빼앗기고 저주하는 것이 작품의 주된 줄거리다. 연출은 뉘른베르크 국립극장 등에서 활동하며 '탄호이저' 등 다수 오페라 작품에 참여한 로렌조 피오로니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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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의 황금' 출연하는 성악가 사무엘 윤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알베리히를 수없이 연기해온 사무엘 윤이지만 국립오페라단 작품에선 처음 해보는 경험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이번 작품은 현대적 연출이 특징"이라며 "배경이 되는 '라인 강'부터 전혀 다른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알베리히가 있는 첫 번째 공간은 아름다운 라인 강가가 아니라, 으슥한 여인숙 같은 방이에요. 그 안에 찌들어 있는 더러운 털북숭이 난쟁이 알베리히가 등장하죠."(사무엘 윤)

또한 이 작품에서의 알베리히는 기존 캐릭터보다 유난히 폭력성과 잔인함이 강조됐다. 함께 인터뷰한 양준모는 "'니벨룽의 반지' 연작에서 알베리히의 욕망과 인물성은 보탄에게 이어지며, 보탄도 비슷한 성격을 지니게 된다. 난쟁이, 인간의 욕망을 결국 신도 똑같이 갖게 된다는 주제 의식"이라며 "이번 작품에는 소품으로 총도 등장한다. 지저분함, 잔인함, 폭력성 등 알베리히의 거친 면이 강조된 것은 이러한 주제 의식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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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의 황금' 무대 디자인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라이브 카메라를 활용한 연출도 차별점이다. 무대 곳곳에서 출연진을 비추는 고정 카메라와 스태프가 찍는 카메라가 저마다 다른 각도로 인물을 조명하고, 무대 뒤 모습까지 중계할 예정이다.

사무엘 윤은 "무대 뒤까지 카메라가 따라다녀서 계속 알베리히를 연기해야 한다. 목도 축이기 어렵다"고 웃음 지으며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이러한 카메라 클로즈업을 통해 알베리히의 욕망과 폭력적인 모습을 더 잘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양준모는 "난쟁이 알베리히를 다각도로 비추는 카메라들은 그를 작게 비추기도 하고, 확대해서 비추기도 한다. 그가 얻고 잃는 권력과 힘을 상징하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기존 연출에선 서곡에 등장하지 않는 알베리히가 서곡부터 등장한다는 점도 독특하다. 양준모는 "갑자기 '짠'하고 등장하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이 왜 저렇게 저기에 있어야 하는지'를 서곡부터 보여주는 연출"이라고 했다.

사무엘 윤은 "욕망과 성공, 실패 등을 경험하는 알베리히는 다른 인물에 비해 작품에서 존재감이 특히 크다"며 "이러한 연출은 알베리히의 입장과 시각을 강조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미지 확대 '라인의 황금' 출연하는 성악가 양준모

'라인의 황금' 출연하는 성악가 양준모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매력적인 인물과 서사, 연출도 '라인의 황금'의 관전 포인트지만 무엇보다 작품의 힘은 바그너의 음악에서 나온다. 두 성악가는 바그너의 음악이야말로 "관객을 사로잡는 가장 큰 힘"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번은 무대에서 누워 있는 장면을 연기하는데, 오케스트라 연주로 무대가 덜덜 떨리는 경험을 했어요. 바그너의 음악은 실제로 들으면 다른 작품을 못 들을 정도로 압도적이죠."(사무엘 윤)

사무엘 윤은 "바그너가 인물을 묘사하기 위해 쓴 '유도 동기'는 청중이 꼼짝도 못하고 계속 그 음악만 듣게끔 만든다"며 "바그너는 동시대 작곡가들을 모두 자기에게 빠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바그너가 '라인의 황금' 등에서 확립한 특유의 음악적 기교인 유도 동기는 화성·리듬·악기 등을 변주해 특정 인물이나 주제 형성 때마다 반복해서 상징적으로 쓰이는 선율이다.

양준모는 "바그너의 음악은 거대한 심포니"라고 표현했다.

"수없이 무대에 섰지만 음악을 들으며 아직도 닭살이 돋을 때가 많아요. 시각적인 연출도 중요하지만 바그너가 만든 거대한 음악의 세계에서 '도파민'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양준모)

fat@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21일 12시00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권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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