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선집 '섬' 개정·증보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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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사물과 자연, 인간의 생명력과 사랑을 탐구하며 독보적 시 세계를 일궈온 정현종(87) 시인의 시 선집 '섬'이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왔다.
2009년 열림원에서 처음 출간되고 2015년 문학판에서 다시 펴낸 시선집에 여덟 편의 시를 새롭게 더한 개정·증보판이다. 또 시인이 직접 만년필로 쓴 육필 시편과 그림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친밀하게 다가오는 시집이다.
시선집의 처음을 여는 시는 '섬'이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섬' 전문)
'섬'은 단 두 줄로 인간관계의 본질을 간명하게 포착해낸 시로, 누구나 한 번쯤 읽고 암송해보았을 법한 시이기도 하다.
이밖에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방문객' 등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정현종의 시 마흔두 편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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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현대문학으로 데뷔한 정현종은 1966년 황동규·박이도·김화영·김주연·김현 등과 함께 동인지 '사계'를 결성해 활동했다.
신문사 기자 생활을 거쳐 1977년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부임해 시 창작을 가르쳤다. 1982년부터는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퇴임했다.
그는 초기에 인간 존재의 불안과 고독, 고통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시를 주로 썼다. 이후에는 자유와 생명, 사랑과 환대의 세계로 시적 지평을 넓혔다.
이를테면 '견딜 수 없네' 같은 시편에서 드러나듯 그의 시에는 인간 존재의 불안과 고독, 상실과 아픔이 깊게 자리한다. 하지만 시인은 그 삶의 무게에 굴하지 않는다.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에서는 삶의 고통과 시련을 딛고 일어서려는 강인한 의지가 경쾌한 리듬을 타고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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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중)
나아가 그 의지는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고 다른 존재를 향해 마음을 여는 환대의 정신으로 이어진다.
시인은 이번 책에 남긴 '시인의 말'을 통해 신작 시 '저 미소 ― 반가사유상에 부쳐'도 선보였다.
"이 세상 끝없는 고통이 육화(肉化)되어/ 떠오른 저 미소, / 중생의 슬픔이 한없이 스며/ 그 슬픔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할 수 없게 하는/ 저 미소,/ 삼천대천세계의 고상(苦像)/ 저 미소./ 오 고요하기도 하여라/ 저 미소."('저 미소― 반가사유상에 부쳐' 전문)
시인은 "문학작품의 위대성을 결정하는 것은 저런 미소가 작품에 배어 있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을 터"라며 "문학의 변함없는 가치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문학관도 밝혔다.
kihu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4일 08시36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김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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