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란

한국인과 결혼한 우에노 하루미씨, 30년간 해남 살며 역사·문화 소개

'왜 일본인이 이순신 해설하냐' 민원 겪기도…"역사 섬기는 마음으로 안내"

이미지 확대 인터뷰하는 일본인 문화관광해설사 우에노 하루미

인터뷰하는 일본인 문화관광해설사 우에노 하루미

(해남=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군 문내면 해남우수영관광지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는 우에노 하루미(55)씨가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seva@yna.co.kr. 2026.11.3.

(해남=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여기가 바다 흐름이 있잖아요. 서해에서 남해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물이 빠지고 있는 거예요. 보리숭어는 지금처럼 썰물 때 잘 잡혀요. 지금 이렇게 물이 흐르고 있는데 숭어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오는 것을 뜰채로 잡습니다."

전남 해남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는 일본인 우에노 하루미(55) 씨가 울돌목의 세찬 물살을 가리켰다. 명량대첩 격전지인 울돌목에서 보리숭어가 잘 잡히는 원리까지 막힘없이 설명하는 그의 해설에서는 오랜 세월 해남의 자연과 문화, 역사를 익혀온 시간이 담겨 있었다.

일본 도치기현 출신인 우에노씨는 1997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다섯 자녀를 키우며 해남에 정착했다. 처음에는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일본어 해설을 맡았지만, 지금은 명량대첩 해전사기념전시관과 명량해상케이블카, 법정스님 마을도서관, 땅끝마을, 영화 '호프' 촬영장으로 최근 주목받은 남창리 등 해남 곳곳에서 한국어로 관광객을 안내한다.

그는 지난달 30일 우수영관광지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순신 장군을 향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처음에는 이순신 장군이 일본 수군과 싸워 이겼다는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데 그쳤어요. 그런데 공부를 거듭할수록 장군이 울돌목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고뇌했을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여기를 사수해야 한다는 절실하고 간절한 마음이 있었을 거예요. 그러다 보니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모습이랄까, 고뇌했을 모습을 많이 느끼게 돼요."

일본에 있을 때는 이순신 장군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는 2007년 명량해전 당시 왜군 장수였던 구루시마 미치후사 추모단체 회원들이 방한했을 때 통역을 맡으면서 역사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해설사로 활동하며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곤란한 일을 겪기도 했다. 과거 한 관광객이 '왜 일본 사람이 이순신 장군을 해설하느냐'며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해설 내용에 대한 지적은 아니었다.

우에노씨는 활동을 그만둘지를 고민했다. 그러나 주변 동료들과 담당 공무원들이 "선생님이 잘못해서 그런 민원이 들어온 게 아니니 당당하게 하라"고 격려해준 덕분에 계속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후 관광객을 만날 때마다 자신이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먼저 밝힌다. 그는 "일본이 한국에 저질렀던 일에 대해 일본 사람의 한 명으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섬기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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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우수영관광지

[해남군청 홈페이지 캡처]

우에노씨가 관광객에게 꼭 전하는 이야기는 진도 왜덕산(倭德山)이다. 1597년 명량해전에서 일본 수군이 다수 전사하자, 진도 주민들이 시신을 거둬 묻어주고 그 넋을 기려온 곳이다.

우에노씨는 과거 적으로 만났지만 지금은 후손들이 평화의 뜻으로 만나 교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곳이 화해의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안내를 마무리한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 중국이 전쟁으로 만났던 곳에서 이제는 후손들이 함께 모여 좋은 뜻으로 교류하는 데 저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부분에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해남에 정착하는 데는 그를 딸처럼 대해줬던 시부모와 남편의 도움이 컸다. 시어머니와 함께 시장에서 일하며 한국어를 익혔고, 시아버지는 어려운 한국어 표현을 차근차근 가르쳐줬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한국어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우에노씨는 "해설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해남이 확실히 내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해남과 한국이 사회 활동을 하고 일할 기회를 많이 제공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남군 문화관광해설사뿐 아니라 해남군가족센터에서 이주여성 통·번역사 자조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어린이집에서 일본 문화를 소개하는 다문화 이해 교육도 한다.

우에노씨는 다문화가족을 바라보는 일부의 시선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안 좋은 일이 기사화되면 모든 다문화 가족이 그렇게 안 좋다고 생각하게 돼 버려요. 그런데 여기 해남만 해도 열심히 살아가는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족이 정말 많아요. 아이들이 자라면 일반 가정 아이들과 다를 것이 없고요."

해남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온 우에노씨에게 울돌목의 바다는 이제 일상의 일부이자 역사를 되새기는 공간이다.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그에게는 위안이 된다고 했다. "옛날에는 산이 좋았는데 요즘에는 바다가 좋아요. 바다를 보면 힐링이 되거든요. 바다를 보면서 이순신 장군이 어떻게 여기서 싸우셨나 하는 생각도 많이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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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하루미씨

(해남=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군 문내면 법정스님 마을도서관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는 우에노 하루미(55)씨가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seva@yna.co.kr. 2026.11.3.

aira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3일 14시03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정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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